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초대석] 김병준 “부동산 실패가 아니라 경제 실패다”
SBS Biz 김날해
입력2021.04.21 15:27
수정2021.04.21 21:22
■ 경제현장 오늘 '오후초대석' -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국민대 명예교수
여야는 4.7 보궐 선거 이후 차기 지도부 구성에 분주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떠난 민심을 잡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죠. 국민의힘은 국민의당과의 합당, 그리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관계 때문에 시름을 앓고 있는데요. 지지율이 30%로 떨어진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는 어떤 변화가 올지. 여야를 넘나들면서 중책을 맡았던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모시고 들어보겠습니다.
[앵커]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실장님께서는 노무현 청와대에서 중책을 맡으셨고, 또 자유한국당의 비상대책위원장도 하셨기 때문에, 여야에 대해서 폭넓은 경험과 식견을 가지고 계셔서 오늘 귀한 말씀 들을 것 같습니다.
지난 4.15 총선 때 세종시에서 낙선하셨죠? 그 이후에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세종과 서울을 오가면서요, 제 나름대로 이것저것 챙기면서 공부도 좀 하고. 최근에 와서 지나간 역사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제대로 됐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리고 이런저런 글을 좀 쓰고 그렇게 지냈습니다.
[앵커]
세종시라면 김병준 실장님한테는 별 인연이 없는 것 같은데,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까지 하셨는데, 그쪽으로 출마하라고 했을 때 좀 섭섭하지 않으셨어요?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인연이 있다면 사실 큰 인연이 있습니다. 제가 그 도시를 만들자고 한 사람 중에 한 명이니까요. 그 보다 더 큰 인연이 없죠. 다만, 공천을 받고서 지역 사정이 어떤지 좀 알아보고자 전화를 하려고 했더니,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아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고, 연고도 없고 했는데, 사실 저는 세종을 나갈 때 섭섭하고 그런 건 없었습니다. 저 스스로 자원을 했다고 보는 것이 더 맞을 것 같고요. 꼭 쉬운데 가서 돼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으니까요.
[앵커]
대구에 본거지를 두시고, 종로에서 사셔서, 대구냐, 종로냐 출마지 고민을 하시다 결국 세종으로 가셨는데요?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대구는 사실 제가 가고 싶어서 간 것이 아니고, 대구분들이 몇 분, 중진들께서 오셔서, ‘와서 김부겸, 현 총리 후보님하고 한 번 붙어줬으면 좋겠다’해서 갔는데, 있을 수가 없더라고요. 격차가 너무 많이 나니까요. 제가 한 20~25% 이기는 것으로 나오니까, 누가 나가도 되는 상황이고, 그런 상황에서는 제가 대구에 있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올라오게 됐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이제 재보궐 선거는 끝났고 더불어민주당이 참패를 해서, 지도부 개편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우선 원내대표에는 윤호중 의원이 되셨는데, 이제 당대표 선출을 앞두고 있지 않습니까. 윤호중 의원은 ‘친문’으로 언론들이 분류하고 있어요. 민주당의 지도부 개편,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나름대로 선거에 참패했으니까 일종의 쇄신 분위기를 만들려고, 또 책임을 물어야 하니까, 전 지도부가 사퇴하고 새 지도부를 뽑는데. 지도부가 어느 쪽으로 어떻게 들어서건 간에 별 변화가 없을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쉽게 변할 수 있는 정당도 아니고요. 어느 정당이나 다 마찬가지입니다만, 그렇게 큰 변화를 기대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앵커]
그래도 국민들은 뭔가 여당에 회초리를 들었기 때문에 좀 바뀔 것을 기대하고 있을 것 같은데요.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잠시 바뀌는 흉내는 낼 수 있겠습니다만, 기본적으로 국민의 회초리가 겁이 나서 바뀌는 정당들이라면 우리 정치가 지금 이 모양이 아니겠지요.
[앵커]
국민의 회초리를 무서워하는 척만 한다, 이런 말씀이십니까?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왜냐하면 일단 지나가고 나면 그만이다, 뭐 그런 분위기. 그게 우리 정치권의 일반적인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국민의 정치 신뢰가 낮고, 냉소가 심하고 그런 거죠. 그래서 그렇게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앵커]
그러면 이제 야당으로 가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떠나면서 국민의힘에다가 ‘아수라판’이다 이런 말씀까지 하셨는데, 어떻습니까?
국민의힘의 현재 상황은 어떻게 평가하세요?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저도 당에 소속된 사람으로서, 참 부끄럽습니다. 국민께. 그것도 특히 어떻게 보면, 사람으로 치면 의사한테 치료해달라고 부탁을 했단 말이죠. 치료를 해달라고. 근데 의사가 치료할 수 있다고 장담하고 들어가서는 치료하고 난 다음에 지금 뭐라고 하는가 하면, “이 사람 원래 고칠 수 없었던 사람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거든요.
[앵커]
김종인 위원장의 말씀이요?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시는데, 저도 참 감히 대선배한테 아주 몹쓸, 심한 말을 좀 했습니다. 최근에.
[앵커]
어떤 말씀을 하셨어요?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나중에 찾아보시면 아시겠습니다만. 이러면 안 된다(는 취지의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특히 최근에 와서 그런 이야기를 지금 깊이하고 있는 게, 과거에 굉장히 흠이 많고 특히 범죄를 저질렀던 분들은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정치 지도자로서 역할을 하는 것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게 김종인 위원장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우리 국가에서 앞으로는 정치라는 게 상당히 어떻게 보면 좀 교육의 의미도 있는 것 아닙니까?
정치 지도자가 되면 젊은이들에게 인생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 이런 것도 좀 보여주고 그래야 하는데, 범죄 전력, 특히 그것도 상당히 큰 범죄 전력이 있는 사람들이 나와서 정치권 앞에 서서, 국가를 이렇게 움직이고 저렇게 움직이고 하는 것을 보면, ‘이건 좀 아니다’(라는 생각입니다).
지금까지는 그랬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런 분들이 나올 수 있었던 게, 정치에 대한 냉소가 워낙 강하니까요. ‘뭐 이 사람이나 저 사람이나 다 마찬가지인데, 원래 정치하는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이 하는 거 아니야?’ 이렇게 해서 넘어갔는데, 지금 부터라도 이제는 안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뭐 국회의원 한 두 번 하는 건 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러나 이제 당의 대표가 되고, 우리 정치를 이끄는 그런 입장에 설 때는 (정치인 스스로가) 스스로를 돌아보고 정말 아이들에게 내 모습이 어떻게 비치겠는가, 이런 것도 좀 생각해보고 그랬으면 좋겠다는 글을 썼습니다. 사실은. 그런데 한 편으로 보면 서로 싸우고 어쩌고 할 것 없이, 서로가 어른답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앵커]
이제 대선을 1년 앞두고, 대표를 새로 뽑아야 하는데. 또 김종인 위원장에게 의지하려고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그런 일이 있겠습니까?
