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신용불량 알고 돈 빌려줬다면 연체해도 사기죄 물을 수 없어”
SBS Biz 정윤형
입력2021.09.21 10:39
수정2021.09.21 10:54
신용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도 돈을 빌려줬다면, 제때 돈을 받지 못해도 사기죄를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습니다.
A 씨는 2015년 2월 "돈을 융통할 곳이 없다"며 평소 알고 지낸 B 씨에게서 2천만 원을 빌렸습니다. A 씨는 돈을 갚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실직을 겪으면서 연체 기간은 늘어났습니다. 결국 그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2심은 A 씨가 돈을 빌릴 당시 이를 갚을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A 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A 씨가 당시 3억5천만 원의 채무가 있었고 월수입이 200만 원이 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A 씨에게 사기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B 씨가 A 씨의 어려운 신용 상황을 알고 돈을 빌려준 점에 비춰 사기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형사 범죄가 아닌 민사상 채무불이행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B 씨가 A 씨를 2000년께 처음 알게 된 뒤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등 경제적 형편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는 게 재판부 판단입니다.
또 A 씨가 돈을 빌리면서 "돈을 융통할 곳이 없다"며 적극적으로 신용 부족 상황을 알렸다는 점에서 B 씨를 속일 의도도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A 씨의 채무불이행은 실직에 따른 경제 사정 악화라는 사후 사정변경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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