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까'페] 같은 제도 다른 방식…한도제한계좌 해지 기준 ‘제각각’
SBS Biz 오정인
입력2021.12.10 18:05
수정2021.12.10 18:31
대포통장과 같은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예방을 위해 도입된 '금융거래한도계좌'와 관련해 불편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3개월 이상 급여이체 또는 카드결제대금 납부 등 일정 요건을 갖춰야 한도제한을 풀 수 있는데, 절차 자체가 번거롭기 때문입니다.
한도제한계좌, 대포통장 등 방지 위해 도입
출금·이체 등 1일 금융거래 금액 제한
오늘(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지난 2015년부터 금융거래 목적 확인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금융사기 및 범죄 등에 사용되는 대포통장 개설을 막기 위해 계좌발급 요건을 강화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은행에서 통장을 개설하는 경우 금융거래 목적을 확인받아야 합니다. 해당 계좌를 급여통장으로 쓰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재직증명서나 급여명세서를 제출하거나, 공과금이나 관리비 이체를 증빙하는 등의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같은 금융거래 목적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 다시 말해 일정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면 통장은 금융거래한도계좌(한도제한계좌)로 개설됩니다.
한도제한계좌는 하루 출금 및 이체한도가 제한됩니다. 5대 주요 시중은행의 경우 자동화기기(ATM) 인출 및 이체는 30만 원, 모바일뱅킹 등 전자금융거래 이체 30만 원, 창구거래는 인출과 이체를 포함해 100만 원까지만 가능한 방식입니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는 모바일 이체 200만 원, ATM 출금이나 이체는 100만 원으로 제한되며, 케이뱅크는 모바일 이체과 ATM 출금·이체 각각 100만 원씩 가능합니다.
한도제한 해제하려면 영업점에 서류 제출
3개월 이상 급여이체 등 전제조건 갖춰야
이처럼 한도가 제한된 한도제한계좌를 사용하는 데 아무 불편이 없어 계좌를 그대로 유지하는 소비자들도 있지만, 한도제한을 해제하고 싶은 소비자들도 있을 것입니다.
한도제한을 푸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개인 고객의 경우 재직증명서나 급여명세서, 근로소득 원천징수 영수증,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등 은행이 정한 증빙서류 중 한 가지를 제출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런 증빙서류를 제출하려면 일정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3개월 이상 급여이체 기록이 있거나 은행 계열 카드사의 신용카드 결제대금 납부 실적이 있어야 한다"며 "은행마다 정한 요건을 갖춘 고객이 증빙서류를 제출하는 경우에만 한도제한 해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한 시중은행에서 '계좌를 만들면 2만 원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해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한 A씨는 영업점을 두 번이나 방문했지만 한도제한 해제를 하지 못했습니다. 3개월 이상 급여이체 기록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같은 은행이라도 영업점마다 해제 요건 달라
은행 "직장 인근 영업점 등 융통성있게 적용"
문제는 실제 적용되는 기준이 영업점마다 달라 소비자 입장에선 혼란스럽다는 점입니다. 한도계좌로 급여를 받은 B씨는 영업점을 방문해 한도제한 해제를 요청했지만 "4대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당했습니다.
반면, 한도계좌를 개설한 뒤 한 번 급여를 받은 뒤 재직증명서를 제출했더니 바로 한도제한이 해제된 사례도 있습니다. 실제 한도계좌 해제를 위해 영업점을 찾은 소비자들 사이에선 '직원 하기 나름'이라는 불만도 나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증빙서류를 제출할 수 있는 기본 요건과 증빙서류 종류 등은 은행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큰 틀에선 유사하다"며 "다만 영업점마다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직장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영업점이나 직장과 거래를 하는 은행이라면 3개월 급여이체와 같은 요건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서류만 제출하면 한도제한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은행마다도 요건이 다른데, 같은 은행의 영업점별로 기준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국의 모든 영업점에서 100% 동일한 요건과 기준을 요구할 경우 서류를 위변조해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되면 대포통장 등을 막기 위한 금융거래 목적 확인제도 취지와 어긋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영업점마다 차이를 두는 것이 소비자 편익을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영업점 인근에 있는 직장에 입사 한 지 한 달도 채 안 된 고객이나 직장의 주거래 은행인 경우 급여이체 실적이 없어도 바로 한도해제가 가능하다"며 "고객이 인근 직장에 다니는 것이 명확하고, 재직 중인 것이 확실하다는 판단 하에 영업점마다 융통성있게 절차를 진행한다"고 말했습니다.
본인이 한도제한계좌를 해제할 수 있는 요건인지 아닌지 고객센터를 통해 문의하더라도 제대로된 답변을 받기 힘든 이유입니다.
인터넷은행은 앱으로 서류 촬영 후 전송
인뱅 "위변조 여부도 검증…1~2일내 완료"
더구나 기존 은행은 무조건 영업점을 방문해야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애플리케이션으로 빠르고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점도 차이가 있습니다.
요건을 갖춘 뒤 서류를 구비해 직접 영업점을 방문해야 하는 시중은행과 달리 인터넷전문은행은 종이서류를 사진으로 찍어 애플리케이션으로 전송하면 1~2일 안으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험사 애플리케이션으로 보험청구를 할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제출해야 하는 서류를 휴대전화로 촬영해 파일을 전송하는 방식입니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서류 위변조 여부 등을 사람이 직접 확인하거나 알고리즘으로 인식해 검증하는 작업을 거친다"며 "서류에 문제가 있거나 추가적으로 보완할 부분이 있다면 고객에게 다시 안내를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시중은행은 이런 방식에 대해 조심스런 반응입니다. 대포통장 등 금융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도입된 만큼 고객과 증빙서류 및 이체기록 등을 대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전문가 "금융사기 방지 위한 제도는 중요"
다만 소비자 입장으로 접근해야…銀 변화 필요
물론 고객의 필요에 의해 혹은 고객이 원해서 한도제한계좌를 개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거래 목적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고 최대한 빠르게 계좌를 개설해야 하거나 오랜 기간 사용하지 않아 일반계좌에서 한도제한계좌로 전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자라면 한도제한을 해제할 필요가 적지만, 후자라면 이야기는 다릅니다. 제한 금액 이상으로 거래를 원할 경우 한도제한을 하루라도 빨리 풀어야 하는데 요건도 까다로운 데다 영업점 기준을 미리 파악하기도 어려워 일단 무조건 영업점을 방문해야 합니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도제한계좌가 금융사기 피해예방을 위해 도입된 만큼 한도제한 해제에 일정 요건을 두는 것은 맞다"면서도 "영업점마다 기준을 다르게 하는 것은 은행 영업시간을 영업점마다 차이를 두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고객 입장에선 자신에게 '유리한' 영업점을 찾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피로감만 가중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울러 정 교수는 "인터넷은행은 영업점이 없어 모든 업무가 비대면이지만, 증권사와 보험사 등 다른 업권에서도 비대면으로 증빙서류를 받는 만큼 기존 은행들도 위험성을 최소화해 비대면 방식을 검토해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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