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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트머니] “이러면 욕먹지만...삼성전자 비중 늘려야 합니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

SBS Biz 최서우
입력2021.07.22 15:52
수정2021.11.22 10:40



'10만전자' 갈 수 있는 요소
파운드리, D램, M&A

■ 삼성전자 2분기 실적 '어닝 서프라이즈'
■ 주가는 지지부진...낮은 매출 성장이 약점
■ 돌파구는 M&A, 주식 비중 확대도 추천 




Q. 삼성전자가 2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어떻게 보셨나요?

예상보다 잘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10조원을 예상했다가 점점 추정치가 올라가서 10조9000억원, 많게는 11조원까지 생각했는데요. 1조5000억원 뛰어넘은 12조50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번 실적 내용을 살펴보면 일회성 이익이 포함돼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애플에 OLED 디스플레이를 납품하기 위한 전용 공장을 갖고 있는데, 주문량이 미달할 경우 보상금을 받습니다. 이번 분기에는 5000억원 정도의 보상금을 예상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8500억원을 수급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실적이 잘 나왔습니다. 반도체가 견인한 것으로 예상됩니다. 2분기 가격, 물량 등 상황이 워낙 좋았으니까요. 스마트폰은 생각보다 많이 팔린 건 아니지만 마케팅비 같은 비용을 조정한 것 같고 좋은 모멘텀이 나왔습니다.

다만 삼성전자는 실적이 잘 나온 날 주가가 오르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아마 그전에 대부분 반영돼서 그런 것 같습니다. 또 기관 투자자들이 실적 발표를 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주식을 던져버렸어요. 그래서 지금은 좋지만 앞으로가 불확실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주가가 머무르는 이유를 분석해 주신다면

첫 번째는 파운드리입니다. 지난 1월 삼성전자 주가가 올랐던 이유 중 하나는 TSMC 추격에 대한 기대감이었어요. 그런데 추격은 커녕 격차가 더 벌어졌죠. 게다가 3월 미국 텍사스 오스틴 공장 정전으로 가동이 중단돼 데미지를 입은 것도 있습니다.

두 번째는 D램 가격입니다. 대부분 증권사 보고서에 '올해 4분기 모르겠다', '내년 1분기 꺾인다'라는 말들이 나왔고, 이게 반영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주가는 6개월 선행하니까 좀 더 기다려보자는 논리가 있으면서도 결국에는 빠져버렸죠.

세 번째는 낮은 매출 성장률입니다. 삼성전자의 문제 중 하나가 영업이익은 좋은데 매출이 늘지 않는다는 건데요. 지난 2012년에 갤럭시 S시리즈가 대박을 터트리며 전체 매출 200조원 이상을 달성했고, 주가도 상승세였는 데, 9년이 지난 지금도 매출이 240조원 대에 머무르며 정체돼 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매출이 꾸준하게 증가하면서 이익도 나와야 한다는 겁니다. 삼성전자는 그게 아니다 보니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가 봤을 땐 '정체가 뭘까? 이익을 잘 내는 건 알겠는데 매출액이 꾸준히 느는 것도 아니고, 성장주로 평가하기 애매하네'라며 높은 PER을 줄 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Q. 주가가 갈 수 있는 요인은 무엇일까요?

첫 번째는 TSMC와의 격차를 좁히는 겁니다. 이건 기대를 가져도 좋을 것 같은 게, 완벽하게 차이를 줄일 순 없어도 결국엔 따라갈 것 같습니다. 최근 미국이 TSMC 중국 공장 증설을 제지하는 뉴스가 나왔는데요. 이전에도 납품을 막는 이슈가 있었습니다. 중국의 굴기를 막고 싶은데 자꾸 TSMC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불편한 거죠. 그런데 TSMC 견제용으로 삼성전자라는 카드가 있으면 편합니다. 정치적인 부분도 있지만 기술력도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4분기 D램 가격입니다. 이건 10월 가 봐야 판가름 나겠지만, 다행인 건 4분기 D램 이슈는 모두가 알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가격이 꺾이더라도 주가는 빠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가 봤을 때는 이 부분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입니다. 당장 좋아질지, 나빠질지 알 방법도 없고요.

세 번째는 이재용 부회장이 결정할 문제, M&A입니다. 해외의 큰 기업을 보면 혼자 자생적으로 큰 것보다는 인수합병을 진행한 케이스가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유독 인수합병이 없죠. 하지만 삼성전자는 110조원의 현금을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NXP라는 자동차 반도체 업체를 인수하면 삼성전자에게 부족한 비메모리 분야를 채울 수 있게 되지 않겠습니까. 아직은 이 부회장이 옥에 있어서 결정하기 쉽지 않겠지만, 1분기 실적 발표회 때 M&A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발언이 나왔기 때문에 시간문제인 것 같습니다.

만약 이 부분이 맞지 않더라도 잃을 건 없습니다. 그런데 맞았을 때는 10만전자 이상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요즘은 삼성전자 비중 확대하라고 하면 욕먹지만, 저는 그래도 계속 늘려야 한다고 봅니다. 막연히 주가가 싸서 그런 게 아니라 기다리면 갈 것 같고, 이런 일들이 실현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애플카 수혜 받을 업체는?
LG전자, 마그나 합작사 유력

■ OLED TV 등 가전이 실적 견인
■ 해운 운임 꺾이면 리스크 해소 예상
■ LG마그나 애플카 부품 수주 기대감




Q. LG전자도 2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LG전자는 깜짝 실적이라기보단 예상대로였습니다. 다만 미리 주가가 올랐기 때문에 실적 발표일에는 하락세를 보였는데요. LG전자는 가전제품 등을 컨테이너선에 실어서 나르는데, 해운 운임이 올라 비용이 많이 든 게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 뉴스를 보니 3분기부터 운임이 꺾일 수 있다는 소식이 나오더라고요. 이게 완화되면 LG전자 입장에서도 리스크가 해소될 듯합니다.