[앵커]
그런 일이 있지 않을 것이다?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까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국민께서도 눈을 똑바로 뜨고 봐주셔야할 부분이, 정치가 도대체 뭐하는 것이며,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고, 최소한 어떤 모습을 갖추고 있는지 봐야 합니다. 그래서 ‘아, 저런 사람이 지도자? 과거에 뭐했지? 과거에 어떤 전력이 있지?’ 이런 것을 좀 봐주셔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앵커]
여야는 그렇고, 청와대, 사실 ‘4.7 보궐선거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심판이다’, 이런 평가도 많지 않습니까. 그래서 변화를 했고, 일부 장관을 교체했는데, 이정도의 변화와 쇄신,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사실 이제 지금부터는 레임덕 상황입니다.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을 겁니다. 국회가 있으니까 법안 몇 개를 밀어붙일 수는 있겠죠. 그러나 전체적으로 국정 동력은 떨어지게 돼있고, 심지어 몇 달 지나면 국회에 대한 그 대통령의 영향력, 그 자체도 굉장히 떨어질 겁니다. 결국은 나중에 심지어 ‘대통령이 당을 나가야 한다’, 탈당 이야기, 출당 이야기까지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역사거든요. 역사기 때문에 그 역사가 그대로 반복되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요. 지금 뭐 개각을 했다고 하지만, 총리를 바꾸고 했는데. 지금 총리가 무슨 일을 하겠습니까. 별로 할 일이 없습니다. 그리고 말씀드린 것처럼 청와대와 행정부의 구심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큰 변화를 일으키기는 힘들다, 결국은 굉장히 어려운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라고 전망합니다).
[앵커]
내각 인적 변화를 하더라도 청와대가 권한을 행사하기 어려워질 것이다(라는 말씀이시군요)?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실제로 보통 사람들이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 무소불위의 권력이 어떤 것을 이야기 하느냐 하면, (임기) 초로 보면 장관 시켜주는 권한. 기업 하나를 죽였다 살렸다 하는 권한, 이걸 무소불위의 권한이라고 부르는데, 저는 그런 권한은 굉장히 작은 거고, 어떻게 보면 쪼가리 권력(이라고 봅니다.)
[앵커]
인사권은 쪼가리 권력이다.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인사권이나 이런 것은 그걸 탐내는 사람이나 그걸 중심에서 보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대통령이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실제 대통령이 할 일은 어떤 것인가 하면, 노동 개혁을 해야 하고, 금융 개혁을 해야 하고, 산업 구조 조정을 해야 하고, 이런 것을 해야지, 경제가 풀리고 이런 건데, 그것을 하려면 애초에 (이런 것들을 할 수 있는) 권한이 대통령한테 별로 없습니다. 대통령이 무슨 수로 그걸 해내겠습니까?
[앵커]
그 권한은 국회에 있다, 이런 말씀이신가요?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국회만 가지고도 안 되고, 전 국민이 다 합심을 해도, 지금 산을 옮겨야 하는데 그 산을 옮길 수 있을까 없을까 하는데, 대통령이 무슨 수로 옮기겠습니까? 그러다 보니까 대통령은 국민이 기대하는 일을 못하게 되고, 개각을 수십 번을 해도 힘에 부칩니다. 특히 레임덕 상황이 되면 이제 민심까지 나빠져서 결국은 대통령이 몰리고 몰려가거든요. 나중이 되면 대통령이 하려고 하는 일은 더 안 됩니다. 더 시비가 많이 걸리고요.
[앵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 계셨으니까, 당시, 지금쯤, 임기 1년 남았을 때와 그때를 좀 회상해서 보시면 어떤 일이 일어났습니까?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지금은 조금 낫죠. 국회가 거대 여당이고 하니까 조금 더 나을 수는 있죠. 그러나 역시 힘든 건 마찬가지일 거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 현상이 뭐, 재밌는 현상들이 많이 생깁니다. 사람들이 점점 청와대로부터 떠나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요. 그다음에 대통령 말이 이제 제대로 안 먹들어가고, 그렇게 되면 대통령에 정서가 대통령의 심적 상태가 소위 업다운, 오르내림이 많아집니다. 오르내림이 많아지면서 어떨 때는 짜증도 내고, 이렇게 되면 참모들이 그다음에는 말을 안 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청와대 안에 정보들이 다 왜곡이 돼서, 민심이 제대로 전달이 안 되고 이런 일들이 그야말로 정권 막바지에 일어나는 현상들이 다 일어납니다.
[앵커]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는 실상을 전달하는 건 잘 올라가지 않고, 대통령이 듣고 싶어 하는 소리만 전하는 그런 상황인 건가요?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그렇죠, 왜냐하면 대통령의 심적 상태가 상당히 불안해지고 그런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것은 제가 경험한 정부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대통령 인수위의 정무 간사를 했습니다. 정무 간사 위원을 하면서 역대 대통령들이 막판이 어떠했는가를 다 조사한 적이 있거든요. 그때 관계된 분들 다 면담했는데, 거의 비슷한 이야깁니다. 권력이 빠져나갈 때에 대통령께서 불안해하고. 그 다음에 마음의 오르내림이 심하고. 그러다보면 청와대 내에 커뮤니케이션도 고장이 납니다.
[앵커]
혹시 어떤 사건을 콕 집어서 사례를 들어봐 주시겠습니까?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집어서 이야기 드리기 보다요. 재밌는 에피소드 하나 (들려드리겠습니다). 막판 되면 노(무현) 대통령께서 뭐라고 하시느냐 하면, 추진하고 싶으신 일이 있거든요. 추진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저보고 뭐라고 하시냐 하면 “이거 대통령이 꼭 해야 한다고 했다고 이야기하지 마라” 대통령이 꼭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면 오히려 더 안 되는 겁니다. 왜냐하면 언론이고 야당이고 오히려 그걸 카드로 삼아가지고 이제 더 안 해주는 거 에요.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어떻게 충고하는가 하면, 일종의 양동 작전입니다. 마치 A안을 실제로는 선호 하는데 B안을 미는 것처럼 행동했다가 나중에 다시 A안을 미는 식으로 (했습니다). 그런 일들도 있었습니다.
