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은행 국내사업 또 축소…규제에 경쟁도 밀려 ‘탈한국’
SBS Biz 오정인
입력2021.12.13 15:21
수정2021.12.13 17:24
[뉴욕멜론은행이 지난 8일 열린 제22차 금융위원회 회의에서 서울지점의 금융투자업 폐지 승인을 받았다. 사진은 뉴욕멜론은행 CI 이미지. (자료: 뉴욕멜론은행 홈페이지)]
뉴욕멜론은행이 국내 사업을 축소합니다. 소비자 금융 부문의 단계적 폐지 절차를 진행 중인 한국씨티은행에 이어 지난 캐나다 노바스코셔은행이 서울지점을 폐쇄한 가운데 외국계 은행의 이탈 현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늘(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8일 제22차 금융위원회 회의를 열고 뉴욕멜론은행 서울지점의 금융투자업 폐지 승인을 의결했습니다.
뉴욕멜론은행은 지난 1988년 서울지점을 설립한 뒤 일반 및 사업자금 대출 영업을 시작으로 국내 기업과 기관 대상 외화자산운용·관리 등 업무를 맡아왔습니다.
지난 2006년에는 서울 자산운용사무소를 열었고, 이후 2014년 투자자문업을 재인가 받았습니다. 2년 전인 2019년에는 전주사무소 개설 등으로 사업을 확대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금융투자업 폐지 조치로 뉴욕멜론은행 서울지점 신탁업무는 중단되며, 기업 수신 기능만 유지하게 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뉴욕멜론은행 측은 "기업 신탁 사업에 대한 종합적 검토를 거쳐 한국 시장에서 신탁 사업을 종료하게 됐다"며 "핵심 업무에 집중해 뉴욕멜론은행 고객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내린 전략적 결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조치로 기업 신탁 사업은 종료되지만 투자자문과 증권·재무서비스, 외환트레이딩, 기타 투자 솔루션 영역에서 인재 채용과 시니어 인력재배치 등으로 대고객 서비스를 더 강화한다는 방침입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이 국내 시장서 사업을 축소하거나 아예 폐지하는 것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전세계적으로 비용 축소, 각국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성 악화 등이 이어진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2013년 영국 HSBC가 국내 소비자 금융을 청산한 뒤 2015년에는 영국 국영은행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가 사업을 접었습니다. 2017년에는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와 미국 골드만삭스가, 2019년에는 호주 맥쿼리은행도 국내 시장을 떠났습니다.
당시 RBS의 경우 한국과 홍콩 등 아시아국가,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서도 사업을 철수했습니다. 모두 30개국에서 사업을 철수하거나 축소했습니다. 바클레이스 역시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 6개국에서 사업을 철수하고 일본과 인도, 중국, 싱가폴 등 4개국의 사업을 축소했습니다.
미국 시티그룹은 지난 4월 한국과 호주, 중국 등 13개국에서 소비자금융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한국씨티은행은 소비자 금융 부문의 단계적 철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10월 캐나다 노바스코셔은행이 서울지점을 폐쇄했습니다.
이번에 금융투자업을 철수키로 한 뉴욕멜론은행 서울지점은 지난해 127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폭을 키웠습니다. 이처럼 외국계 은행의 사업 축소 및 철수는 국내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 영향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 정책이 일관성 있게고 예측 가능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그런 점이 부족하다"며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금융권에 대한 장벽이 높고 규제가 강하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서 영업중인 외국은행 지점 수는 43개입니다. 지난 2015년 57개보다 14개 줄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금융권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출 규제, 배당성향 제한 등이 더해지자 아시아 금융허브로 도약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 교수는 "외국계 은행이 영업을 유지·확대하면 국내 은행에도 선진금융 기법을 적용하는 계기가 되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국내 은행과 경쟁이 워낙 어려워져 한국을 빠져나가는 외국계 은행이 늘고 있는데, 정부의 규제가 최소화되지 않는다면 이같은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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