LG전자는 가전이 대단했습니다. 원래 LCD TV와 OLED TV가 경쟁하는 구도였는데, 이번에는 OLED TV를 많이 팔았습니다. LCD TV는 코로나19 이후 구조조정과 생산량 감소 등으로 가격이 올랐고, OLED TV는 LG디스플레이가 대량 양산에 성공하며 가격이 떨어졌습니다. 둘 간의 차이가 메꿔지니까 소비자들이 OLED TV를 선택한 거죠. 또 OLED TV는 단가가 비싸서 마진이 많이 남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도 좋습니다. 그래서 TV 쪽 실적이 잘 나왔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Q. LG전자와 마그나의 합작법인 상황은 어떤지?

LG전자의 전자장치사업부는 이번 분기도 적자입니다. 다만 마그나와의 합작법인 LG마그나 e파워트레인 출범으로 기대를 받고 있는데요. 마그나는 벤츠, BMW 등 자동차 부품 생산 경험이 많기 때문에 애플카에 최적화된 기업입니다. 또 현대차, GM, 폭스바겐 등과 달리 자신의 브랜드를 가진 게 아니라 부품만 만들기 때문에 논란에서도 자유롭죠. 만약 LG전자가 마그나로 인해 전기차 부품 시장을 연다면 측정할 수 없을 만큼 성장할 겁니다.

또한 LG그룹과 애플의 관계가 좋다는 점도 긍정적입니다.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을 통해 부품을 납품하고 있는데요. 아직 확정된 부분은 없지만 큰 사이클 안에서 기대감을 가져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분할,
주가 폭락 원인될 수 없다

■ 배터리 수주잔고 1000GW로 글로벌 2위
■ 기업 전체에서 배터리 사업 비중 적은 편
■ 물적분할 진행돼도 주가 영향 적을 전망




Q.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을 분할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전망이 어떨까요?

기업이 핵심 사업을 떼어내는 이유는 자금조달 때문이죠. 회사 입장에서는 리스크 없이 자금을 모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회사를 물적분할했을 때, 이 사업이 핵심이면 기업가치가 재평가된다는 면도 있고요.

LG화학을 예로 들어볼게요.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을 분할한다고 했을 때 주가가 15% 빠졌다가 그 자리에서 68% 올랐어요. 주주 분들이 화가 나서 던지긴 했지만 결국에는 그 많은 물량을 외국인이 받아서 100만원까지 올렸던 기억이 납니다.

또 과거 LG화학은 시가총액 40조~50조원이었어요. 그런데 LG화학 안에는 석유화학, 바이오, 전기차 배터리가 섞여있잖아요. 그중 배터리 사업이 얼마일지 계산해보면 애매하죠. 그런데 CATL* 시가총액이 200조원이에요. 그러면 LG에너지솔루션에 절반의 가치를 줘도 100조원이잖아요. 그러면 '너무 싼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드니 주가가 올라갔던 거죠.

그런데 주주 분들 입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의 100% 자회사지 내외사는 아니거든요. 그러니 상장 후 주주가 가져갈 수 없으니 화가 나신 거죠. 그래서 주주 가치가 안 좋아지면서 단계 주가가 급락했던 겁니다.

* CATL: 중국 푸젠성에 본사를 둔 배터리 제조업체. LG화학, 파나소닉, 삼성SDI의 경쟁사



SK이노베이션도 배터리 사업이 핵심인데, 떼어낸다고 하니까 그날 주가가 8% 정도 떨어졌어요. 그래도 SK이노베이션의 상황은 LG화학보다 양호합니다. LG화학은 기업가치평가에서 배터리를 많이 평가해 줬어요. 그런데 SK이노베이션은 시총 25조원 중 15조~20조원을 정유 가치라고 봅니다. 대략 10조원 남았다고 쳐도 그중 5조원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몫이에요. 그러면 배터리 가치가 4조원에서 5조원밖에 안되는 거예요. 정리해보면 LG에너지솔루션이 100조원, 삼성SDI가 50조원, SK이노베이션이 심각한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4조~5조원. 이건 말이 안 되는 거죠.

전 세계 배터리 수주잔고를 보면 LG에너지솔루션이 약 1200GW로 1등, SK이노베이션 약 1000GW로 2위, CATL이 약 850GW로 3위입니다. CATL보다 수주가 많아요. 왜냐하면 합작사를 만들어서 현대차, 포드, 폭스바겐 등에 납품하거든요. 이렇게 수주잔고가 많은데 배터리 가치가 4조~5조원밖에 안된다? 설사 물적분할 이슈가 나와도, 중요한 사업은 맞지만 지금 회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이것밖에 안되니까 주가가 크게 폭락할 이유가 없는 거예요. 그리고 아직 검토 중인 것이지 확정된 게 아니기도 하고요.

물론 주주 입장에서는 이러한 뉴스들로 주가가 안 가니 짜증 나고 불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말씀드린 대로 SK이노베이션 기업가치에서 배터리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습니다. 그러니 물적분할 때문에 기분 나쁘다고 팔지 마시고요. 저는 충분히 주가가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의 기분과는 별개로 슬기롭게, 인내해 주시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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