[앵커]
그래도 노무현 대통령은 후에 평가되기를 각료들이나 국민들과 의사소통을 상대적으로 많이 하려고 했던 대통령으로 (불리지 않습니까?)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그러니까 많이 하려고 했던 대통령도 막판에는 그런 일이 벌어집니다. 제가 글을 하나 썼습니다만, 유투브에서도 이야기했습니다만, 막판이 되니까 참모들이 전부 입을 닫고 말을 안 하는 겁니다. 말을 안 합니다. 정권 초창기에는 전부 서로 대통령하고 눈 맞추고 어떻게 지시하나 받기를, 지시를 받으면 그게 자기 권력이거든요. 그러기 위해서 힘썼는데. 막판 되면 괜히 이야기 했다가 싫은 소리 들을까봐. 그게 아니면 괜히 이야기했다가 안 되는 과제를 받아서 책임지게 될까 봐. 전부 대통령 눈 안 맞추고 이야기 안 하고 이런 상태가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오히려 대통령께서 굉장히 일종에 고립화되는, 그런 양상들이 일어나거든요. 노무현 청와대는 그런 문제가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하는데도, 그런 일이 일어납니다. 어느 정부나 그런 일이 일어납니다. 제가 박근혜 대통령도 모르긴 해도, 막판으로 가면서는 상당히 정보 왜곡의 구도, 또 대통령이 알게 모르게 고립화되는 이런 구도가 상당히 심화됐지 않았느냐 하는 인상을, 제가 총리 지명을 받으면서 대통령과 대화하는 와중에 많이 느꼈습니다. 어느 정부 역시 그렇다는 겁니다.
[앵커]
문재인 정부 청와대도 그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그런 일들이 일어날 것입니다. 권력의 보편적 현상이 있거든요. 사람에 따라서, 정권에 따라서 특이한 패턴이 일어나기도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권력이 흐르게 되는 보편적 현상인데, 이 자체를 무시할 수는 없는 거거든요.
[앵커]
그런 어떤 함정이랄까, 증후군이랄까,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겁니까?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대통령이 그나마 잘 하면, 벗어날 수가 있는데, 한계가 있죠. 워낙 힘이 빠지기 시작하니까. 힘이 빠지기 시작하고, 참모들조차도 빠져나가기 시작하거든요. 우선 관료들만 하더라도 빨리 빠져나와가지고 어떻게 하든지 다시, 다음 정부를 위해 일할 준비를 해야 되는 거죠.
[앵커]
탈색을 좀 해야하니까요.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네 일종의 샤워를 하고요. 그런 일들이 일어납니다.
[앵커]
이번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던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의 평가를 듣고 싶은데, 가장 큰 게 부동산 대책이거든요. 지금 부동산 대책에 대한 민심의 불만이 굉장히 컸는데, 이제 문재인 대통령이 2.4 공급대책을 펴서 공급을 늘리겠다는 정책으로 돌아섰습니다. 그런데 LH 사태가 터지다 보니까 이게 어떻게 될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개선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야당조차도 지금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문제를 제대로 분석을 못 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보기에는 부동산 문제는 아시다시피 변수가 복잡하게 얽힙니다. 공급도 문제가 될 수가 있고, 규제가 문제가 될 수도 있고, 문제가 될 수 있는 요인이 굉장히 많은데. 제가 보기에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경제, 산업 정책 전반이 다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무슨 이야기를 드리는가 하면, 기본적으로 유동성 문제입니다. 돈이 많이 풀렸는데, M1, M2, 어느 것을 기준으로 해도 역대 돈이 이렇게 많이 풀린 적이 없거든요.
이렇게 돈이 많이 풀렸는데, 이 돈이 경제 산업 정책이 좋으면 생산과 소비 쪽으로 흘러줘야 하는데 생산과 소비 쪽으로 흐르는 게 아니라 자산 쪽으로 흐르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토지나 부동산 쪽으로 흐르다가, 여기에 규제가 생기면 비트코인, 가상화폐 쪽으로 흐르고, 그림 쪽으로도 흐르고, 심지어는 와인 쪽으로도 흐르고, 이런 자산 쪽으로 흐르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부동산 문제를 넘어서, 문재인 정부의 산업 경제 정책의 전면적인 실패입니다. 그러니까 여기서 투자, 생산, 소비 쪽으로 돈이 안 간다는 거죠.
[앵커]
부동산을 사지 못하게 수요를 억제만 한다고 해서 잡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말씀이신가요?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돈의 흐름을 잡아줘야 하는데, 돈의 흐름을 잡아주는 데서 완전히 실패하고 있고, 그다음에 또 성공할 수 없는, 정부의 기본적인 정책이 실제로 투자를 활성화시키거나 그런 정책이 아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부동산 문제가 터지고, 그 외에 다른 모든 문제가 (터지는 겁니다).
지금 젊은 사람들이 박탈감을 느끼는 건 부동산에도 터지지만, 예를 들어서 천만 원 이하였던 비트코인이 어느 날, 몇 달 사이에 7천만 원, 8천만 원 올라가는 데도 엄청난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거죠. 거기에 참여를 못한 사람은 이미 차를 더 이상 탈 수가 없는 거 에요. 이런 문제가 부동산 이상의 문제들이 계속 자산 시장에서 터지고 있는 겁니다. 이것은 문재인 정부의 산업, 결국 돈의 흐름을 잘못 관리했기 때문이고, 돈의 흐름을 관리 못 하는 이유는 산업 정책이 없기 때문입니다.
[앵커]
그러면 실장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돈을 잘못 관리한 원인은 산업 정책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셨는데, 산업 정책이 없는 이유, 왜 산업 정책을 제대로 펴지 못했습니까?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가장 핵심적인 걸 한 가지만 이야기 드립니다만, 산업 구조조정이 되고, 신산업이 일어나야 하는데, 그렇게 되려면 지금 현재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가 바뀌어야 하는데, 여기서 벌써 노조 문제가 결부되는 겁니다. 노동 개혁이 안 되니까 안 되고, 그다음에 또 새로운 노동자들, 4차 산업에 맞는 새로운 지식 노동자와 지식 근로자가 생산되어야 하는데, 인적 자원 육성 체계가 다 무너져있고 그걸 전혀 손을 못 대고 있으니까 그게 안 되는 거고. 그다음에 금융이라든가 이런 것이 여전히 전당포적인 금융을 하는 시스템이 그대로 해서, 담보 잡고 대출하는 이런 구조가 돼있으니까 혁신 산업이 제대로 일어날 수 없는 거고요. 그러니까 문재인 정부가 이런 것을 총체적으로 다 실패한 겁니다.
