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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초대석] 유언장 대신할 신탁…상속분쟁 대비하자

SBS Biz 김날해
입력2021.05.27 15:50
수정2021.05.27 17:38

■ 경제현장 오늘 '오후초대석' - 배정식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센터장

가족들에게 남겨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은 유산입니다. 하지만 상속은 가족 간 분쟁의 씨앗이 되곤 하죠. 이런 상황에서 조정자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유언 대신 활용되는 신탁인데요.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서 생각해봐야 할 신탁.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센터 배정식 센터장님 나오셨습니다.

[앵커]

가족에 남겨줄 마지막 선물, 유산 하니까 조금 마음이 답답해지는데 상속에도 여러 가지 방법, 미리 준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서요?

[배정식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센터장]

네. 요즘에 100세 시대가 되다 보니까 노후관리나 상속에 대한 관심이 참 많아졌습니다. 최근에도 90세 된 어르신께서 저희 방문을 해주셔서 상속상담을 하셨습니다. 본인도 이미 자녀분들도 60대고 손주가 있는 상황인데요. 본인은 노후대비를 하고 남는 재산은 형편이 어려운 자녀와 손주들에게 주겠다. 이렇게 상속 설계를 하고 싶으셨습니다. 그렇게 하고자 한다면 유언장이나 신탁제도를 활용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만약에 아무런 뜻을 남기지 않는다면 가족들끼리 협의분할을 해야 하고 협의분할 과정에서 여의치 않으면 법정 상속으로 가야 할 것입니다. 법정상속은 비율이 자녀들은 1, 배우자는 1.5의 비율로 지급이 됩니다.



[앵커]

그러니까 법대로 하는 것보다 본인의 의지를 담아서 내 재산을 상속하고 싶어 할 때는 말씀하신 대로 유언장과 신탁.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유언장과 신탁?

[배정식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센터장]

신탁이 2012년도에 신탁법이 개정되면서 유언대용 신탁제도가 도입됐습니다. 신탁 계약을 했더니 사후에 수익자를 지정해놓으면 그게 유언장과 동일한 효과가 발생한다. 그런 뜻인데요. 유언장과는 달리 공증할 필요도 없고 증인도 필요 없다는 뜻입니다. 실무적으로 몇 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유언장을 가지고 우리가 금융기관에 가서 예금청구를 합니다. 그러면 금융기관에서는 종종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앵커]

유언장을 안 믿어요?

[배정식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센터장]

왜냐면 유언장이라는 것은 마지막에 작성되는 게 법적 효력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금융기관에서는 그 유언장이 마지막에 작성된 유언장인지 사실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앵커]

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배정식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센터장]

그렇습니다. 반면에 신탁에서는 사망한 사실과 본인의 신분증만 제시하면 바로 지급이 되기 때문에 지급상의 편리함이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상속 설계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는데요. 연속상속설계 차이가 있습니다. 고령의 노부부가 계십니다. 그래서 상속을 할 때 내가 사망하면 배우자에게 주고, 배우자가 다 쓰고 남는 돈이 있으면 그때 자녀들 줘라. 이렇게 상속설계를 하고 싶은 분이 계십니다. 근데 그런 경우에는 유언장으로 그 뜻을 담을 수가 없습니다. 유언장의 경우에는 지급하면 그대로 종결되는 것이지 그 뒤에 연속적인 상속 설계를 할 수가 없습니다.

[앵커]

다음 상속설계까지 유언장으로는 담보할 수 없는데 유언 대용 신탁은 그게 가능하다?

[배정식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센터장]

그렇습니다. 또 자산관리 측면에서도 중요한 차이가 있는데요. 예를 들어서 이혼을 하고 아이를 양육하던 엄마가 중병에 걸린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본인이 혹시 유고가 발생하더라도 본인의 재산이 아이들이 일정한 나이가 될 때까지 지켜지길 원할 겁니다. 그런데 신탁을 해놓으면 다른 사람 어느 누가 와도 그 재산을 마음대로 인출할 수 없는 그런 안전장치가 되게 됩니다.

[앵커]

유언장보다는 굉장히 합리적이고 꼭 필요할 것 같은데 보통 말씀하신 신탁이라는 게 얼핏 듣기로는 좀 돈이 많은 분들이 신탁을 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요? 재산이 별로 없는 사람도 활용할 수 있습니까?

