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Biz

조기 도입 '불발' 금융공기관 노동이사제…예보가 '스타트' 유력

SBS Biz 김성훈
입력2022.01.27 17:22
수정2022.01.29 10:38

근로자 대표가 의결권과 발언권을 갖고 이사회에 들어가 경영에 참여하는 '노동이사제'가 이달 초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금융 공공기관 5곳도 제도 도입을 앞두게 됐습니다. 

당초 이달 말 일부 비상임 이사의 임기가 만료되는 신용보증기금부터 제도 도입이 예상됐지만 성사되지 않으면서, 오는 8월 예금보험공사에서 첫 노동이사의 탄생이 유력해졌습니다. 

신보, 1월 조기 도입 '불발'…1호가 될 수 없어 '눈치싸움'
국회는 지난 11일 본회의를 열고,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개정안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서 3년 이상 재직한 근로자 중 근로자 대표 추천이나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은 1명을 공공기관 비상임 노동이사에 임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금융공공기관 가운데는 신용보증기금·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한국주택금융공사·예금보험공사·서민금융진흥원 등 5곳이 적용을 받습니다.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기존의 비상임 이사 임기 만료 시점이 가장 빠른 신보에서 제도가 조기에 도입될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7명의 비상임 이사 가운데, 한승희·서종식 2명의 임기가 오는 30일 만료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정안 통과 이전인 지난 10일 비상임 이사 모집 공고를 냈던 신보는 법 시행 이후에 제도 도입을 하기로 결론 내렸습니다.

신보 관계자는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비상임 이사 선임 논의가 이뤄졌다"면서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 뒤에 시행되기 때문에 기존의 법대로 비상임 이사 선임 절차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신보의 경우 8월11일 김상준 비상임 이사의 임기가 만료됩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법제처에서 2월 초에 공포가 될 것 같다"면서 "공포 후 6개월 뒤에 개정안이 시행되니 8월쯤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캠코는 오는 4월 비상임 이사 2명의 임기가, 주금공은 6월 비상임 이사 3명의 임기가 각각 끝나는데, 이들 공공기관들도 법 시행 이후 노동이사 선임 논의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입니다. 

캠코 관계자는 "정부의 구체적인 지침이 나와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주금공 관계자도 "다른 금융공공기관이 어떻게 하는지 보고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한 금융 공공기관 노조 관계자는 "아직 시간상 여유가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금융 공공기관 노사 모두 정부의 추가 지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선도 있고 하니 새 정권의 방침을 반영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예보, 8월 첫 스타트 가능성↑…노조 "이르면 3~4월쯤 논의"  

이런 분위기 속에 오는 8월2일 원봉희·이성철·선종문 등 비상임 이사 3명의 임기가 만료되는 예금보험공사가 가장 먼저 노동이사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예보 노조 관계자는 "시행령까지 나오고 해야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면서 "이르면 3~4월쯤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적임자가 누구인지, 동의와 추천 과정에서 노조 투표절차가 필요한지, 또 비상임 이사의 처우 문제와 감사실이나 인사실 등 어떤 부서에 속해 있어야 하는지 등 여러 문제를 알아보고 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습니다. 

사측도 "법 시행에 따라서 할 것"이라면서 "다만 기재부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에 맞춰서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재부는 "개정안 시행에 맞춰 시행령과 하위 법령 개정 작업이 필요하고 내부적으로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면서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법에 다 담지 못하는 부분은 가이드라인의 형태로 준비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기업은행 노조, 설 이후 사외이사 추천…국민 공감대 맞출까  

금융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 금융사까지 노동이사제 도입 논의가 확산되는 모습입니다. 

앞서 지난해 9월 수출입은행은 금융권에서는 처음으로 노조가 추천한 이재민 해양금융연구소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며, 노동이사제 도입에 '물꼬'를 튼 바 있습니다. 

IBK기업은행은 오는 3월26일 신충식·김세직 2명의 사외이사의 임기가 만료됩니다. 

두 차례 사외이사를 사측에 추천했지만 불발된 기업은행 노조 측은 이번에 다시 추천에 나섭니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설 명절 이후 적당한 인사를 추천할 예정"이라며 "수출입은행도 도입된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선임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지난 18일 KB금융그룹 노조도 오는 3월25일 스튜어트 B. 솔로몬 사외이사의 임기 만료에 따라 김영수 전 수출입은행 부행장을 후보로 추천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새 제도 도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한 금융기관 노조 관계자는 "노동이사제가 국회 문턱을 넘었다는데 의미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3년이상 재직한 근로자의 회사 내 직책 등에 따라 얼마나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반 국민들이 봤을 때 금융 공공기관 근로자의 급여나 근로조건 등은 상위 1%에 속하는 소위 철밥통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면서 "노조 측을 대표하는 이사가 급여 체계와 인사·조직 관리 등 공공기관 개혁에 대해서도 정말 생산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전했습니다. 

ⓒ SBS Medianet & SBS I&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김성훈다른기사
美, 7월부터 주일대사관에 中 감시 담당자 배치 계획
[내일 날씨] 일요일도 맑은 하늘에 한낮 30도까지 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