[앵커]
아까 말씀하신 대통령이 정말 해야 할 일이 그거네요, 노동 개혁, 금융 개혁, 산업 구조조정이라는 말씀이 다 맥락이 같은 거네요.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런 거대한 산인데, 어떻게 보면, 이 산을 옮겨줘야 하는데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면, 야당하고도 손을 잡아야 하고, 국민들에게 우리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대통령이 가진 권한이 뭡니까, 사람들, 아까 제가 말씀 드렸죠, (대통령의) 권한과 권력이 무소불위라고 하는데, 그거 아닙니다. 실제로 산을 옮길 힘이 없어요, 대통령은. 그럼 대통령이 산을 옮기려면 뭐 하는가 하면, 권력과 권한으로는 절대 못 옮깁니다. 대통령은 화합과 대국민을 향해서 마이크를 쥐고 저는 저보고 왜 정치하느냐고 물으면 마이크를 쥐기 위해서 하는 겁니다. 권력을 잡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마이크를 통해서 국민들에게 호소를 하고, 국민들 스스로 뛸 수 있도록 자극을 하고, 이게 대통령의 역할인데, 이게 반대 방향으로 갔거든요. 국민하고 화합하고 메시지를 전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칼 꺼내서 곳곳에 규제하고, 검찰 개혁한다고 인사권 행사하고 이런 식으로 갔단 말입니다. 여기서 전부 대립 관계가 형성이 돼버리니 국가가 움직여질 리가 있습니까. 그래서 지금 완전히 말하자면 시대 변화, 옛날 어느 때 하던 건가 하면 옛날 국가가 하드 파워를 행사할 때, 권위주의 국가 때. 기업들에게 이러라면 이러고 저러라면 저럴 때, 남의 경제 따라갈 때, 그 때 그 식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단 말입니다.
지금은 자유주의에 기반하고 개인주의에 기반해서, 개인과 개인, 자유와 자유에 기반해서 어떻게 하면 설득하고 그 사람들이 뛰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할 그런 정부가, 오히려 권력과 권한 행사 하는떼 바쁘니까. 그러고는 불만 좀 생기면 돈 풀어서 가서 메우려고 하니까.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앵커]
노동개혁을 했어야 하는데, 결국 못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과도하게 친노동적이기 때문입니까?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사실상에 친 노동 정부가 아니라 사실은 노동 정부죠. 노동 정부고 그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그 사람들을 지지 기반으로 하고 있고. 이념적으로는 노동이라든가, 진보적 시민단체라든가 하고 있고. 지역적으로는 호남, 이런 것을 총체적으로 기반으로 해서 성립한 정권이기 때문에 (노동 개혁은) 못 할 겁니다. 노무현 정부만 하더라도 실제로 노조와 굉장히 싸웠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게 신세를 별로 안졌거든요. 대통령 될 때까지도. 그냥 표를 찍었지 서로 연합을 한 상태는 아니었거든요. 그러니까 한미 FTA 같은 것을 밀어부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노조가 정권의 일부가 돼있거든요.
[앵커]
노동 개혁을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는 이야기네요.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그래서 구조적으로 이미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까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개각을 두 번 세 번 해봐야 이미 레임덕 상태에서, 구조가 그렇게 짜여있는데, 원내대표 바뀌고, 당대표 바뀌고 그다음에 총리 바뀐다고 이게 달라지겠느냐, 저는 달라질 수 없다고 봅니다.
[앵커]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맞는 인적자원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지난 4년간에 교육 부총리로도 내정이 되셨었으니까, 학교에 오래 계셨고. 지난 4년간에 교육 정책, 인적 자원 개발 정책의 현주소랄까, 평가는 어떻습니까?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전혀 변화가 없죠. 변화가 없습니다. 그야말로 일본이 우리나라를 강점하고 있을 때, 그때에 나온 집체주의적 교육 방식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거든요. 지금도 보면 대안 교육만 하더라도 훌륭한 대안 교육들이 수없이 있는데 이 대안 교육들을 교육장 밖으로 집어던져 놓고는. 국가가 말하자면 내가 편성한 커리큘럼 따라오면 너는 학교고, 따라오지 못하는 자유로운 학교는 학교 아니다, 그런데 학교 아니라고 한 학교 중에서는 유엔이나 유네스코가 세계 최고 교육이라고 인정한 그런 프로그램들이 밖에서 돌아다니고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곳은 우리 국민들이 보낼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대안 학교기 때문에 국가에서 보조가 안 나오니까 선생님들 월급과 학교 시설을 전부 학부모가 다 대야 하니까. 이게 등록금이 일년에 천만 원씩 되고 들어가면서 조합비용을 몇 천만 원씩 내야하고 하니까, 서민들은 접근도 못 하는 거에요.
그러고는 국가가 이렇게 집체주의적 교육, 저는 전부 자유주의적인 교육방식으로 달라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너도 나도 부모들이 자기들끼리 조합 형성해가지고, 내 아이들은 이렇게 가르치고 싶다. 뭐 그렇게 가르쳐도 국가가 그것을 학교로 인정해주고, 이런 식으로 그런 어떤 자유주의적인 교육 방식이 도입되기 전에는, 그리고 국가 중심의 집체주의적 교육방식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창의적인 교육은 키울 수 없다는 게 제 하나고요.
하나만 짧게 더 이야기 드리면, 실질적으로 4차 산업에 맞는 인력을 길러내는 데는 어딘가 하면은 기업입니다. 기업이 자기 직원을 교육시켜야 하는데, 그 기업의 가장 중요한 주체인 중소기업들이 그것을 못하거든요. 왜냐하면 직원을 키워 놓으면 그 직원은 고임금 구조, 계층화된 임금 구조에 따라서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이동하게 돼있단 말입니다. 이렇게 스스로를 배반하는 현상들이 구조화 돼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임금격차가 벌어진, 대기업 노조가 전부 이렇게 만든 것 아닙니까. 이런 상태에서부터 대기업 노조가 자기들 먼저 뽑아먹어버리니까 협력회사에는 적게 갈 수밖에 없죠. 이런 구조가 타파되지 않는 한, 인적 자원 육성 체계 조차도 제대로 잡기 힘들다.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겁니다.
[앵커]
관련해서, 코로나 때문에 피해 입은 자영업자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정부가 상생연대 3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 중 관심이 많은 게 손실피해보상법입니다. 손실을 본 자영업자에게 피해를 보상하겠다. 조금 논란이 있을 것 같은데, 실장님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사실 규모가 어느 정도가 될지, 저는 어느 정도 국가가 반드시 지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런데 대한 구체성이 전혀 보이질 않아요. 도대체 어느 정도를 어떻게 하겠다던가, 조건이나 이런 것을 어떻게 가리겠다는 것이며, 그다음에 또 피해 상황을 어떻게 정확하게 평가하겠는지, 이런 부분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없이 그냥 해두면, 집행 과정에서 이것이 상당히 혼란이 생길 수가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굉장히 주의를 해야 하는데, 지금 별 주의를 안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유감입니다.
