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까'페] 제약바이오 1위가 진단키트 기업이라고?
SBS Biz 이광호
입력2022.02.03 15:43
수정2022.02.03 16:02
실적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최근 주가에 부침이 많았던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하나 둘 실적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실적 키워드였던 '매출 2조원' 이야기는 올해 유독 조용합니다. 상위 회사들이 모두 1조원대 매출에 촘촘하게 붙어, 어떤 곳이 2조원대 매출을 처음으로 기록하는 회사가 될지가 '관전 포인트'였는데, 2021년 실적을 놓고선 2조원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죠. 왜 그럴까요?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의 성적표가 그다지 나쁘지도 않습니다. 대형 회사들 중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한미약품이 실적을 발표했는데, 삼성바이오는 1조5680억원, 한미약품은 1조206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각각 35%, 12.1%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2조원을 넘기진 못했지만, 올해 혹은 몇 년 안에 2조원을 달성할 수도 있습니다.
'매출 2조원' 넘어 3조 바라보는 SD바이오센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실적에서 '2조원' 키워드가 사라진 이유는 혜성처럼 등장한 한 기업 때문입니다. '제약'과 '바이오'에 묶어서 봐야 할지도 애매한 기업, 엄밀히 말하면 의료기기 회사인 SD바이오센서입니다. 2019년 매출 737억원에 불과했던 이곳은 진단키트 생산으로 '코로나 특수'에 제대로 올라타면서 2020년 1조686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지난해도 3분기까지 이미 2조5000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습니다. 지난해 전체 추정 실적은 2조9700억원으로, 3조원을 넘겨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지난 몇 년간 제약바이오 업계의 숙원이었던 매출 2조원을 3분기 만에 이미 달성한 회사가 나타나 버린 겁니다. 다른 어떤 제약바이오 기업도 지난해 실적에서 이 매출을 뛰어넘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SD바이오센서의 실적이 더욱 놀라운 건 적은 연구개발 비용으로 성과를 냈다는 점입니다. 2019년 49억원, 2020년 처음으로 100억원을 넘었고,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160억원 가량의 연구개발비를 집행했습니다. 160억원의 연구개발비는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한 분기에 집행하는 비용보다 적습니다.
SD바이오센서가 성공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빠른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했다는 분석입니다. SD바이오센서가 진단키트 개발에 돌입한 건 지난 2020년 1월 5일, 국내에서 확진자가 나오기도 전이었습니다. 국내 확진자가 100명대를 기록했던 같은 해 9월 이미 WHO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았습니다. 이 빠른 의사결정이 전 세계로 진단키트를 수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실적 차이 만들어 낸 '코로나 특수'
올라탔느냐, 그렇지 않았느냐. 코로나 초기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들었던 기업들 중 유의미한 성과를 보인 곳은 많지 않습니다. 백신 위탁생산에 성공한 삼성바이오와 SK바이오사이언스, 그리고 경증 한정이긴 하나 치료제와 진단키트 출시에 성공한 셀트리온 등이 있습니다.
앞서 보신 것처럼 삼성바이오는 눈에 띄는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고, 셀트리온은 오늘(3일) 미국에 4000억원 규모의 진단키트 수출에 성공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셀트리온의 지난해 매출 컨센서스는 1조9000억원으로 2020년과 비슷하지만, 이 공급계약 하나만으로 분기 매출에 가까운 성과를 낸 만큼 올해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됩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0년 2000억원대에 불과했던 매출액이 지난해 1조원 가깝게 치솟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아직 성공하지 못한 곳은 어땠을까요? 최근 실적을 발표한 한미약품의 매출액 추이는 1조(2018년), 1조1000억(2019년), 1조1000억(2020년), 1조2000억원(2021년)으로 성장세가 매우 느렸습니다. 2020년에는 소폭 역성장하기까지 했습니다. mRNA 백신 후보물질을 발견해 연구하고 있다곤 하지만, 임상 1상도 진입하지 않은 초기 상황입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전통 제약기업 중 매출 2조원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됐던 유한양행은 2020년 매출 1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컨센서스 1조7000억원 가량으로 소폭 성장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GC녹십자는 2020년 1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컨센서스 1조6000억원입니다. 종근당도 2020년 매출 1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거의 성장하지 않은 1조3000억원대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진출 눈앞에 두고…
제약바이오 기업이라고 모두 코로나 특수에 올라탔어야 했느냐, 그렇다고 주장할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입니다. 그간 직접 수출은 없다시피 한 채 기술수출에만 몰두했던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코로나19는 자사 제품으로 해외 문을 두드릴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앞서 거론한 기업들 모두 코로나 초기 치료제든 백신이든 진출을 시도했던 곳들입니다.
