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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마이데이터 한달 성적표 나왔다...빅테크, 은행과 격차 더 [뉴스'까'페]

SBS Biz 우형준
입력2022.02.18 17:13
수정2022.02.21 10:25


'내 손안의 금융비서'를 내세운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시행된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주변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뭐가 달라진 건지 또 아예 어떤 서비스인지 조차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서 실제 가입자 수 역시 빅테크와 전통 금융회사 간의 격차도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은행들의 떠들썩한 홍보와 달리 서비스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데요. 그래서 핀테크 회사들과 은행들 간의 '마이데이터' 서비스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직접 확인해봤습니다. 

'마이데이터'?...4명 중 1명 "잘 모르겠는데요"
지난달 5일부터 시행된 마이데이터는 금융소비자가 여러 금융회사에 흩어진 개인 신용정보를 한 곳에 모아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소비자가 동의하면 예·적금 계좌 잔액, 카드 결제 잔액, 주식 보유 수량, 보험 납입 현황 등을 하나의 앱에서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은행들이 가입하면 경품도 주고 연예인을 앞세워 떠들썩하게 홍보하고 있지만 서비스 자체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평이 지배적입니다. 또 부모 세대는 더 그렇고, 젊은 MZ세대들도 마이데이터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였습니다.

정책 홍보가 덜 되서 그런걸까요? 실제 지난 19일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4차위)가 발표한 ‘마이데이터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마이데이터를 알지 못하는 비율이 25.8%로 우리 국민 4명 중 1명은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달 31일 기준 마이데이터 가입자수는 1,398만명으로 55개 금융사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금융회사들마다 '이제부터 '마이데이터' 시작 합니다'라고 한지 베타서비스 기간까지 하면 근 두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몰랐습니다. 일부 소비자들은 이게 은행에서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네이버·카카오에서 하는 서비스라고 인식 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성적이 저조한 이유를 시민들에게 직접 물었봤습니다. 은행들의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금융소비자들에게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답변이 대다수 였습니다. 

가입자 389만 명 대 580만 명…한달 성적표 은행, 빅테크에 '완패'

정의당 배진교 의원실에 따르면 서비스 시행 한달동안 '마이데이터' 가입자수는 1월 말 기준 빅테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가입자 수를 살펴보면 핀테크·IT·신용평가사 등 빅테크 회사들의 가입자 수 가 580만 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은행·저축은행·상호금융이 389만 명, 카드사 373만 명, 금융투자회사가 56만 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왜 이렇게 은행권 성적이 떨어지는지 직접 써봤습니다. 빅테크 회사들과 비교해 봤을 때 은행의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연동 자체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느낌이 컸습니다. 

KB국민은행의 KB마이데이터는 생활밀착형 목표를 자동 제안하는 '목표챌린지'를 운용하고 있고 우리은행은 '우리 마이데이터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복합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의 경우 재테크 정보를 제공하는 ‘MY캘린더’를 선보였지만 현재 수준에서는 소비자의 기존 금융 정보를 분류해 나열해주는 수준입니다.

반면 네이버·카카오 빅테크 회사들의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은행권과 비교해 앱 구동 자체가 더 편리하고 보기 쉽게 느껴지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가입 절차도 은행권은 인증서 절차를 제외하고도 3~4차례 단계를 거쳐야 했지만 빅테크 회사들은 '1분 이내'를 앞세워 가입이 더 간편하고 쉬었습니다. 

모바일 생태계는 '승자독식'...마이데이터 마저 놓치면 '존폐 위기'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쓰면서 편하다고 느낀 점은 다른 금융사 앱에 접속할 일이 없다는 겁니다. 지정된 앱 하나로 모든 은행, 카드 등 모든 금융서비스들의 자산내역이 한 번에 확인 되니 일일이 다른 앱에 접속해 로그인하고 확인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간편하고 편리하지만, 금융사들은 고객 잃기 딱 쉽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금융지주 회장들마다 '슈퍼원앱'을 외치는 이윱니다. 금융업계에서는 2~3년 안에는 최종승자가 가려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은행들의 앱들이 빅테크 회사들의 앱과 비교하면 기술력과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용자 입장에서 앱 구조 자체를 바라보지 않고 체질개선을 하지 않으면 승자독식 구조에서 빅테크 회사들에게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은행들은 '금융 슈퍼앱'을 올 상반기부터 하나 둘씩 선보일 예정입니다. 지금처럼 기능만 잔뜩 붙여 이용절차가 복잡한 앱을 유지할지 아니면 빅테크처럼 이용자 편의성에 초점을 맞춘 앱이 나올지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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