[배정식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센터장]

그렇습니다. 집 한 채, 작은 돈도 신탁을 할 수가 있습니다. 지금 서울시 금년 4월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11억을 넘었고요, 경기도도 5억을 넘었는데 상속세 측면에서 보자면 배우자가 있는 경우에는 10억 이상, 그다음에 배우자가 없는 경우에는 5억 이상이면 상속세를 부담하게 되어 있습니다. 자 그런데 이런 추이를 보자면 이제는 돈 많은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다. 상속은 이제 우리 바로 옆에 와 있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앵커]

누구나 상속에 따른 세금 부담과 상속 문제에서 여러 가지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런 얘기죠?

[배정식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센터장]

그렇습니다. 이런 추이에 맞춰서 금융기관별로 차이가 있습니다만 만 원 이상이면 신탁을 설정해서 자유롭게 적립할 수 있도록 서비스도 나오고 있고요.

그래서 예를 들자면 종교마다 다 다르겠습니다만 부모님이 49제를 지내고 싶다, 이런 경우에 자녀들이 바빠서 챙겨주지 못할 경우에도 신탁을 통해서 49제를 지낼 수 있는 목적자금을 본인이 준비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정말 여러 가지 쓰임새가 있는데 주변에서 보면 상속 관련해서 유류분이라고 해서 법적으로 정해진 거 말고 꼭 유족들에게 가야 할 재산의 권리. 이런 게 굉장히 문제가 많이 되더라고요. 근데 신탁은 유류분과 제외된다고 하는데. 지금 유류분 분쟁이 많잖아요. 우선 유류분이 정확히 뭡니까?

[배정식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센터장]

유류분은 우리 민법에서 정해진 상속인들 간의 법정 상속분이 있습니다. 그 상속분의 일정 비율. 1/2, 1/3을 의미하는데요.

[앵커]

법정 상속분의 1/2이나 1/3

[배정식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센터장]

네 그걸 유류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10년 통계를 보면 어찌 보면 상속분쟁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요. 그거 가지고 많이 다투더라고요.

[배정식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센터장]

그렇습니다. 그래서 10년 통계치를 보면 유류분 소송 건도 3배 이상 증가를 했고요. 소송하는 기간도 35%가 늘었다고 합니다. 결국 상속인들 간의 갈등이 굉장히 심화되고 있다 이런 걸 보여주고 있는데요. 말씀 주신 것처럼 신탁을 하면 이런 유류분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런 판결이 나왔습니다.

[앵커]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까? 언제 어떻게 나왔어요 그게?

[배정식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센터장]

작년 1월에 판결이 나왔는데요. 80세 어머님이 본인의 노후를 마지막까지 지켜주던 자녀에게 신탁을 통해서 상속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상속에서 제외된 자녀가 유류분 청구 소송을 하게 된 건데요.

[앵커]

내 권리를 주장하고 나선 거군요?

[배정식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센터장]

그렇습니다. 그 결과는 처음에는 아 이게 유류분 대상에 들어갈 거다. 이렇게 생각했는데 신탁 재산이 유류분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첫 판결이 나온 겁니다.

[앵커]

대법원까지 판결이 됐습니까?

[배정식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센터장]

아닙니다. 1심과 2심까지는 결정이 됐고요. 이제 대법원에 상고하는 것을 포기해서 일단은 일단락 된 상태입니다.

[앵커]

그래도 결정이 된 거네요.

[배정식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센터장]

그렇습니다. 비록 대법원의 판례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르신들 입장에서 자유롭게 상속 설계를 할 수 있고 기부도 할 수 있는 그런 길이 열렸다, 이렇게 보여집니다.

[앵커]

왜냐면 유족들이 유류분을 청구하고 나서면 본인이 신탁을 활용해서 원하는 만큼을 줄 수 있는 게 침해되기 때문에 이 유류분이 신탁에서 제외된다는 게 상당한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배정식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센터장]

그렇습니다. 아마 부모님께 효도하지 않으면 상속 대상에서 제외되는 일이 앞으로 종종 발생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앵커]

신탁이 아니어도 효도하지 않은 분들한테는 많이 남겨주면 사실 안되는데요

[배정식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센터장]

참고로 중국 청나라 때 황제를 계승하는 방법으로 태자밀건법이라는 제도가 있었답니다. 그래서 황제가 집무하는 집무실 뒤편에 후계자를 정하는 방법을 밀봉해서 놔뒀답니다.[앵커]

아무도 못 보게 뒤에다가?

[배정식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센터장]

그렇습니다. 그랬더니 후계자가 황제가 되고자 하는 자녀들이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다고 하는데요. 아마 이것도 효도 관련해서 시사하는 바가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효도하는 문제. 자, 그러면 이 신탁을 주로 어떤 분들이 활용하고 있습니까 현재는?

