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Biz

[뉴스'까'페] '미니보험 특화'한다더니...장기보험 눈독들이는 캐롯손보, 왜?

SBS Biz 김성훈
입력2021.08.23 15:30
수정2021.08.23 15:52


[캐롯손해보험의 '일반보험 기획 및 상품개발 전문가' 채용 내용에는 장기·일반보험 관련 경력이 자격요건으로 명시돼 있다. (출처=캐롯손해보험)]



'디지털 보험'이라고 하면 반려동물 보험이나 여행자 보험 등 소위 미니보험이라 불리는 소액 단기 보험이 먼저 떠오르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최근 디지털보험사들이 이런 관념과 다르게 건강보험 같은 장기보험에도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사업 영역을 넓혀나가기 위한 행보인데, 기존 보험사들과의 경쟁을 위해선 넘어야할 과제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사업 영역 확장·역량 강화"…적자 보는 캐롯손보 변화 모색 



국내 1호 디지털 손해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은 현재 인력 채용에 한창입니다.

그런데 채용 공고에서 눈에 띄는 점은 상품개발과 보험 기획 등의 직무에 있어서 장기·일반보험 경력자를 자격요건에 두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해 2월 출범한 뒤 캐롯손보가 그간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는 '자동차 보험'과 반려동물 보험, 휴대전화 파손보험 등 보험 약관이나 가입 절차가 복잡하지 않은 보험 상품 위주로 선보여왔다는 점에 비춰볼 때 사업 방향성에 다소 변화가 있는 건데요.

캐롯손보 관계자는 "사업적인 영역 확장과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해당 경력직 채용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보험 상품 개발 계획이 정해진 건 아니지만,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행보는 보험사의 수익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됩니다.

캐롯손보는 올 1분기 124억원 순손실을 기록하며 54억원 적자를 봤던 1년 전보다 손실 폭을 키웠습니다.

보험료 대비 보험금 비율을 나타내는 손해율은 1분기 104.31%를 기록했습니다. 

보험 상품 가입 비중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자동차 보험 손해율은 106.31%로 더 높았습니다.

거둬들이는 보험료보다 나가는 보험금이 더 많다 보니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겁니다. 


[카카오페이의 보험 신규사업 관련 '상품기획자' 채용 공고에서 '장기손해보험'에 대한 우대사항이 눈길을 끈다.(출처=카카오페이)]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기존의 보험사들은 여러 상품군을 통해 수지를 맞출 다양한 전략을 꾀할 수 있는데, 디지털 보험사의 경우 상품군이 많지 않다보니 상대적으로 이런 부분에서 약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디지털 기술·플랫폼과 연계한 보험 상품 개발 포부를 밝힌 카카오페이도 보험사 설립 본허가 절차를 밟으며 관련 인력 채용에 나서고 있는데요.

채용 우대사항에 '장기손해보험'을 명시하며, 여러 사업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입니다.

기존 보험사들과 경쟁 불가피…경쟁력은 '글쎄' 

디지털 보험사의 장기보험에 대한 관심은 결국 보험사의 수익성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모습인데요.

다만, 사업 영역 확대를 할 경우 기존 보험사들과의 충돌이 불가피한데, 디지털 보험사들이 얼마나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고 있습니다.

김용하 교수는 "장기보험의 경우 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손해 사정 같은 서비스 업무 측면에서 더 복잡하다"면서 "기존 보험사에서 인력을 데려와도 축적된 통계와 경험을 갖춘 기존 보험사와 비교해 디지털 보험사가 전문성 등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온라인·모바일 영업에 특화된 디지털 보험사는 보험설계사를 둘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상품 구조가 복잡한 장기보험 판매에 있어서 디지털 보험사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손재희 보험연구원 연구의원은 "장기보험은 많은 담보들이 묶여 있어서 반드시 설계사의 컨설팅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을 어떻게 디지털 방식으로 다르게 구성할 수 있을지가 과제"라면서 "디지털 보험에 익숙한 2030 소비자들이 장기보험을 어떻게 여길지도 불확실하다"고 전했습니다.

장기보험은 긴 기간에 걸쳐 보험료를 내고 보험금을 받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보험금을 잘 지급하는지 보험사의 명성 등도 고려 요인이 되는데, 디지털 보험사가 이를 극복하는 것도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여기에 기존 보험사들이 팔던 상품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것과, 디지털 보험사들이 새 상품을 설계하는 것 사이에 어느 것이 더 시장 경쟁에서 유리할지 섣불리 판단이 서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디지털 보험사의 등장을 두고 '공생이냐, 시장 양분이냐'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디지털 보험사의 장기보험 시장 행보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 SBS Medianet & SBSi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김성훈다른기사
구윤철, AMRO와 연례협의…"한미 관세협상, 또 다른 기회"
재경부, 외환 수급 안정 역할 키운다…AI·녹색성장에도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