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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팔달] 신동빈 회장이 ‘메기’ 푼 이유…외부수혈로 경영쇄신

SBS Biz 장지현
입력2021.12.01 14:22
수정2021.12.01 18:10

[앵커]

롯데그룹은, 연봉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한번 채용하면 정년을 거의 보장하는 종신고용 인사 문화가 있었죠.

이런 배경 때문인지 공채 중심의 순혈주의도 상당히 강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기업이 성장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최근 쿠팡 같은 이커머스 업체뿐만 아니라 경쟁사인 신세계그룹에 비해서도 롯데그룹이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오자 신동빈 회장은 결국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장지현 기자와 롯데그룹 인사와 관련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그룹의 주력인 유통부문, 누가 영입됐는지부터 간단하게 정리해 주시죠.

[기자]

유통 총괄 대표로 한국 P&G 대표와 동남아시아 총괄사장, 홈플러스 부회장을 지냈던 김상현 부회장이 선임됐습니다.

백화점 사업부 신임 대표로는 지난 2019년 신세계그룹에서 영입된 정준호 대표가 내정됐고요.

호텔 총괄 대표로 글로벌 컨설팅 회사 출신 안세진 사장, 롯데컬처웍스 대표로는 최병환 CGV 전 대표가 영입됐습니다.

유통 사업부는 파격적으로 인사 교체가 이뤄진 겁니다.

[앵커]

외부에서 대표이사를 영입하는 부분이 사실 있을 법한 일이잖아요.

딱히 새로운 것 같진 않아 보이는데, 롯데에서는 파격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라고요?

[기자]

네, 1979년 롯데쇼핑 설립 이후 외부 인사가 대표를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롯데의 한 직원은 "롯데그룹은 연공서열 문화가 있어서, 직원들도 당연히 '선배들이 차례차례 임원이나 대표 자리를 맡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며 "이런 것들이 깨진 것이라 다소 충격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지금까지는 롯데백화점 출신이 계열사 주요 직을 꿰찬다는 암묵적인 인사 방향이 있었는데 그만큼 상징적 의미가 있는 백화점 수장이 심지어 경쟁사 출신으로 교체됐다는 점도 내부에서는 예상치 못한 부분이었다는 평가입니다.

[앵커]

결국 신동빈 회장이 인사를 통해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고 보면 되는 건가요?

[기자]

맞습니다.

과거 경영권 분쟁에 중국 사드 보복 등 그룹 안팎에서 각종 악재에 잇따라 터진 것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기존 임직원들이 과거의 성공에 취해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면서 그룹이 위기에 처했다는 겁니다.

특히 쿠팡이 쏘아 올린 온라인 쇼핑으로의 전환보고, 신세계그룹 같은 경우 쓱닷컴을 강화하는 등 사업을 전면적으로 쇄신을 하면서 코로나19 위기까지 잘 넘겼지만 롯데쇼핑은 신 회장이 수차례 옴니채널을 강조하고 온라인 전환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현장에서 실행이 되지 못했다는 평가입니다.

[앵커]

유통공룡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시대에 뒤처진 행보를 보였단 지적이네요.

현재 실적은 그럼 어떻습니까?

[기자]

네, 부진한 경영 성과는 실적으로 고스란히 반영됐습니다.

롯데쇼핑은 올 3분기까지 매출 11조7892억 원, 영업이익 98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은 3.6%, 영업이익은 40.3% 감소했습니다.

반면 이마트는 매출 11조3768억 원, 영업이익 2,237억 원으로 같은 기간 매출은 7.7%, 영업이익은 6.3% 증가했고, 쿠팡도 3분기까지 매출이 16조 원으로 연 매출 20조 원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서용구 /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롯데가 실패했다고 볼 수 있죠. 가장 먼저 옴니채널을 외쳤지만, 실질적인 성과면에서 실패했다고 보여지고요. 쿠팡뿐만 아니라 이마트그룹은 쓱닷컴 이베이 인수를 통해서 디지털 전환에 어느 정도 성공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롯데는 롯데온 성과가 저조하죠. ]

[앵커]

또 이번 인사와 더불어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호텔롯데 상장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요?

[기자]

네, 호텔롯데 상장, 한일 롯데그룹의 연결고리를 약화시키고 지배구조를 재정비하기 위한 핵심 작업입니다.

하지만 핵심사업인 면세점이 중국의 한한령과 코로나19에 부침을 겪으면서 상장 작업도 계속 뒤로 밀렸습니다.

성공적인 상장을 위해서는 위드코로나 시행 이후 면세사업도 이에 맞춰 실적을 부활시켜야 하는데 신 회장이 내부 인사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번 인사가 '유통 명가' '유통업계 맏형'의 명예를 회복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여기에 대한 전망은 어떤가요?

[기자]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나 반신반의입니다.

일단 파격인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쪽에서는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는 만큼 외부 전문가의 시선으로 롯데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작업이 필요했고 이게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롯데의 한 직원은 "롯데그룹은 소위, 상명하복의 문화가 있는데 때문에 아래서 위로의 혁신은 어려웠다"며 "위에서 지시하는 게 그대로 현장에 적용된다면, 차라리 대표이사 교체가 답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반세기 동안 쌓아온 롯데의 경영 문화를 대표이사 교체로 해결 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도 여전합니다.

[앵커]

당장 대표이사들의 앞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요?

[기자]

김상현 유통 사업군 총괄대표는 역시 온라인 중심으로 사업을 재건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되고요.

안세진 대표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수년째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호텔롯데 상장을 성공시키라는 특명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정준호 대표는, 대중적 이미지가 강한 롯데백화점을 고급화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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