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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파일러 대출이라더니…네이버파이낸셜 차주 80% '고신용자'

SBS Biz 오정인
입력2022.01.11 19:47
수정2022.01.11 19:54



네이버파이낸셜의 '스마트스토어 대출'을 이용 중인 차주 10명 중 8명이 고신용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 이력이 없는 '씬파일러'(Thin filer)로 대출이 어렵거나 높은 금리로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던 온라인 사업자를 위한 상품이지만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에 대해 네이버파이낸셜 측은 "은행권에서 사업자 대출을 받지 못하던 분들이 상품을 이용하게 됐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점수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대출이 가능했던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입니다. 

상품 취지와 달리 고신용자 '쏠림'
신평사 신용점수 850점 이상 80.3%

오늘(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네이버파이낸셜과 미래에셋캐피탈이 운영하는 '스마트스토어 대출'을 이용 중인 차주는 2871명이었습니다.

NICE 신용평점 기준 ▲1000점 이하 950점은 10명(0.3%) ▲950점 이하 900점은 1184명(41.2%) ▲900점 이하 850점은 1113명(38.8%) 등으로 기존 신용등급 1등급에서 3등급의 비중이 무려 80.3%였습니다.

▲850점 이하 800점은 410명(14.4%) ▲800점 이하 750점은 93명(3.2%) ▲750점 이하 700점은 44명(1.5%) ▲700점 이하 600점은 17명(0.6%)로 집계됐습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과거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을 출시하며 "일정 기간 동안 금융 이력이 없어 대출이 불가하거나 고금리로만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던 온라인 사업자를 위한 업계 최초의 무담보 신용대출"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자체 개발한 대안신용평가시스템(ACSS)을 통해 비금융 정보 등을 활용해 씬파일러에 대한 정교한 신용평가가 가능하다는 점도 강점으로 앞세웠습니다.

하지만 실제 이 대출을 이용한 차주들은 NICE 신용평점 기준 850점 이상, 신용등급으로 환산하면 3등급 이상의 고신용자였던 것입니다.

네이버파이낸셜 "씬파일러 대상 상품"
MZ세대 비중 60%…20%는 '초기 사업자'
[(자료: 네이버파이낸셜)]

네이버파이낸셜 측은 "신용점수가 높아서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실제 이 상품을 이용하는 차주들은 금융 이력이 부족하거나 스마트스토어를 운영한 지 업력이 1년도 채 되지 않은 초기 사업자도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9월 기준, 네이버파이낸셜과 미래에셋캐피탈의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은 대출약정액 1000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이 중 60%가 2030세대 'MZ세대'였고 20%는 업력이 1년도 안 된 '초기 사업자'였습니다. 

특히 ACSS를 적용해 오히려 신용점수가 올라 더욱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을 받게 된 사업자는 전체의 60%였습니다. 이 중 대출이 어려웠지만 승인으로 전환된 비율도 19.1%였다는 것이 네이버파이낸셜의 설명입니다.

다시 말해 '금융 이력이 부족하거나 높은 금리로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던 온라인 사업자를 위한 대출'이라는 취지에 부합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고신용자 2307명인데, 모두 씬파일러?
전문가 "고신용자 쏠림, 설명 어려워"

하지만 전문가들의 평가는 달랐습니다. 

ACSS를 적용해 씬파일러를 대상으로 대출 취급이 이뤄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전체 차주의 80.3%가 고신용자라는 점은 설명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한 경영학 전문가는 "이 상품은 중저신용자가 아니라 씬파일러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신용자 비중이 높다는 점을 무조건 지적하긴 어렵다"면서도 "그렇다면 80.3%의 차주들이 모두 씬파일러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통상적으로 고신용자는 대출이나 신용카드 사용 등 금융 이력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이 빌리고 잘 갚을수록 신용도도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앞서 의원실 자료를 통해 살펴본 NICE 신용평점 기준 850점 이상에서 1000점 사이의 차주는 모두 2307명. 이들이 모두 씬파일러일 가능성보다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통신이나 유통 등 비금융 정보를 다양하게 확보하고 있는 만큼 ACSS에 대한 업계 안팎의 기대가 컸다"며 "하지만 차주들이 신용평가사 기준으로 고신용자였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1월 대출 실행률 16%
전문가 "고신용자, 금리민감도↑"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의 승인률과 실행률을 살펴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승인률은 37.1%, 실행률은 16%였습니다. 

서지용 교수는 "대출 신청자 10명 중 4명만 승인을 받은 것인데 문턱도 생각보다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실행률이 16%에 불과하다는 것은 대출 승인을 받고도 대출 조건이 생각 만큼 좋지 않았다는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의 가중평균금리는 연 6%입니다. 

가중평균금리란 실제 취급된 상품의 금리를 사용빈도나 금액 비중으로 가중치를 두고 평균을 낸 것입니다.

NICE 신용평점 기준 1000점 이하 950점인 차주 10명의 경우 가중평균금리는 5.8%였습니다. 이밖에 ▲950점 이하 900점은 연 5.2% ▲900점 이하 850점은 연 6.3%였습니다. 

NICE 기준 고신용자라도 가중평균금리는 5%를 훌쩍 넘은 것입니다. 고신용자는 금리 민감도가 높은 만큼 결국 대출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한 경영학 전문가는 "신평사 기준 신용도는 높지만 금융 이력이 없어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는 경우 상당히 낮은 금리를 적용받지 않으면 이 상품을 이용할 리 없다"며 "이런 분들은 금리 민감도가 높기 때문에 생각보다 금리가 조금이라도 높다면 안 빌리거나 아껴쓰면 된다는 쪽으로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고신용 '쏠림'…은행과 다를 바 없어
대안신용평가 시스템 차별화 '관건'

네이버파이낸셜은 금융위원회의 '지정대리인 제도'를 통해 이 상품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지정대리인 제도는 빅테크 등이 개발한 혁신금융 서비스를 기존 금융사와 함께 운영할 수 있는 규제 샌드박스입니다. 

이를 통해 현재 네이버파이낸셜은 우리은행, 미래에셋캐피탈과 함께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신용평가시스템 하에서 저평가된 금융소비자, 온라인 사업자에게 ACSS를 적용해 유리한 조건의 대출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목표입니다.

네이버파이낸셜 측은 "신용점수가 낮은 분들을 위한 대출이 아니라 신용데이터가 부족하거나 기존의 평가 방식에서는 대출이 어려운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상품"이라고 강조합니다. 

실제 차주들의 2030 세대, 1년 미만 사업자 비중만 봐도 증명된다는 것이 네이버파이낸셜 측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고신용자 비중 '80.3%'를 설명하기엔 부족합니다. 전문가들은 대안신용평가 시스템을 구축·운영하는 핀테크, 빅테크기업과 인터넷전문은행도 모두 같은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서 교수는 "물론 씬파일러가 모두 중저신용자라고 볼 순 없지만, 네이버파이낸셜의 차주 비중만 본다면 기존 금융권과 크게 다를 바 없다"며 "자체 신용평가, 대안신용평가 시스템을 본격화하기 위해선 데이터 솔루션에 대한 기능을 고도화하고 데이터 베이스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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