이 중 성공한 기업은 모두 바이오 기업이고, 현재까지 성공이 유예된 기업들은 모두 전통적 제약기업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제약기업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글로벌 직접 진출이 눈앞에 있었는데, 현재까진 '신세대' 바이오에 밀린 구세대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연구 역량과 노력에 더해 '빠른 움직임'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제약기업들이 얻었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의 성적표가 그다지 나쁘지도 않습니다. 대형 회사들 중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한미약품이 실적을 발표했는데, 삼성바이오는 1조5680억원, 한미약품은 1조206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각각 35%, 12.1%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2조원을 넘기진 못했지만, 올해 혹은 몇 년 안에 2조원을 달성할 수도 있습니다.
'매출 2조원' 넘어 3조 바라보는 SD바이오센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실적에서 '2조원' 키워드가 사라진 이유는 혜성처럼 등장한 한 기업 때문입니다. '제약'과 '바이오'에 묶어서 봐야 할지도 애매한 기업, 엄밀히 말하면 의료기기 회사인 SD바이오센서입니다. 2019년 매출 737억원에 불과했던 이곳은 진단키트 생산으로 '코로나 특수'에 제대로 올라타면서 2020년 1조686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지난해도 3분기까지 이미 2조5000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습니다. 지난해 전체 추정 실적은 2조9700억원으로, 3조원을 넘겨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지난 몇 년간 제약바이오 업계의 숙원이었던 매출 2조원을 3분기 만에 이미 달성한 회사가 나타나 버린 겁니다. 다른 어떤 제약바이오 기업도 지난해 실적에서 이 매출을 뛰어넘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SD바이오센서 PCR 진단키트]
SD바이오센서의 실적이 더욱 놀라운 건 적은 연구개발 비용으로 성과를 냈다는 점입니다. 2019년 49억원, 2020년 처음으로 100억원을 넘었고,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160억원 가량의 연구개발비를 집행했습니다. 160억원의 연구개발비는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한 분기에 집행하는 비용보다 적습니다.
SD바이오센서가 성공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빠른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했다는 분석입니다. SD바이오센서가 진단키트 개발에 돌입한 건 지난 2020년 1월 5일, 국내에서 확진자가 나오기도 전이었습니다. 국내 확진자가 100명대를 기록했던 같은 해 9월 이미 WHO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았습니다. 이 빠른 의사결정이 전 세계로 진단키트를 수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실적 차이 만들어 낸 '코로나 특수'
올라탔느냐, 그렇지 않았느냐. 코로나 초기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들었던 기업들 중 유의미한 성과를 보인 곳은 많지 않습니다. 백신 위탁생산에 성공한 삼성바이오와 SK바이오사이언스, 그리고 경증 한정이긴 하나 치료제와 진단키트 출시에 성공한 셀트리온 등이 있습니다.
앞서 보신 것처럼 삼성바이오는 눈에 띄는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고, 셀트리온은 오늘(3일) 미국에 4000억원 규모의 진단키트 수출에 성공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셀트리온의 지난해 매출 컨센서스는 1조9000억원으로 2020년과 비슷하지만, 이 공급계약 하나만으로 분기 매출에 가까운 성과를 낸 만큼 올해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됩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0년 2000억원대에 불과했던 매출액이 지난해 1조원 가깝게 치솟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SD바이오센서가 수직상승했고, 코로나 관련 매출을 만들어낸 기업들(왼쪽)과 그렇지 못한 기업들(오른쪽)의 성장세 차이도 상당합니다]
아직 성공하지 못한 곳은 어땠을까요? 최근 실적을 발표한 한미약품의 매출액 추이는 1조(2018년), 1조1000억(2019년), 1조1000억(2020년), 1조2000억원(2021년)으로 성장세가 매우 느렸습니다. 2020년에는 소폭 역성장하기까지 했습니다. mRNA 백신 후보물질을 발견해 연구하고 있다곤 하지만, 임상 1상도 진입하지 않은 초기 상황입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전통 제약기업 중 매출 2조원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됐던 유한양행은 2020년 매출 1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컨센서스 1조7000억원 가량으로 소폭 성장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GC녹십자는 2020년 1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컨센서스 1조6000억원입니다. 종근당도 2020년 매출 1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거의 성장하지 않은 1조3000억원대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진출 눈앞에 두고…
제약바이오 기업이라고 모두 코로나 특수에 올라탔어야 했느냐, 그렇다고 주장할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입니다. 그간 직접 수출은 없다시피 한 채 기술수출에만 몰두했던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코로나19는 자사 제품으로 해외 문을 두드릴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앞서 거론한 기업들 모두 코로나 초기 치료제든 백신이든 진출을 시도했던 곳들입니다.
이 중 성공한 기업은 모두 바이오 기업이고, 현재까지 성공이 유예된 기업들은 모두 전통적 제약기업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제약기업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글로벌 직접 진출이 눈앞에 있었는데, 현재까진 '신세대' 바이오에 밀린 구세대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연구 역량과 노력에 더해 '빠른 움직임'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제약기업들이 얻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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