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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팔달] 롯데그룹 ‘풍문’ 사실무근 판명됐지만

SBS Biz 박규준
입력2021.08.18 14:30
수정2021.08.19 07:41

[앵커]

이번 주 유통팔달이 주목한 곳은 롯데입니다. 

최근 롯데그룹을 뒤흔들었던 '찌라시', 이른바 사설 정보지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롯데그룹-유통BU'라는 제목의 문건인데요. 

이 찌라시엔 지독한 침체기를 겪고 있는 롯데의 유통사업 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이 담겼었는데요.

현시점에선 거짓 소문으로 판명이 났지만, 이 정보지 한 장이 큰 파장을 낳았습니다. 

이를 두고 위기에 처한 롯데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단 평이 나오는데요.

박규준 라이브데스크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롯데그룹, 유통 BU 찌라시'

지난달 29일 오후, 언론사 기자들에겐 이런 제목의 정보지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유통 BU라는 건 유통 비즈니스 유닛, 즉 유통 부문을 말합니다.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 롯데 유통 사업을 총괄하는 유통 BU에 대한 내용이 이 정보지에 담겼는데요.

수장을 비롯한 임원들을 대거 교체하고, 조직도 확 줄인다는 살벌한 내용입니다.

이 정보지는 결국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시기와 강도의 문제일 뿐, 정보지의 내용이 언제, 어떤 식으로든 실현될 거라고 믿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허위 정보지를 굳이 설명해 드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앵커]

찌라시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던가요?

[기자]

유통계열사를 총괄하는 유통 BU장인 강희태 부회장이 교체될 거라는 내용이 눈에 띕니다.

'돌이킬 수 없는 관계로 회복 불가'라는 부연설명까지 해놨습니다.

롯데 유통계열사를 총괄하는 롯데쇼핑의 임원급 30명이 퇴직을 통보받을 거다, 임원급을 줄이고 외부 팀장 조직으로 구축한다는 등의 내용이 있습니다.

롯데그룹의 통합 온라인몰인 '롯데온'을 별도 계열사로 분리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신동빈 회장 지시로 이달 1일부로 이런 내용의 임원 인사 등을 단행한다고 적혀 있긴 한데요.

결국, 인사도 없었고, 롯데온 분리도 없었습니다. 정보지 자체가 거짓이 됐습니다.

[앵커]

그런데 왜 유통 부문에서 이 시점에 이런 내용이 돌았던 건가요?

[기자]

우선 강희태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유통 부문의 실적이 영 신통치 않기 때문입니다.

유통 BU장 맡았던 첫해인 지난해 실적을 보면 롯데쇼핑 매출액은 8%, 영업이익은 19% 줄었습니다.

올 상반기는 30% 영업이익이 늘었지만, 경쟁사인 이마트가 130배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불어난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입니다.

지난해에 문책 성격의 8월 깜짝 인사가 이미 한 차례 있었다는 점도 정보지 유통의 배경의 보입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지난해 8월,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퇴진을 핵심으로 하는 인사를 단행했는데요.

코로나19로 초유의 실적 부진을 겪은 데 대한 문책성 인사였다는 게 중론이었습니다.

[앵커]

결국엔 거짓 정보지로 밝혀졌잖아요? 

롯데는 현재 어떤 입장인지, 내부 분위기가 어떤지 궁금합니다. 

[기자]

롯데그룹은 "정보지 내용은 '찌라시'에 불과한 사실무근이고, 전혀 그런 분위기가 없다"고 전면 부인했습니다.

신동빈 회장도 이 정보지 내용에 대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집니다.

다만, 롯데 유통 계열사 내부에선 정보지 내용을 기정 사실화하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들어보시죠.

[롯데 유통 계열사 관계자 : (유통BU장 관련) 그럼 곧 그만두시겠네, 이런 분위기죠. 거의 맞다고 보고 있죠. 이 정도 이야기가 나왔으면 거의 되지 않나 싶은데….]

[앵커]

보통 이런 찌라시 내용이 너무 터무니없으면 내부에서도 잘 안 믿잖아요? 

내부적으로 큰 동요가 있었다는 것은 롯데가 그만큼 위기라는 걸 보여주는 셈이네요?

[기자]

네, 회사는 "확인이 안 된다"고 하지만, 롯데는 지주 내 경영개선실이 롯데쇼핑을 내부 감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롯데 유통 부문은 이미 오프라인에선 영원한 맞수인 신세계그룹에 밀렸고, 온라인에선 네이버·쿠팡·신세계그룹의 3강을 넘어설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꽉 막한 위기 상황을 이 정보지가 있는 그대로 보여준 건데, 외부 역량 있는 인재 영입이나 롯데온 계열분리 등을 보면 거꾸로, 위기 탈출의 방향성을 제시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롯데 입장에선 의도했건 의도치 않았건 간에 예방주사를 아주 세게 맞은 모양새입니다. 

이번 찌라시가 롯데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만큼, 롯데가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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