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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까'페] ‘70조원’ 리츠, 강남 아파트는 없는 이유

SBS Biz 이광호
입력2021.12.23 16:45
수정2021.12.23 17:01


지난해 4월, 대우건설은 서울의 대표적 재건축 아파트 단지 중 한 곳인 반포주공 1단지 3주구에 리츠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재건축 이후 나오는 일반분양 물량을 리츠로 만들어 8년간 임대하고 이후 분양하거나 재임대하겠다는 계획으로, 강남 아파트의 시세차익과 임대 수익을 일반 투자자도 누릴 수 있다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서울시에서 일반분양 물량은 제도대로 일반분양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반대해 결국 무산됐습니다. 

덩치 커졌지만…'상업용 편식' 여전
올해 국내 리츠는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상장된 리츠의 시가총액은 오늘(23일) 종가 기준 7조387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70% 넘게 급증했습니다. 전체 리츠 개수도 올해 들어 처음 300개를 넘겼고 자산규모도 처음으로 70조원을 넘었습니다. 
[주택 리츠의 공공·민간 비중. 자료: 한국리츠협회]

하지만 유독 주거용 부동산을 자산으로 삼은 리츠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국내 리츠 316개 중 주택 리츠는 154개에 달하지만, 대부분은 공공임대 혹은 공공지원 민간임대 리츠입니다. 실제 순수 민간에서 운영하는 주택 리츠는 21곳에 불과하고, 이 중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곳을 찾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민간 기준 리츠의 상당수를 구성하는 곳은 오피스 빌딩입니다. 전체의 48%,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은 리테일이 27%, 그리고 최근 들어서 성장하는 물류 리츠가 10% 등입니다. 

'시세차익'이 오히려 리츠 진입 막아
KB부동산 시세 기준 올해 서울의 아파트값은 15.4% 올랐습니다. 지난해 평균 8.33%의 수익을 낸 리츠에서 충분히 탐낼 만한 자산입니다. 하지만 아파트 리츠가 생기지 않은 이유가 오직 앞서 보신 것처럼 지자체와 정부에서 막아섰기 때문일까요?

우리나라 주택은 거의 대부분 개인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통계청의 '2020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전체 주택 1852만6000호 중 개인의 보유 비중은 86.2%에 달했습니다. 그리고 이들 주택 중 상당수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부동산 임대 방식인 '전세'로(최근엔 '반전세'까지) 시장에 공급됩니다. 
[자료: 통계청]

장문준 KB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리츠의 여러 제도적 문제점도 있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우리나라는 리츠가 생길 수 없는 구조의 시장"이라면서 "법인 소유 주택의 월세가 일상화된 미국이나 일본에선 리츠가 생길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 

전세는 기본적으로 시세차익을 노리는 부동산 투자 행위입니다. 주택을 구입하기에 부족한 투자금을 전세금으로 메우고 전세 기간의 금융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나중에 집값이 올랐을 때 팔아 차익을 얻죠. 

올해 서울의 아파트 투자자들은 세금 등 다른 변수를 제외한다면 괜찮은 수익을 올린 셈입니다. 주택 가격이 꾸준히 우상향했다는 '부동산 불패' 신화와 그를 뒷받침하는 최근 몇 년간의 주택 가격 상승세가 주택의 개인 소유 열풍을 유지시켰고, 그 결과 리츠는 진입할 수 없었습니다. 

리츠 상품을 홍보하는 흔한 문구 중 하나가 '커피 한 잔 값으로 건물주가 된다'는 내용입니다. 커피 한 잔 값으로 건물주가 될 수는 있어도, 강남 아파트를 보유하긴 앞으로도 어려울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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