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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가 인사이드] ‘현대캐피탈 18년 수장’ 내려놓은 정태영…홀로서기 시험대?

SBS Biz 이한승
입력2021.11.10 14:19
수정2021.11.10 17:54

[앵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사위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최근 현대캐피탈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왔습니다.

대표이사에 오른 지 무려 18년 만의 일입니다.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까지 현대차그룹의 금융 3사를 맡아왔던 정태영 부회장의 퇴진을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룹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할 수도 있다는 관측과 함께 정태영 부회장도 본격적인 홀로서기의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한승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거의 20년을 대표이사로 있었던 회사를 떠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요.

정태영 부회장이 현대캐피탈에서 떠나게 된 게 갑자기 벌어진 일인가요?

[기자]

아니오, 조짐은 있었습니다.

현대차그룹의 금융 3사인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이 지난 4월 정태영 부회장 단독 체제에서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한 건데요.

이때만 해도 각 사별로 전문경영인을 배치해 전문성을 높이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9월 정태영 부회장이 현대캐피탈 대표직에서 사임하자 앞서 진행된 각자 대표체제 전환이 사임을 위한 사전작업이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앵커]

정 부회장 퇴진 이후 현대캐피탈은 나름대로 조직 재정비에 나서는 모습이라고요?

[기자]

정태영 부회장과의 선 긋기로 해석될 만한 움직임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 부회장의 아내이자 정몽구 명예회장의 딸인 정명이 현대커머셜 사장이 2017년부터 맡아왔던 현대캐피탈 브랜드 부문 사장 자리에서 내려왔고요.

현대캐피탈은 정 부회장이 물러난 직후 현대카드에서 직무를 겸직하던 임원 29명을 일제히 정리하고 조직개편도 단행했습니다.

현대캐피탈 측은 현대카드와 분리되는 과정에서 양사 공통으로 있던 조직이 해산돼 인사 명령이 난 것일 뿐 다른 의미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정명이 사장을 비롯해 정태영의 사람들이 자취를 감추는 것을 두고 '정태영 흔적 지우기'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한 지붕 두 가족'이었던 여의도 사옥에서 이전해 정 부회장과 거리 두기에 나설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이에 현대캐피탈은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통상 수장을 물갈이할 때는 실적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이번 경우도 실적 부진 때문일까요?

[기자]

실적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정태영 부회장이 현대캐피탈 대표이사에 취임했던 게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인 지난 2003년인데요.

당시 현대캐피탈은 2천억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던 기업이었지만 지금은 4천억 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회사가 됐습니다.

그래서 실적이 아닌 다른 이유가 정 부회장 사임의 이유로 분석됩니다.

[앵커]

다른 이유라고 하면 어떤 이유일까요?

[기자]

표면적인 이유는 현대카드 경영에 더 집중하겠다는 것입니다.

최근 카드 업계를 보면 카드 수수료 재산정 문제나 금융당국의 카드론 규제 등 악재가 많고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을 앞세운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요.

이런 이슈들에 대응하고 카드업에 집중하려면 캐피탈까지 경영하는 게 부담된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앵커]

표면적이라는 건 속내는 다를 수 있다는 건가요?

[기자]

그룹 상황을 봐야 하는데요.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0월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회장이 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그룹 내 경영진들의 세대교체도 빨라지고 있는데요.

이 상황에서 정의선 회장의 매형인 정태영 부회장이 그룹에 남아있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만약 현대차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하게 되면 공정거래법상 금융계열사를 정리해야 하는 이슈도 있는데요.

이런 부분들이 정태영 부회장의 독립을 전망하는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서지용 /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 현대차의 캡티브 마켓(내부거래) 역할을 하는 현대캐피탈을 현대자동차그룹에서 포함시키고, 나머지 금융 2개사는 아마 계열 분리가 되지 않을까….]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전망에 코로나19로 반도체 수급 부족 등이 일어나 본업에 비상이 걸린 상황인 만큼 현재는 지주사 전환을 검토하진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결국 그룹 내에서 정태영 부회장이 홀로서기를 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거네요?

[기자]

의존도가 높았던 현대차그룹의 그늘에서 벗어났을 때 새로운 도전을 할 수밖에 없는 건데요.

만약 현대카드가 계열분리로 그룹에서 빠져나오게 되면 70%가 넘을 정도로 높은 의존도를 보였던 현대차와 기아에 대한 내부거래 비중이 줄면서 기업가치에는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습니다.

여기에 불안해진 내부 분위기도 숙제입니다.

'한 지붕 두 가족'일 때에는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을 오가며 일을 할 수 있었는데요.

직원들 사이에서는 자동차 할부금융에서 현대차그룹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을 가진 현대캐피탈에서 더 이상 일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즉, 이제부터 성과도 챙기면서 내부 분위기도 다잡아야 하는 숙제가 정 부회장에게 주어진 셈이어서 이번 현대캐피탈 대표 사임이 정 부회장에게는 새로운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한승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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