[앵커]
아까 세종시를 말씀하셨는데, 세종시를 설계하신 인연으로 출마했다고 말씀하셨는데, 사실 오랜 동안 지방 자치, 분권, 그리고 지역 균형 발전을 고민하고 연구해오지 않으셨습니까. 생각했던 세종시와 지금의 세종시, 지금의 세종시는 어떤 모습입니까?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참 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만 전혀 다른 모습이고, 기본적으로 이 도시를 제일 처음에 가졌을 때는 나름대로 이 도시를 어떻게 하겠다는 구상이 있었는데 그 구상이 전혀 실현이 안되고 있고요. 더 안타까운 것은 도시를 설계하면서도 도시를 설계하는 사람들이 그리고 도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미래의 도시는 어떠해야 하고 그 도시 속에서 사는 인간의 삶은 어떤 양태가 돼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세계 최첨단의 도시, 정말로 계획 도시를 만들면서 이 도시가 그냥 판교나 서초동이나 어디나 똑같은 도시가 돼버린 거에요.
오히려 그보다 더 못한 도시가 되고. 그 다음에 행정수도가 되겠다고 하면서, 세계 어느 나라 행정수도가 옆에 있는 대도시 베드 타운이 되는 그런 도시가 어디있습니까. 지금 완전히 베드 타운입니다. 근데 그 베드타운을 벗어나서 자족 도시로서의 위상을 어떻게 갖출 것인가, 여기에 대한 고민 없이, 맨날 이야기 나오는 것이 국회를 이전하느냐 마느냐 이 얘기만 나오니, 제가 참...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앵커]
잠깐 화제를 돌려서, 아까 점심에 문재인 대통령이 오세훈 서울시장하고 박형준 부산시장을 불러서 점심을 하면서 얘기를 했는데 두 분, 박근혜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이제 국민 공감, 통합이 중요한 기준이다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하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원론을 이야기 하셨네요, 가, 부를 떠나서 원론을 이야기 하셨는데, 국민 공감대라는 것은 우선 인간적으로 두 분 대통령 좀 풀어주는 게 맞지 않느냐는 쪽으로 기우는 게 아닌가 하는 쪽으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 다수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런 부분도 상당히 되니까 대통령께서 어느 쪽을 더 중시해서 보느냐에 달렸는데 긍정적인 쪽으로 검토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마지막 질문입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참 재밌는 말씀을 하셨더라고요. “학자라고 하기에는 너무 대담하고, 정치인으로 보기에는 지극히 양심적이다” 정치인 김병준은 어떤 꿈을 가지고 계시는지, 앞으로 어떤 일을 하실 건지 궁금합니다.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저도 궁금합니다. 그러나 다만 무슨 역할을 해도 당분간은 할 것 같은데, 제 기본적인 목표는 뭐가 된다기보다 어쨌든 우리 사회에서 있어야 할 이야기가 좀 있었으면 좋겠다. 담론이 있는 정치, 지금 담론이 없거든요. 서울 시장 선거를 치뤘는데도, 아까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 서울시의 미래 모습이 어떠한지, 이에 대한 이야기가 없어요. 그래서 담론이 있는 정치를 만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마이크를 쥐어야 하면 쥐어야 하고, 권력이나 권한을 잡아야지 마이크가 온다면 권력과 권한을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앵커]
알겠습니다. 시간 관계상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오늘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감사합니다.
여야는 4.7 보궐 선거 이후 차기 지도부 구성에 분주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떠난 민심을 잡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죠. 국민의힘은 국민의당과의 합당, 그리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관계 때문에 시름을 앓고 있는데요. 지지율이 30%로 떨어진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는 어떤 변화가 올지. 여야를 넘나들면서 중책을 맡았던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모시고 들어보겠습니다.
[앵커]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실장님께서는 노무현 청와대에서 중책을 맡으셨고, 또 자유한국당의 비상대책위원장도 하셨기 때문에, 여야에 대해서 폭넓은 경험과 식견을 가지고 계셔서 오늘 귀한 말씀 들을 것 같습니다.
지난 4.15 총선 때 세종시에서 낙선하셨죠? 그 이후에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세종과 서울을 오가면서요, 제 나름대로 이것저것 챙기면서 공부도 좀 하고. 최근에 와서 지나간 역사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제대로 됐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리고 이런저런 글을 좀 쓰고 그렇게 지냈습니다.
[앵커]
세종시라면 김병준 실장님한테는 별 인연이 없는 것 같은데,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까지 하셨는데, 그쪽으로 출마하라고 했을 때 좀 섭섭하지 않으셨어요?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인연이 있다면 사실 큰 인연이 있습니다. 제가 그 도시를 만들자고 한 사람 중에 한 명이니까요. 그 보다 더 큰 인연이 없죠. 다만, 공천을 받고서 지역 사정이 어떤지 좀 알아보고자 전화를 하려고 했더니,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아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고, 연고도 없고 했는데, 사실 저는 세종을 나갈 때 섭섭하고 그런 건 없었습니다. 저 스스로 자원을 했다고 보는 것이 더 맞을 것 같고요. 꼭 쉬운데 가서 돼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으니까요.
[앵커]
대구에 본거지를 두시고, 종로에서 사셔서, 대구냐, 종로냐 출마지 고민을 하시다 결국 세종으로 가셨는데요?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대구는 사실 제가 가고 싶어서 간 것이 아니고, 대구분들이 몇 분, 중진들께서 오셔서, ‘와서 김부겸, 현 총리 후보님하고 한 번 붙어줬으면 좋겠다’해서 갔는데, 있을 수가 없더라고요. 격차가 너무 많이 나니까요. 제가 한 20~25% 이기는 것으로 나오니까, 누가 나가도 되는 상황이고, 그런 상황에서는 제가 대구에 있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올라오게 됐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이제 재보궐 선거는 끝났고 더불어민주당이 참패를 해서, 지도부 개편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우선 원내대표에는 윤호중 의원이 되셨는데, 이제 당대표 선출을 앞두고 있지 않습니까. 윤호중 의원은 ‘친문’으로 언론들이 분류하고 있어요. 민주당의 지도부 개편,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나름대로 선거에 참패했으니까 일종의 쇄신 분위기를 만들려고, 또 책임을 물어야 하니까, 전 지도부가 사퇴하고 새 지도부를 뽑는데. 지도부가 어느 쪽으로 어떻게 들어서건 간에 별 변화가 없을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쉽게 변할 수 있는 정당도 아니고요. 어느 정당이나 다 마찬가지입니다만, 그렇게 큰 변화를 기대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앵커]
그래도 국민들은 뭔가 여당에 회초리를 들었기 때문에 좀 바뀔 것을 기대하고 있을 것 같은데요.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잠시 바뀌는 흉내는 낼 수 있겠습니다만, 기본적으로 국민의 회초리가 겁이 나서 바뀌는 정당들이라면 우리 정치가 지금 이 모양이 아니겠지요.
