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채널 전문가 상담 후 2억 송금했는데…알고보니 '사칭 채널'
SBS Biz 오정인
입력2021.05.04 16:38
수정2021.05.05 09:15
최근 카카오톡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투자 상담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SNS 계정에는 전문가의 사진과 이름, 소속 등이 모두 적혀있어 모두 '믿을 만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 중에 실제 전문가의 명의를 도용한 '사칭 계정'이 많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전문가 말만 믿고 수억 원을 송금했는데 알고보니 전문가가 아니었던 겁니다.
한 순간에 돈을 잃은 금융소비자가 금전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소송밖에 없습니다.
A씨, 은퇴자금 '2억원' 하루에 모두 잃어
어제 만난 펀드매니저인줄 알았는데 '가짜'
퇴직한 뒤 은퇴자금을 갖고 있던 A씨는 지난 1월 20일 증권사의 한 펀드매니저를 만났습니다. 상담 후 A씨는 펀드매니저 B씨의 연락처를 핸드폰에 저장했습니다.
바로 다음날인 1월 21일 카카오톡에서 B씨의 카카오톡채널 계정을 찾아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하루 전 자금운용 방법에 대해 상담을 해준 데 대한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이후 A씨는 B씨와 카카오톡채널로 투자상담을 이어갔고, B씨에게 안내받은 주식회사 명의의 은행계좌로 2억 원을 송금했습니다.
21일 하루에만 1억 원씩 두 차례 돈을 보냈습니다. A씨가 아무런 의심이 없었던 것은, 카카오톡채널에 나와있는 B씨가 전날 만났던 B씨의 얼굴과 이름, 소속 등이 일치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A씨가 카카오톡채널로 만난 B씨는 어제 만난 B씨가 아니었습니다. '사칭 계정'이었던 겁니다.
펀드매니저 B씨 신고에도 카카오 조치는 '아직'
금소연 "세 달 가까이 아무 조치 취하지 않아"
오늘(4일) 오전 금융소비자연맹과 사단법인 소비자와함께 등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에 대한 처벌을 촉구했습니다.
금소연과 소비자와함께 측은 "A씨의 사례에서 더 심각한 것은 카카오 측이 이런 문제를 수수방관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금소연 등에 따르면 A씨와 상담했던 펀드매니저 B씨는, 이런 일이 발생하기 전 자신을 사칭한 카카오톡채널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카카오 측에 사칭계정을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카카오 측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 금소연 측의 주장입니다.
금소연 관계자는 "또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도 자신을 사칭하고 리딩방을 운영하는 카카오톡채널을 발견했다"며 "1월 29일 카카오에 명의도용 채널을 삭제해달라고 신고했지만 4월 말까지도 카카오는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행법상 모두 '불법' 계정…"즉각 조치해야"
카카오 측 "신고 접수 후 소명절차 진행 중"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업 등록을 하지 않은 경우 투자자문업이나 투자일임업을 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펀드매니저를 사칭해 투자 상담을 진행하는 SNS 계정은 모두 현행법을 위반한 불법 계정이란 이야기입니다.
금소연 관계자는 "이런 신고를 받으면 카카오 측은 즉시 사칭계정을 삭제하고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며 "하지만 카카오는 명의를 도용당한 펀드매니저나 애널리스트가 직접 신고를 해도 적극적인 조치 없이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사칭 채널에 대한 소명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카카오 관계자는 "사칭 피해 당사자의 권리침해 신고 시 지체없이 영구제재 등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며 "금전 피해 발생 시 소명과정을 거쳐 해당 채널을 규제하고 동시에 해당 관리자에 의해 생성된 멀티 채널을 모두 일괄 규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카카오, 운영정책·가이드 따라 규제
허위 또는 과장 정보 제공은 '금지'
현재 카카오는 운영정책과 운영가이드라인을 통해 관련 내용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운영정책 제3조 5항에 따르면, 카카오톡채널 회원은 허위 또는 과장된 정보를 포함하거나 제3자의 개인정보, 명예, 신용 등 정당한 이익을 침해하는 내용을 메시지에 포함해선 안 됩니다.
제8조 2항에는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허위의 정보를 유통시키는 행위 등도 금지되어 있습니다.
아울러 카카오 운영가이드에 따라 카카오톡채널 이름으로는 기업이나 단체, 인물 등을 사칭하는 이미지 등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프로필 사진 역시 사칭이 불가능하며 음란이나 욕설 등이 포함된 이미지 또는 부적절한 내용이 포함된 이미지도 사용해선 안 됩니다.
명의도용·사칭 계정 확인되면 신고
접수 이후 신고자·피신고자 소명 절차 시작
A씨의 사례처럼 명의를 도용한 카카오톡채널을 통해 피해가 발생한 경우 카카오 측에 신고를 할 수 있습니다.
실제 펀드매니저 B씨는 자신을 사칭한 계정을 인지하고 카카오에 신고를 접수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신고가 접수된 뒤 즉시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카카오는 신고를 접수 받은 뒤 신고자와 피신고자에게 각각 소명을 요청합니다.
신고자가 금전 피해를 입은 소비자인 경우 소비자는 피해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해야 합니다.
신고자가 펀드매니저 B씨와 같이 명의를 도용당한 '본인'인 경우에도 소명 절차가 필요합니다.
카카오는 피신고자에게도 증빙자료를 요청하게 됩니다. 이때 피신고자는 영업일 기준 5일 안에 소명해야 합니다.
카카오 '규제'에도 사칭 계정 운영은 여전
금소연 등 "자본시장법 위반 방조 혐의로 고발"
이처럼 카카오가 운영정책과 가이드라인을 통해 사칭 계정 등을 제한하고 있지만 소비자 피해는 끊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우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A씨와 같이 돈을 잃었을 경우 금전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유일합니다.
카카오는 사칭 계정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있지만 법적인 제재나 처벌 조치까지 내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금소연 측은 이런 상황에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국민, 금융 소비자들에게 돌아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오늘 기자회견 후 정길호 사단법인 소비자와함께 상임대표는 "카카오를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및 자본시장법 위반죄 방조 등의 혐의로 고발하고,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에는 적극적인 조치와 처벌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카카오에 금전적인 피해보상 등 책임을 묻긴 어렵다"면서도 "운영자인 카카오는 문제제기나 신고가 접수된 뒤 좀 더 빠른 시일 내에 계정 정지 및 폐쇄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카카오가 의지만 있다면 보다 빠르고 쉽게 피신고자 등에 대해 제재할 수 있을 것"이라며 "피해자가 더 양산되지 않도록 소비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소비자, 투자자 스스로에게도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김 교수는 "SNS를 통한 투자뿐만 아니라 기존 금융사를 통한 투자 역시 본인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물론 투자자 입장에서 사칭 계정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투자를 유도하거나 권유하는 경우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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