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통장 8배 급증…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한 '꿀팁'
SBS Biz 권준수
입력2022.01.26 17:51
수정2022.02.02 08:00
[카카오뱅크 모임통장 개설 화면 (사진=SBS Biz)]
직장인 이소연 씨는 최근 남자친구와 카카오뱅크 데이트 통장을 개설했습니다. 밸런타인 데이와 화이트 데이를 앞두고 선물을 할 때 서로 크게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예산을 정해놓았기 때문입니다. 이소연 씨는 "그냥 무작정 번갈아 가며 돈을 쓰는 것보다 예산을 정해놓고 식사나 선물을 하면 더 경제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데이트 통장을 만드는 커플이 최근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입출금과 송금이 인터넷 뱅킹을 통해 더욱 편해지면서 쉽게 관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오늘(2일)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모임 통장에서 '데이트' 목적의 계좌는 모두 35만 좌로 3년 전보다 8배 이상 늘었습니다. 특히 데이트 통장의 계좌에 넣어둔 잔액은 약 26배 늘었고, 같은 기간 사용액은 13배 늘었습니다.
식당에서도, 카페에서도 편리하게…인터넷 쇼핑도
카카오뱅크는 데이트 통장이 주로 사용된 곳은 외식과 카페라고 설명했습니다. 전자상거래의 비중도 높았는데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을 때나 인터넷 쇼핑 사이트를 이용하는 등 다양한 데이트 모습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연령대별로는 20대와 30대가 95%에 가까울 정도로 'MZ세대'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데이트 모임 통장의 모임주를 성별로 분석했을 때는 여성의 비중이 57% 수준으로 절반 이상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데이트 비용을 남자가 부담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젊은 세대일수록 남녀가 나눠서 내자는 생각이 많아졌다"며 "소비자 측면에서 더욱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소비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KB국민은행의 짝꿍통장 상품 설명화면 (사진=SBS Biz)]
카카오뱅크뿐만 아니라 시중은행에도 비슷한 상품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KB국민은행의 'KB짝꿍통장' 상품인데 출시된 지 만 5년이 됐습니다.
KB짝꿍통장은 사용금액이 많아질수록 '짝꿍온도' 이름으로 포인트가 누적되는데 카페나 편의점에서 사용이 가능한 데이트 모바일 쿠폰도 나옵니다.
데이트 통장을 고려해 수수료 면제도 계속 제공되고, 서로 돈을 쓸 때마다 거래 내역을 완전히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헤어질 수도 있는 건데"…'주저하는 연인' 사이가 되면?
하지만 문제는 헤어졌을 때입니다. 이별도 쓰라린 아픔이겠지만 골칫덩어리가 생기는 겁니다.
기본적으로 카카오뱅크와 KB국민은행 모두 공동명의로 계좌를 개설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만약에 헤어지고 상대방이 남은 돈을 안 준다면 입증 책임이 소비자에게 발생합니다.
그렇다 보니 다른 시중은행에서는 데이트 통장을 섣불리 만들 수 없다고 얘기합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양쪽이 동일한 권리를 갖고 있어야 하는데 법적으로 연인이 공동명의로 가입 자체를 할 수가 없다"며 "둘 사이가 헤어질 수도 있는 건데 은행이 나중에 곤란해진다"라고 말했습니다.
만약 데이트 통장에 돈이 남아있다면 그동안 본인이 얼마나 냈는지 명확히 알아야 합니다. 불가피하게 현금으로 통장을 채워왔다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겁니다.
하지만 입금했던 내역이 있다면 당당하게 반환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영우의 장시운 변호사는 "데이트 통장 내 금액은 공동으로 소유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헤어진 후에는 각자 지출한 만큼 귀속된다"라며 "돌려주지 않으면 형사상 횡령죄의 성립 가능성이 있고 민사소송 제기 같은 법적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아름다운 이별은 없지만, 깔끔한 통장 관리는 있다
결국 중요한 건 데이트 통장을 사용하면서 서로 얼마를, 언제, 어떻게 넣을지 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소송을 진행한다면 연애도 결국 하나의 계약으로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데이트 통장은 누군가에게 정이 없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방을 위한 배려이자 현명한 소비일 수도 있습니다.
취재를 하며 보았던 인터넷 커뮤니티의 한 고민 상담 게시물이 떠오릅니다.
'군대에 가 있는 이등병 남자친구가 데이트 비용에 부담을 느낄까 걱정된다'며, 데이트 통장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고무신 여자친구의 글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연애가 지금도 이어졌을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말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입금 내역은 확실하게 입증될 수 있도록 해놓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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