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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올림픽] 2020 도쿄올림픽 ‘코로나 시대’ 무관중 개막

SBS Biz 김종윤
입력2021.07.24 10:09
수정2021.07.24 11:19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과 개막불꽃 (도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 첫 올림픽이란 수식어가 붙은 2020 도쿄하계올림픽이 혼돈 속에 23일 오후 8시 일본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신국립경기장)에서 17일간 열전의 문을 열었습니다.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펜데믹으로 이번 대회는 2020년에 열기로 한 일정을 1년 뒤로 미뤄 개막했지만 개막일까지도 일본 국민에게 사랑을 받지 못한 대회로 남을 것으로 보입니다.
[고이케 유리코 일본 도쿄도 지사(오른쪽부터).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루히토 일왕,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23일 도쿄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도쿄 AFP=연합뉴스)]

개회식이 열린 올림픽 스타디움에는 무관중 정책에 따라 각 나라 정상급 인사와 내외빈, 취재진 등 약 4400명, 그리고 206개 출전팀 참가자 6천명 등 약 1만명 정도만이 들어와 역사적인 개막을 지켜봤습니다.
[23일 2020도쿄올림픽 개막식이 열리고 있는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 밖에서 시민들이 올림픽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6만8천명을 수용하는 올림픽 스타디움 객석은 텅 비었지만, 경기장 바깥은 올림픽을 반대하는 사람들로 가득찼고, 코로나19 재확산 중에 열리는 대회에 일본 국민은 반감을 올림픽 개막식에 맞춰 쏟아냈습니다.

도쿄올림픽을 강행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을 반대하는 시위대들은 개회식 전부터 항의와 규탄의 목소리를 크게 높였습니다.
   
[도쿄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23일 오후 일본 도쿄 시부야구에서 전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5천 명 넘게 보고되는 등 감염 확산이 심각해진데 대해 올림픽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위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올림픽 기간은 UN의 전 세계 휴전 결의 기간이지만,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 안팎에서는 일본의 대회 찬반 여론은 졍면으로 부딪쳤습니다.

마치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19처럼 이번 대회의 운명을 짐작하기 어렵게 한 혼돈의 시작이었습니다.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화려한 불꽃이 올림픽 개막을 알리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개회식은 코로나19로 웃고 떠들 수 없는 분위기라는 사실을 반영하듯 초반부터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됐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일본의 역사, 전통을 웅장하고 화려하게 공연으로 꾸밀 수 없는 분위기 탓에 인류가 감동으로 미래를 향해 전진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공연과 무대는 힘이 없고 평범했습니다.

1964년에 이어 57년 만에 도쿄에서 다시 열리는 올림픽은 2020년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충격에서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오륜기로 하나 된 세계를 보여준 축하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일상은 멈추고 선수들의 훈련도 중단됐지만 도쿄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집에서 연습하는 홈 트레이닝으로 감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고, 개회식 공연팀은 2013년 일본의 올림픽 유치 순간부터 코로나19로 달라진 2020년의 일상을 담담하게 영상에 담아냈습니다.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 경기장 상공에 드론이 도쿄올림픽 엠블럼을 만들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이어 코로나19로 신음하는 가운데서도 운동선수들을 응원하는 인류의 모습과 이에 힘을 얻은 각국 대표선수들이 코로나19의 벽을 깨는 대회로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는 영상이 카운트다운과 함께 끝나자 형형색색의 폭죽이 올림픽 스타디움 지붕에서 일제히 터져 도쿄의 밤하늘을 밝혔습니다.

나루히토 일왕과 바흐 IOC 위원장 소개에 이어 개회식의 꽃인 선수단 입장이 2시간가량 이어졌습니다.

그리스를 시작으로 205개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소속팀과 난민대표팀 등 206개 참가국 선수단이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자원봉사자들의 환영 아래 경기장 중앙에 마련된 무대를 일렬로 지나갔습니다.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김연경과 황선우를 기수로 세워 대한민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대한민국 선수단은 일본어 국가 표기 순서에 따라 한자어 대한민국(大韓民國)의 이름으로 103번째로 입장했습니다.

남녀 공동기수 황선우(수영)와 김연경(배구)을 선두로 장인화 선수단장 등 30명의 한국 선수단은 태극기가 새겨진 마스크를 쓰고 양손에 작은 태극기를 흔들며 환한 표정으로 행진했습니다.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한국 선수단이 103번째로 입장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팬터마임 퍼포먼스는 다양한 소품으로 올림픽 종목을 몸으로 표현해 가면서 다소 지루하고 따분하던 개회식에서 인상적인 장면으로 주목하게 만들었습니다.

각 종목의 픽토그램을 몸과 소품으로 하나씩 연결동작으로 이어가면서 도쿄 올림픽 대회 종목을 한 눈에 인지하게 만들었고, 수평 수직을 넘나드는 몸동작과 이에 맞춰 각도를 바꿔 화면을 잡는 카메라 워킹이 서로 손발을 맞춰가면서 도쿄 올림픽 종목들을 압축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1964년 도쿄 올림픽부터 시작된 픽토그램 이미지의 변천사와 2020 도쿄 올림픽의 전 종목을 픽토그램으로 표현한 팬터마임 공연으로 보여줬다. (도쿄=연합뉴스)]

개회식 하이라이트인 성화봉송은 개회 시작 3시간 40분이 흘러 개회식 마지막에 시작됐습니다.

121일간 일본 열도 2천㎞를 돌고 개회식 도쿄도 청사에 도착한 성화는 올림픽 스타디움에 들어온 뒤 나가시마 시게오, 마쓰이 히데키, 오사다하루 등 일본의 야구 영웅으로 국민영예상을 받은 세 명과 코로나19 방역의 최일선에 선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패럴림픽 선수에게 차례로 건네졌습니다.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올림픽 꿈나무들이 성화를 들고 이동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이어 2011년 도호쿠 대지진이 일어난 5개 지역 출신 어린이 6명이 성화를 들었습니다.

1964년 첫 번째 도쿄올림픽에선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지던 날 이곳에서 태어난 대학생 육상 선수 사카이 요시노리가 성화 점화자로 나섰고,  사카이는 원폭의 폐허에서 일본이 부활했다는 사실을 만방에 알렸습니다.
    
이번에는 도호쿠 대지진 여파로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난 후쿠시마현, 미야기현 등 5개 지역 출신 어린이들이 상처를 딛고 미래를 향하는 부흥의 상징격으로 성화를 봉송해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성화 최종주자 오사카 나오미가 후지산을 형상화한 성화대에 점화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성화의 최종 점화자는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여자 테니스 스타 오사카 나오미.

오사카는 중앙 무대로 이동해 후지산을 형상화한 조형물에 연결된 계단을 올라갔는데 후지산 정상에는 일본이 후지산과 함께 자국의 상징으로 여기는 태양 모양의 구가 맨 위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구(球) 모양의 해는 꽃잎처럼 열려 오사카를 환영했고, 오사카는 그 안에 숨겨진 성화대에 17일 동안 이번 대회를 밝힐 불씨를 붙였습니다.

17일 후인 8월 8일 폐막하는 도쿄올림픽 성화대에 불이 밝혀지면서, 한국 선수단은 24일 최대 금메달 5개를 기대하는 '골든 데이'부터 본격적인 도쿄 올림픽 레이스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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