[앵커]
국민의 회초리를 무서워하는 척만 한다, 이런 말씀이십니까?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왜냐하면 일단 지나가고 나면 그만이다, 뭐 그런 분위기. 그게 우리 정치권의 일반적인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국민의 정치 신뢰가 낮고, 냉소가 심하고 그런 거죠. 그래서 그렇게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앵커]
그러면 이제 야당으로 가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떠나면서 국민의힘에다가 ‘아수라판’이다 이런 말씀까지 하셨는데, 어떻습니까?
국민의힘의 현재 상황은 어떻게 평가하세요?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저도 당에 소속된 사람으로서, 참 부끄럽습니다. 국민께. 그것도 특히 어떻게 보면, 사람으로 치면 의사한테 치료해달라고 부탁을 했단 말이죠. 치료를 해달라고. 근데 의사가 치료할 수 있다고 장담하고 들어가서는 치료하고 난 다음에 지금 뭐라고 하는가 하면, “이 사람 원래 고칠 수 없었던 사람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거든요.
[앵커]
김종인 위원장의 말씀이요?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시는데, 저도 참 감히 대선배한테 아주 몹쓸, 심한 말을 좀 했습니다. 최근에.
[앵커]
어떤 말씀을 하셨어요?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나중에 찾아보시면 아시겠습니다만. 이러면 안 된다(는 취지의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특히 최근에 와서 그런 이야기를 지금 깊이하고 있는 게, 과거에 굉장히 흠이 많고 특히 범죄를 저질렀던 분들은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정치 지도자로서 역할을 하는 것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게 김종인 위원장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우리 국가에서 앞으로는 정치라는 게 상당히 어떻게 보면 좀 교육의 의미도 있는 것 아닙니까?
정치 지도자가 되면 젊은이들에게 인생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 이런 것도 좀 보여주고 그래야 하는데, 범죄 전력, 특히 그것도 상당히 큰 범죄 전력이 있는 사람들이 나와서 정치권 앞에 서서, 국가를 이렇게 움직이고 저렇게 움직이고 하는 것을 보면, ‘이건 좀 아니다’(라는 생각입니다).
지금까지는 그랬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런 분들이 나올 수 있었던 게, 정치에 대한 냉소가 워낙 강하니까요. ‘뭐 이 사람이나 저 사람이나 다 마찬가지인데, 원래 정치하는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이 하는 거 아니야?’ 이렇게 해서 넘어갔는데, 지금 부터라도 이제는 안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뭐 국회의원 한 두 번 하는 건 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러나 이제 당의 대표가 되고, 우리 정치를 이끄는 그런 입장에 설 때는 (정치인 스스로가) 스스로를 돌아보고 정말 아이들에게 내 모습이 어떻게 비치겠는가, 이런 것도 좀 생각해보고 그랬으면 좋겠다는 글을 썼습니다. 사실은. 그런데 한 편으로 보면 서로 싸우고 어쩌고 할 것 없이, 서로가 어른답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앵커]
이제 대선을 1년 앞두고, 대표를 새로 뽑아야 하는데. 또 김종인 위원장에게 의지하려고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그런 일이 있겠습니까?
[앵커]
그런 일이 있지 않을 것이다?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까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국민께서도 눈을 똑바로 뜨고 봐주셔야할 부분이, 정치가 도대체 뭐하는 것이며,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고, 최소한 어떤 모습을 갖추고 있는지 봐야 합니다. 그래서 ‘아, 저런 사람이 지도자? 과거에 뭐했지? 과거에 어떤 전력이 있지?’ 이런 것을 좀 봐주셔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앵커]
여야는 그렇고, 청와대, 사실 ‘4.7 보궐선거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심판이다’, 이런 평가도 많지 않습니까. 그래서 변화를 했고, 일부 장관을 교체했는데, 이정도의 변화와 쇄신,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사실 이제 지금부터는 레임덕 상황입니다.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을 겁니다. 국회가 있으니까 법안 몇 개를 밀어붙일 수는 있겠죠. 그러나 전체적으로 국정 동력은 떨어지게 돼있고, 심지어 몇 달 지나면 국회에 대한 그 대통령의 영향력, 그 자체도 굉장히 떨어질 겁니다. 결국은 나중에 심지어 ‘대통령이 당을 나가야 한다’, 탈당 이야기, 출당 이야기까지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역사거든요. 역사기 때문에 그 역사가 그대로 반복되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요. 지금 뭐 개각을 했다고 하지만, 총리를 바꾸고 했는데. 지금 총리가 무슨 일을 하겠습니까. 별로 할 일이 없습니다. 그리고 말씀드린 것처럼 청와대와 행정부의 구심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큰 변화를 일으키기는 힘들다, 결국은 굉장히 어려운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라고 전망합니다).
[앵커]
내각 인적 변화를 하더라도 청와대가 권한을 행사하기 어려워질 것이다(라는 말씀이시군요)?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실제로 보통 사람들이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 무소불위의 권력이 어떤 것을 이야기 하느냐 하면, (임기) 초로 보면 장관 시켜주는 권한. 기업 하나를 죽였다 살렸다 하는 권한, 이걸 무소불위의 권한이라고 부르는데, 저는 그런 권한은 굉장히 작은 거고, 어떻게 보면 쪼가리 권력(이라고 봅니다.)
[앵커]
인사권은 쪼가리 권력이다.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인사권이나 이런 것은 그걸 탐내는 사람이나 그걸 중심에서 보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대통령이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실제 대통령이 할 일은 어떤 것인가 하면, 노동 개혁을 해야 하고, 금융 개혁을 해야 하고, 산업 구조 조정을 해야 하고, 이런 것을 해야지, 경제가 풀리고 이런 건데, 그것을 하려면 애초에 (이런 것들을 할 수 있는) 권한이 대통령한테 별로 없습니다. 대통령이 무슨 수로 그걸 해내겠습니까?
[앵커]
그 권한은 국회에 있다, 이런 말씀이신가요?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국회만 가지고도 안 되고, 전 국민이 다 합심을 해도, 지금 산을 옮겨야 하는데 그 산을 옮길 수 있을까 없을까 하는데, 대통령이 무슨 수로 옮기겠습니까? 그러다 보니까 대통령은 국민이 기대하는 일을 못하게 되고, 개각을 수십 번을 해도 힘에 부칩니다. 특히 레임덕 상황이 되면 이제 민심까지 나빠져서 결국은 대통령이 몰리고 몰려가거든요. 나중이 되면 대통령이 하려고 하는 일은 더 안 됩니다. 더 시비가 많이 걸리고요.
