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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회삿돈이 쌈짓돈?’…카드사 직원이 2억원 ‘꿀꺽’

SBS Biz 이한승
입력2021.04.22 18:02
수정2021.04.23 10:39

카드업계에서는 고객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상품권처럼 현금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한 카드사 직원이 이같은 민원 처리 방식을 악용해, 수억 원의 회사 자금을 유용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한승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우리카드 과장이던 A씨는 고객 대상 이벤트를 열거나 고객 민원을 처리하는 데 쓰겠다며 회사에 품의서를 올렸습니다.

그렇게 구입한 물품은 모바일 주유권, 하지만 이 주유권들은 고객이 아닌, A씨의 주머니로 들어갔습니다.

이같은 착복은 계속됐고, 이렇게 유용된 자금 규모만 2억 원에 달합니다.

민원인을 빙자해 가짜 민원을 올리는 방식으로 회삿돈을 개인의 쌈짓돈처럼 반복해서 꺼내썼는데도 적발이 되지 않았던 겁니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내부 감사를 통해 A씨가 회삿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음을 뒤늦게 파악하고 금융감독원에 보고했습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이미 A씨를 면직 조치했고, 회사가 피해 본 금액은 전부 보상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카드 측은 회사 내 징계가 완료되고 전액 회수된 만큼 추가적인 형사 고발까지는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우리카드 내부통제 시스템에 문제가 없는지, 조사를 검토하는 한편, 다른 카드사에도 유사사례 여부를 파악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앞서 보신 것과 같은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나 싶으실 텐데요. 단독 취재한 이한승 기자와 더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해당 직원이 고객 민원을 처리하기 위해서 모바일 주유권을 샀다는 건데, 민원을 처리하는 데, 왜 주유권이 필요하죠?

네, 고객 민원 중에는 정당한 민원도 있지만,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악성민원도 있습니다.

그런 민원이 오면 껄끄러우니까 관행적으로 상품권처럼, 현금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왔다는 게 우리카드를 포함한, 카드업계의 설명인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카드업계 관계자 B : 억지주장을 하다가 '시간 뺏겼고 전화요금 나왔으니까, 어떻게 보상할래?'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나 봐요. 그거는 상품권이든 뭐든 달라고 하는 거죠.]

이런 악성민원을 넣는 분들의 고정 레퍼토리가 "금융당국에 신고하겠다, 언론에 제보하겠다"는 건데요.

설령 악성민원, 그러니까 민원인의 생떼이긴 하지만 금융당국이나 언론이 알게 되는 건 달갑지 않다는 반응입니다.

[카드업계 관계자 C : 잘잘못을 떠나서 금감원에 민원 접수가 되면 카드사는 평가가 되잖아요.]

일종의 관행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는 게 중요할 텐데, 우리카드의 입장은 뭡니까? 

결재권한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일은 과장급에 불과한 A씨가 고객 대응이라는 명목 하에 이같은 조치를 쉽게 할 수 있었던 것부터가 문제였는데요.

그러니까 과·차장과 같은 중간 관리자가 고객 이벤트나 민원 처리 대응을 결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우리카드 시스템의 구멍이 드러난 만큼 결재 권한을 팀장급으로 높여 재발 방지에 나섰다는 게 우리카드 설명입니다.

금융당국도 이번 건을 알고 있는지, 그렇다면 조사나 제재 등 계획은 있는지도 궁금하네요?

금융당국은 이번 사안을 횡령으로 보고 있는데요.

횡령은 금융사고의 하나이기 때문에 금융사는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고, 당연히 금융감독원도 지난해 이번 사안에 대해 보고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아직 추가 제재 여부는확실치 않은 상황인데요.

금감원은 추후 현장검사를 통해 추가 제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관행처럼 해온 민원에 대한 보상이 결국 금융사고의 불씨가 된 건데,  잘못된 관행이라면 문제가 나타났을 때가 바꿔야겠죠. 이한승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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