[배정식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센터장]

아무래도 7~80대 어르신들이 주로 상담하고 계십니다. 주변에 비슷한 연배의 친구분들이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돌아가시고 나면 한두 달 내에 자녀들끼리 상속문제 때문에 다투더라.

[앵커]

많이 다툽니다.

[배정식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센터장]

네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대비를 해야겠다, 이런 분들도 오시고요. 또 최근에는 5~60대 자녀분들이 부모님을 대신해서 부모님의 봉양 자금, 또는 치매로 인해서 자금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이런 문의를 또 많이 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분들은 또 본인들의 자녀들을 위한 적절한 증여 방법. 이런 것들도 같이 고민을 하시죠

[앵커]

그런 여러 가지를 다 컨설팅을 해주는 거군요? 신탁이라는 게?

[배정식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센터장]

그렇습니다. 근데 아울러서 가장 그래도 많이 요즘 상담하는 분들이 1인 가구들입니다 1인 가구.

[앵커]

1인 가구가 요즘 많습니다. 어떤 상담인가요?

[배정식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센터장]

그렇습니다. 대세가 되고 있는데요. 배우자가 먼저 돌아가시고 혼자 살고 계신 고령층이 가장 많습니다. 또는 일 때문에 바쁜 생활 때문에 결혼 시기를 놓쳐서 혼자 계시는 5~60대 젊은 층들도 계십니다. 근데 이분들이 젊기는 하지만 당장 건강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본인만을 위한 어떤 신탁을 설정해놓고 평소에는 안전한, 혹은 나름대로 적극적인 재산 운용을 하다가 나중에 혹시 문제가 생기면 조카나 뭐 본인이 원하는 기부를 하라 이렇게 설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앵커]

아 그러니까 1인 가구가 본인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여유 있게 잘 살다가 돌아가시면서 재산을 상속해주고 싶을 때 미리 신탁을 통해서 정한다 이거죠? 그런 분들이 많이 상담을 하는 거예요?

[배정식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센터장]

그렇습니다. 평소에는 적극적으로 원하는 재산 운용을 하다가 예기치 않은 사고에 대비하는 플랜까지도 준비를 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런 분들이 많이 이용을 한다면 우리 센터장님께서는 또 어떤 분들에게 이런 걸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 워낙 상속 분쟁이 많으니까 추천하신다고 할까? 제안하신다면 어떤 분들에게.

[배정식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센터장]

저는 상속하면 결국 자녀들에게 상속하는 것. 이렇게 생각하고 또는 세금을 줄이는 것. 이런 쪽에만 관심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까 아버님이 남긴 상속 재산은 2차 상속세 부담 때문에 어머님보다는 우리 자녀들에게 줘야겠다 이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래야 2차 상속을 대비하고 절세할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런데, 사실 워낙 고령화 시대가 되다 보니까 홀로 남겨진 어머님에 대한 봉양 문제 이것 때문에 고민하는

[앵커]

사실 말씀하신 대로 어머님을 잘 배우자가 안 모시면 어떡해요?

[배정식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센터장]

그렇습니다. 그런 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분들이 가정이 늘고 있는데요. 결국 아버님이 남겨준 재산에 대해서 홀로 남아계시는 배우자를 위한 안전장치가 남겨져 있다면 본인들도 서럽지 않게 노후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앵커]

혼자 남은 배우자에게 따로 신탁을 결정하고 남은 재산을 한테 하는 방법?

[배정식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센터장]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래서 가까운 일본 같은 경우는 2018년도에 이렇게 생존하고 있는 배우자를 위해서 아예 그냥 배우자 거주권이라는 새로운 제도가 도입이 됐습니다.

[앵커]

배우자 거주권? 그건 뭔가요?

[배정식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센터장]

배우자 거주권을 집을 살고 있는 집을 아들에게 상속하되, 생존하는 배우자가 사망할 때까지는 그 집에서 살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주는 겁니다.

[앵커]

자식이 남은 배우자를 행여 쫓아낼까 봐?

[배정식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센터장]

그렇습니다. 배우자의 노후를 보장해줄 수 있는 거주권이 도입이 됐죠

[앵커]

그것도 신탁으로 다 결정한다 이거예요?

[배정식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센터장]

아닙니다. 민법에서 그게 도입이 되어 있고요. 그래서 우리는 아예 민법에서 도입이 되어 있지 않지만 최소한 그런 노부부의 노후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서로 재산에 대한 신탁을 통해서 안전한 장치를 마련해둬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앵커]

신탁을 통해서 돌아가시기 전까지 편안한 노후를 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 수 있다는 거네요. 잘 알겠습니다. 상당히 생활에 가까이 다가온 유언 대용 신탁에 대해서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센터의 배정식 센터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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