[앵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 계셨으니까, 당시, 지금쯤, 임기 1년 남았을 때와 그때를 좀 회상해서 보시면 어떤 일이 일어났습니까?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지금은 조금 낫죠. 국회가 거대 여당이고 하니까 조금 더 나을 수는 있죠. 그러나 역시 힘든 건 마찬가지일 거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 현상이 뭐, 재밌는 현상들이 많이 생깁니다. 사람들이 점점 청와대로부터 떠나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요. 그다음에 대통령 말이 이제 제대로 안 먹들어가고, 그렇게 되면 대통령에 정서가 대통령의 심적 상태가 소위 업다운, 오르내림이 많아집니다. 오르내림이 많아지면서 어떨 때는 짜증도 내고, 이렇게 되면 참모들이 그다음에는 말을 안 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청와대 안에 정보들이 다 왜곡이 돼서, 민심이 제대로 전달이 안 되고 이런 일들이 그야말로 정권 막바지에 일어나는 현상들이 다 일어납니다.
[앵커]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는 실상을 전달하는 건 잘 올라가지 않고, 대통령이 듣고 싶어 하는 소리만 전하는 그런 상황인 건가요?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그렇죠, 왜냐하면 대통령의 심적 상태가 상당히 불안해지고 그런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것은 제가 경험한 정부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대통령 인수위의 정무 간사를 했습니다. 정무 간사 위원을 하면서 역대 대통령들이 막판이 어떠했는가를 다 조사한 적이 있거든요. 그때 관계된 분들 다 면담했는데, 거의 비슷한 이야깁니다. 권력이 빠져나갈 때에 대통령께서 불안해하고. 그 다음에 마음의 오르내림이 심하고. 그러다보면 청와대 내에 커뮤니케이션도 고장이 납니다.
[앵커]
혹시 어떤 사건을 콕 집어서 사례를 들어봐 주시겠습니까?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집어서 이야기 드리기 보다요. 재밌는 에피소드 하나 (들려드리겠습니다). 막판 되면 노(무현) 대통령께서 뭐라고 하시느냐 하면, 추진하고 싶으신 일이 있거든요. 추진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저보고 뭐라고 하시냐 하면 “이거 대통령이 꼭 해야 한다고 했다고 이야기하지 마라” 대통령이 꼭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면 오히려 더 안 되는 겁니다. 왜냐하면 언론이고 야당이고 오히려 그걸 카드로 삼아가지고 이제 더 안 해주는 거 에요.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어떻게 충고하는가 하면, 일종의 양동 작전입니다. 마치 A안을 실제로는 선호 하는데 B안을 미는 것처럼 행동했다가 나중에 다시 A안을 미는 식으로 (했습니다). 그런 일들도 있었습니다.
[앵커]
그래도 노무현 대통령은 후에 평가되기를 각료들이나 국민들과 의사소통을 상대적으로 많이 하려고 했던 대통령으로 (불리지 않습니까?)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그러니까 많이 하려고 했던 대통령도 막판에는 그런 일이 벌어집니다. 제가 글을 하나 썼습니다만, 유투브에서도 이야기했습니다만, 막판이 되니까 참모들이 전부 입을 닫고 말을 안 하는 겁니다. 말을 안 합니다. 정권 초창기에는 전부 서로 대통령하고 눈 맞추고 어떻게 지시하나 받기를, 지시를 받으면 그게 자기 권력이거든요. 그러기 위해서 힘썼는데. 막판 되면 괜히 이야기 했다가 싫은 소리 들을까봐. 그게 아니면 괜히 이야기했다가 안 되는 과제를 받아서 책임지게 될까 봐. 전부 대통령 눈 안 맞추고 이야기 안 하고 이런 상태가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오히려 대통령께서 굉장히 일종에 고립화되는, 그런 양상들이 일어나거든요. 노무현 청와대는 그런 문제가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하는데도, 그런 일이 일어납니다. 어느 정부나 그런 일이 일어납니다. 제가 박근혜 대통령도 모르긴 해도, 막판으로 가면서는 상당히 정보 왜곡의 구도, 또 대통령이 알게 모르게 고립화되는 이런 구도가 상당히 심화됐지 않았느냐 하는 인상을, 제가 총리 지명을 받으면서 대통령과 대화하는 와중에 많이 느꼈습니다. 어느 정부 역시 그렇다는 겁니다.
[앵커]
문재인 정부 청와대도 그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그런 일들이 일어날 것입니다. 권력의 보편적 현상이 있거든요. 사람에 따라서, 정권에 따라서 특이한 패턴이 일어나기도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권력이 흐르게 되는 보편적 현상인데, 이 자체를 무시할 수는 없는 거거든요.
[앵커]
그런 어떤 함정이랄까, 증후군이랄까,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겁니까?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대통령이 그나마 잘 하면, 벗어날 수가 있는데, 한계가 있죠. 워낙 힘이 빠지기 시작하니까. 힘이 빠지기 시작하고, 참모들조차도 빠져나가기 시작하거든요. 우선 관료들만 하더라도 빨리 빠져나와가지고 어떻게 하든지 다시, 다음 정부를 위해 일할 준비를 해야 되는 거죠.
[앵커]
탈색을 좀 해야하니까요.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네 일종의 샤워를 하고요. 그런 일들이 일어납니다.
[앵커]
이번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던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의 평가를 듣고 싶은데, 가장 큰 게 부동산 대책이거든요. 지금 부동산 대책에 대한 민심의 불만이 굉장히 컸는데, 이제 문재인 대통령이 2.4 공급대책을 펴서 공급을 늘리겠다는 정책으로 돌아섰습니다. 그런데 LH 사태가 터지다 보니까 이게 어떻게 될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개선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야당조차도 지금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문제를 제대로 분석을 못 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보기에는 부동산 문제는 아시다시피 변수가 복잡하게 얽힙니다. 공급도 문제가 될 수가 있고, 규제가 문제가 될 수도 있고, 문제가 될 수 있는 요인이 굉장히 많은데. 제가 보기에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경제, 산업 정책 전반이 다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무슨 이야기를 드리는가 하면, 기본적으로 유동성 문제입니다. 돈이 많이 풀렸는데, M1, M2, 어느 것을 기준으로 해도 역대 돈이 이렇게 많이 풀린 적이 없거든요.
이렇게 돈이 많이 풀렸는데, 이 돈이 경제 산업 정책이 좋으면 생산과 소비 쪽으로 흘러줘야 하는데 생산과 소비 쪽으로 흐르는 게 아니라 자산 쪽으로 흐르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토지나 부동산 쪽으로 흐르다가, 여기에 규제가 생기면 비트코인, 가상화폐 쪽으로 흐르고, 그림 쪽으로도 흐르고, 심지어는 와인 쪽으로도 흐르고, 이런 자산 쪽으로 흐르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부동산 문제를 넘어서, 문재인 정부의 산업 경제 정책의 전면적인 실패입니다. 그러니까 여기서 투자, 생산, 소비 쪽으로 돈이 안 간다는 거죠.
