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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압박 이어 정보 공개까지 요구한 미국…부담 커진 삼성전자

SBS Biz 김기호
입력2021.09.24 15:41
수정2021.09.24 15:51



미국 정부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에 자국 투자에 이어 기업 정보 공개까지 요구하고 나서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계 부담이 한층 가중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미국 정부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의 원인을 파악하려는 취지라고 밝히면서도 협조하지 않으면 제재할 가능성까지 언급해 기업들은 민감한 정보를 공개해야 할 지 난감한 처지입니다.

24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은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주관으로 반도체 업계와 화상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회의 참석 업체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TSMC, 인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제너럴 모터스, 포드, 다임러, BMW 등으로 전해졌습니다.

삼성전자에서는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화상으로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고, 백악관의 반도체 대책 회의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45일 내로 반도체 재고와 주문, 판매 등 공급망 정보를 담은 설문지를 제출하라'고 요구했고, 자동차가 주력 산업인 미국 정부로서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의 원인을 파악하고 공급난 사태를 해소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됩니다.

러몬도 상무 장관은 "공급망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파악해 문제를 예측해 공급망 투명성을 높여나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만약 기업들이 정보 공개에 협조하지 않으면 미국 정부는 국방물자생산법(DPA)을 근거로 정보 제출을 강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습니다.

미국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에 당장 반도체 업계에서는 내부 정보 유출 우려와 함께, 미국 정부의 요구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은 "미국 정부가 정보 제출 시일을 45일로 특정한 것은 생산 기간이 짧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을 타깃으로 한다는 뜻"이라며 "그러나 정보 공개 대상은 차량용 반도체를 거의 만들지 않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체 기업으로 삼다 보니 기업들은 영업정보가 노출되는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회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은 IT 반도체가 주력이므로 당장 직접적인 영향이 크지 않겠지만, 정보 공개로 인해 수요자들에게 재고 정보가 더욱 많이 전해지면서 공급 업체들이 불리한 처지에 놓일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170억달러 규모의 미국 파운드리 제2공장 부지 선정을 앞둔 데다, 인텔 등이 미국 정부의 요구에 화답으로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선언하며 삼성도 동참해야 하는 부담이 조성된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반도체 공급망 정보 공개 요구까지 불거지며 부담이 가중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미중 패권 다툼에 따라 중국의 견제도 불가피해 샌드위치 신세인 우리 기업들은 곤혹스러운 처지입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회의에서 파운드리 공장 부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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