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까'페] 민간 업체 1곳에 의존한 가상자산 신용도 평가...객관성은 ‘글쎄’
SBS Biz 김성훈
입력2021.07.01 16:02
수정2021.07.01 17:52
시중은행들이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한 '실명 확인 입출금 계좌' 발급 심사 과정에서 거래소에 상장된 가상자산들의 '신용도'도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거래소가 얼마나 깐깐한 검증을 거쳐 가상자산을 상장하고 있는지, 또 향후 문제를 일으킬 소재가 있는 가상자산을 얼마나 안고 있는지 등을 가늠하기 위함인데요.
하지만 현재는 가상자산의 신용도 평가를 한 민간 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객관성에 의문부호가 붙고 있습니다.
거래소 평가항목 된 '가상자산 신용도'…민간 업체 '쟁글' 활용
오늘(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은행연합회가 지난 4월 시중은행들이 가상자산거래소들을 평가할 때 참고하라고 만든 '가상자산 사업자 위험평가 방법론' 가이드라인에는 '가상자산의 신용도'가 평가항목에 포함됐습니다.
특히 은행 자체적인 평가 역량이 부족한 만큼, 현재 신용도 평가 서비스를 하고 있는 플랫폼 업체 '쟁글'을 활용하도록 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가상자산 신용도 평가를 진행한 곳은 쟁글이 유일한 탓입니다.
쟁글은 가상자산 발행사(프로젝트) 측에서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평가를 의뢰하면, 실사를 거쳐 가상자산에 신용 평가 등급을 매기고 있습니다.
크게 경영진의 역량과 개발자 수 등을 평가하는 ▲회사 및 팀 역량을 비롯해 ▲IR 및 공시활동 ▲재무 건전성 ▲토큰 지배구조 ▲경영성과 ▲외부감사 등 6개 항목을 기준으로 평가해 AAA부터 D까지 18개로 나뉜 등급 중 하나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쟁글의 운영사인 크로스앵글 관계자는 "한 달여 정도 실사를 거쳐 신용도를 평가를 하고 있다"면서 "가상자산의 가격은 제외한 채 평가가 이뤄진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실적인 한계에 나온 '차선책'…객관성에는 의문부호
하지만, 사업 구조상 쟁글의 신용도 평가가 지닌 한계도 분명 있습니다.
현재 쟁글이 홈페이지를 통해 신용등급을 공개한 가상자산은 비트코인을 포함해 모두 102종입니다.
발행사 측이 의뢰를 한 경우에 대해서만 신용도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또 한번 신용등급이 매겨진 가상자산의 경우에는 발행사 측에서 다시 의뢰를 하지 않는 한 신용등급 정보가 갱신되지 않습니다.
일례로 대표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은 지난해 9월에, 이더리움은 지난해 12월에 평가가 이뤄졌습니다.
이 때문에 쟁글의 신용도 평가가 얼마나 객관성을 담보하느냐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을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 연구센터장은 "신용도 평가를 하는 업체가 1곳 뿐인 상황에서 나온 현실적인 차선책으로 보인다"면서도 "시장에서의 검증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이장우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 겸임교수는 "외부의 입김이 들어가지 않도록 평가 자체를 아무리 객관화시킨다고 하더라도 주관적 판단이 들어갈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면서 "신용도 평가가 중요한 지표로 인정됐지만, 민간 업체 1곳에서만 평가를 하고, 그 영향력도 크다 보니 이에 따라 향후 불거질 문제도 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뒷돈 상장' 의혹에 대해 쟁글 측은 반박 입장을 게시했다. (자료=쟁글)]
여기에 최근에는 쟁글 측의 또 다른 서비스인 '상장 심사 컨설팅(Listing Management)'을 두고, 잡음이 터져나오기도 했습니다.
상장 심사 컨설팅은 발행사가 상장 준비를 할 때 필요한 자료 작성과 문서 검증, 실사를 바탕으로 한 감사 의견 제출을 쟁글 측에서 해주는 서비스인데, 이 과정에서 '쟁글이 거래소측 상장 담당자에게 뒷돈을 주고 상장을 보증해 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겁니다.
쟁글 측에서 "상장 심사 과정에 관여하지 않고, 상장 성공 명목으로 수수료를 받지 않았다"고 반박하며 일단락 난 모습이지만, 본의 아닌 시장 독점 상황이 빚은 논란이었습니다.
대안 마련 움직임도…'신용도 평가' 파장 주목
이런 현실적인 한계 속에 대안을 찾으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컴퓨터정보학회에선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분야를 연구 중인 교수들로 구성된 '가상자산가치평가원(가평원)'이 출범했습니다.
초대 원장인 박재경 한국폴리텍대학 정보보안과 교수는 "대학교수들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객관적인 지표를 만들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가평원 측은 공정성을 갖고 가상자산의 객관적인 가치를 평가한다는 목표로, 거래소들에 가상자산 가치평가 공동 추진도 제안한다는 계획입니다.
9월까지인 사업자 신고 기한을 앞두고 이런저런 이유로 가상자산 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가상자산 신용도 평가가 또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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