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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량주 장기투자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 [김탁 유진자산운용 이사]

SBS Biz 최서우
입력2021.11.17 16:48
수정2021.11.22 09:57



3000선 문턱 걸린 코스피 지수,
'디커플링' 원인부터 이해하자

■ 기준금리 인상에 외국인 매도세 촉발
■ 미국 상징성 강화도 원인 중 하나
■ 숙제 많은 2차전지업...해결할 숙제多




[김탁/유진자산운용 이사] 현재 대한민국 주식 시장은 미국에 비해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이른바 '디커플링*'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데요. 이를 이해하려면 최근 미국과 한국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디커플링이 왜 왔는지 등의 원인 분석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 원인은 유동성 이슈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물가가 오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을 일시적 현상으로 이해하고, 금리 인상에 인내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유동성 회수에 대해 보수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거죠.

반면 한국은행은 이미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고 추가적으로 인상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물론 한국은행에게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기 전에 우리가 선제적으로 행동한다'라는 논리가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외국인들의 입장은 다릅니다. 정말 경기가 좋아져서 금리를 올리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생겨나고 있고, 그러다 보니까 매도세도 촉발하고 있는 거죠.

* 디커플링: 국가와 국가 또는 한 국가와 세계 경기 등이 같은 흐름을 보이지 않고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현상



두 번째 원인은 미국 상징성 강화입니다. 팬데믹이 종료되려면 백신과 치료제의 역할이 중요한데, 지금 미국 기업인 화이자와 모더나가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는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헤게모니를 미국이 갖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 가능합니다.

전기차 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전 세계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스탠더드라고 할 수 있는 건 결국 미국이거든요. 특히 테슬라는 전기차를 만들 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로봇 택시로의 확장을 보이는 등 선구자적인 면을 나타내고 있어 유동성을 흡수하고 있는 겁니다.



한국의 상황도 살펴보겠습니다. 최근 메타버스와 NFT 등 신기술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와 관련된 로블록스, 엔비디아, AMD 등 미국 기업 주가가 급등 중입니다. 그런데 삼성전자 등 우리 반도체 기업은 아직 그런 수혜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의 시가총액 상위 기업 중에는 2차전지업이 많습니다. 그런데 자동차 화재사고로 인한 배터리 리콜,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내재화 등 여러 걸림돌이 있어 이들 기업이 꾸준히 수익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물적 분할 이슈까지 녹아 있어 숙제를 많이 안고 있는 느낌이다 보니, 코스피 지수도 3000선 밑에 머물고 있는 겁니다.



한국 증시 상황이 이렇다고 해서 미국 주식에 올인해야 되는 건 아닙니다. 미국 주식을 오랫동안 봐왔고 정보를 많이 알고 있다면 계속 투자를 해도 되겠지만, 한국 주식이 나쁘다고 미국으로 가는 경우라면 기회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거든요.

여전히 한국에는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고 주가가 10배씩 오를 수 있는 종목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지수 관련 ETF 투자를 할 게 아니라면 지수에 너무 연연하지 마시고, 장 자체가 어렵기는 하지만 좋은 종목은 충분히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성장주 발견하는 7가지 기준
'CANSLIM' 기법을 기억하라

■ 윌리엄 오닐 캔슬림 기법, 한국식 해석 필요
■ 매출·이익·사업방향 등 다양한 기준 존재
■ 심플한 접근이 수익 올리는 열쇠




[김탁/유진자산운용 이사] 미국의 전설적인 주식 투자자 윌리엄 오닐이 만든 '캔슬림(CANSLIM)' 기법이라는 게 있습니다. 어떤 주식이 성장주가 될만한 지 보여주는 7가지 징조인데요. 저는 이 방법을 한국 증시에 맞게 다듬어서 접목하고 있습니다.

캔슬림 기법의 C는 현재 주당 분기 순이익, A는 연간 순이익 증가율입니다. 저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확인하는 편인데요. 분기 실적이 15% 이상 성장한 곳 중에서 연간 실적도 15% 이상 성장한 곳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N은 신제품, 신경영, 신고가입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기술과 전략을 연구하는 회사, 기존의 시장을 넘어 또 다른 시장에 진출하는 회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거고요. 또 그런 회사가 신고가에 도달했다면 반드시 들여다봐야 된다는 겁니다.

S는 수요와 공급입니다. 주식 수가 너무 많은 곳은 사지 말라는 내용인데, 사실 지금의 한국 증시와는 맞지 않는 내용이라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L은 주도주와 소외주입니다. 저는 개인 투자자분들께 무조건 주도주에 주력하라고 말씀드리고 있는데요. 물론 밑바닥에 깔려있는 주식을 사서 투자하는 방법도 있지만, 개인 투자자가 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방법입니다. 그래서 소외주는 오랫동안 소외될 가능성이 높으니 주도주에 주목하는 걸 추천 중입니다.

I인 기관의 뒷받침은 L과 연결됩니다. 이건 기관 투자자들의 관심 여부를 말하는데, 이들이 배제시킨 종목은 투자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마지막인 M은 시장의 방향입니다. 지수가 약세장이면 뭘 해도 안 되니 현금화를 시키라는 내용인데요. 그렇다면 약세장이 언제인지 궁금하실 텐데, 제가 말하는 약세장은 지수가 고점에서 20% 이상 빠졌거나 모든 종목을 둘러봐도 살 게 없을 때를 말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코스피가 하락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약세장이라고 하기는 어렵고요.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매수보다 매도가 중요한 주식투자,
자신만의 기준을 가져라

■ 원하는 목표가 달성했을 때 과감한 매도 필요
■ 최고가 매도, 최저가 매수는 '착각'
■ 유연한 태도 갖는 것도 중요 포인트




[김탁/유진자산운용 이사] 주식투자에서는 매수보다 매도가 더 중요합니다. 저는 주식을 팔 때 세 가지 원칙을 기반으로 팔고 있는데요. 첫 번째 원칙은 '매수할 때와 현재의 가정이 달라졌을 때'입니다. 만약 A라는 종목을 매수했는데 몇 달 뒤 경영 전략이나 수치가 달라진다면 가격과 관계없이 무조건 매도합니다.

두 번째는 '원하는 목표가가 왔을 때'입니다. 목표가에 도달하면 기계적으로 30%를 매도하고요. 이후에는 다시 한번 목표가를 분석합니다. 다시 분석했는데도 목표가를 올릴 여지가 없다면 30%를 추가 매도합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40%를 남기게 되는데요. 이건 제가 틀릴 수도 있다는 걸 가정해서 가지고 있게 되는 겁니다.

세 번째는 '더 좋은 주식이 생겼을 때'입니다. 투자금은 무한정하지 않기 때문에 갖고 있는 것보다 더 좋아 보이는 종목이 있다면 파는 겁니다.

사실 좋은 종목을 사는 건 쉽습니다. 그런데 잘 파는 건 정말 어렵습니다. 그러니 개인 투자자분들께서는 최고가에 팔려고 하지 않고, 최저가에 사려고 하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바닥에서 사려고 하는 건 굉장한 착각이고, 물론 한 번은 맞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에는 그로 인한 자만심이 투자를 나락으로 이끌 수도 있습니다.

우량주 장기투자 전략?
투자에 '무조건'은 없다


■ 투자에서 기간보다 중요한 건 가격
■ 우량주 장기투자 전략 200% 비동의
■ 우량주 선정 능력 및 장기 개념 수립 필요




[김탁/유진자산운용 이사] 사실 저는 투자의 기간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량주를 장기투자하면 무조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도 200% 동의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가설이 성립하려면 투자자가 우량주 선정 능력이 있다는 가정이 필수적이고요. 여기에 장기라는 개념이 도대체 몇 년인지도 알아야 하는데, 이건 아무도 확신할 수 없는 부분이거든요.

테슬라, 엔비디아, 애플을 장기투자해서 수익을 낸 분들이 계시기는 하지만 의외로 이들 기업이 수익을 낸 구간은 짧습니다. 테슬라만 해도 갑자기 많이 오른 구간은 1년 정도 밖에 안 됩니다. 삼성전자도 우량주는 맞지만 고점에서 주가가 20~30% 빠진 해가 많고요. 그러니 좋은 종목을 오래 투자하면 수익이 난다는 고정관념은 조금 버리셔도 될 것 같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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