[앵커]
부동산을 사지 못하게 수요를 억제만 한다고 해서 잡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말씀이신가요?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돈의 흐름을 잡아줘야 하는데, 돈의 흐름을 잡아주는 데서 완전히 실패하고 있고, 그다음에 또 성공할 수 없는, 정부의 기본적인 정책이 실제로 투자를 활성화시키거나 그런 정책이 아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부동산 문제가 터지고, 그 외에 다른 모든 문제가 (터지는 겁니다).
지금 젊은 사람들이 박탈감을 느끼는 건 부동산에도 터지지만, 예를 들어서 천만 원 이하였던 비트코인이 어느 날, 몇 달 사이에 7천만 원, 8천만 원 올라가는 데도 엄청난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거죠. 거기에 참여를 못한 사람은 이미 차를 더 이상 탈 수가 없는 거 에요. 이런 문제가 부동산 이상의 문제들이 계속 자산 시장에서 터지고 있는 겁니다. 이것은 문재인 정부의 산업, 결국 돈의 흐름을 잘못 관리했기 때문이고, 돈의 흐름을 관리 못 하는 이유는 산업 정책이 없기 때문입니다.
[앵커]
그러면 실장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돈을 잘못 관리한 원인은 산업 정책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셨는데, 산업 정책이 없는 이유, 왜 산업 정책을 제대로 펴지 못했습니까?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가장 핵심적인 걸 한 가지만 이야기 드립니다만, 산업 구조조정이 되고, 신산업이 일어나야 하는데, 그렇게 되려면 지금 현재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가 바뀌어야 하는데, 여기서 벌써 노조 문제가 결부되는 겁니다. 노동 개혁이 안 되니까 안 되고, 그다음에 또 새로운 노동자들, 4차 산업에 맞는 새로운 지식 노동자와 지식 근로자가 생산되어야 하는데, 인적 자원 육성 체계가 다 무너져있고 그걸 전혀 손을 못 대고 있으니까 그게 안 되는 거고. 그다음에 금융이라든가 이런 것이 여전히 전당포적인 금융을 하는 시스템이 그대로 해서, 담보 잡고 대출하는 이런 구조가 돼있으니까 혁신 산업이 제대로 일어날 수 없는 거고요. 그러니까 문재인 정부가 이런 것을 총체적으로 다 실패한 겁니다.
[앵커]
아까 말씀하신 대통령이 정말 해야 할 일이 그거네요, 노동 개혁, 금융 개혁, 산업 구조조정이라는 말씀이 다 맥락이 같은 거네요.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런 거대한 산인데, 어떻게 보면, 이 산을 옮겨줘야 하는데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면, 야당하고도 손을 잡아야 하고, 국민들에게 우리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대통령이 가진 권한이 뭡니까, 사람들, 아까 제가 말씀 드렸죠, (대통령의) 권한과 권력이 무소불위라고 하는데, 그거 아닙니다. 실제로 산을 옮길 힘이 없어요, 대통령은. 그럼 대통령이 산을 옮기려면 뭐 하는가 하면, 권력과 권한으로는 절대 못 옮깁니다. 대통령은 화합과 대국민을 향해서 마이크를 쥐고 저는 저보고 왜 정치하느냐고 물으면 마이크를 쥐기 위해서 하는 겁니다. 권력을 잡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마이크를 통해서 국민들에게 호소를 하고, 국민들 스스로 뛸 수 있도록 자극을 하고, 이게 대통령의 역할인데, 이게 반대 방향으로 갔거든요. 국민하고 화합하고 메시지를 전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칼 꺼내서 곳곳에 규제하고, 검찰 개혁한다고 인사권 행사하고 이런 식으로 갔단 말입니다. 여기서 전부 대립 관계가 형성이 돼버리니 국가가 움직여질 리가 있습니까. 그래서 지금 완전히 말하자면 시대 변화, 옛날 어느 때 하던 건가 하면 옛날 국가가 하드 파워를 행사할 때, 권위주의 국가 때. 기업들에게 이러라면 이러고 저러라면 저럴 때, 남의 경제 따라갈 때, 그 때 그 식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단 말입니다.
지금은 자유주의에 기반하고 개인주의에 기반해서, 개인과 개인, 자유와 자유에 기반해서 어떻게 하면 설득하고 그 사람들이 뛰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할 그런 정부가, 오히려 권력과 권한 행사 하는떼 바쁘니까. 그러고는 불만 좀 생기면 돈 풀어서 가서 메우려고 하니까.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앵커]
노동개혁을 했어야 하는데, 결국 못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과도하게 친노동적이기 때문입니까?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사실상에 친 노동 정부가 아니라 사실은 노동 정부죠. 노동 정부고 그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그 사람들을 지지 기반으로 하고 있고. 이념적으로는 노동이라든가, 진보적 시민단체라든가 하고 있고. 지역적으로는 호남, 이런 것을 총체적으로 기반으로 해서 성립한 정권이기 때문에 (노동 개혁은) 못 할 겁니다. 노무현 정부만 하더라도 실제로 노조와 굉장히 싸웠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게 신세를 별로 안졌거든요. 대통령 될 때까지도. 그냥 표를 찍었지 서로 연합을 한 상태는 아니었거든요. 그러니까 한미 FTA 같은 것을 밀어부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노조가 정권의 일부가 돼있거든요.
[앵커]
노동 개혁을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는 이야기네요.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그래서 구조적으로 이미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까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개각을 두 번 세 번 해봐야 이미 레임덕 상태에서, 구조가 그렇게 짜여있는데, 원내대표 바뀌고, 당대표 바뀌고 그다음에 총리 바뀐다고 이게 달라지겠느냐, 저는 달라질 수 없다고 봅니다.
[앵커]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맞는 인적자원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지난 4년간에 교육 부총리로도 내정이 되셨었으니까, 학교에 오래 계셨고. 지난 4년간에 교육 정책, 인적 자원 개발 정책의 현주소랄까, 평가는 어떻습니까?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전혀 변화가 없죠. 변화가 없습니다. 그야말로 일본이 우리나라를 강점하고 있을 때, 그때에 나온 집체주의적 교육 방식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거든요. 지금도 보면 대안 교육만 하더라도 훌륭한 대안 교육들이 수없이 있는데 이 대안 교육들을 교육장 밖으로 집어던져 놓고는. 국가가 말하자면 내가 편성한 커리큘럼 따라오면 너는 학교고, 따라오지 못하는 자유로운 학교는 학교 아니다, 그런데 학교 아니라고 한 학교 중에서는 유엔이나 유네스코가 세계 최고 교육이라고 인정한 그런 프로그램들이 밖에서 돌아다니고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곳은 우리 국민들이 보낼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대안 학교기 때문에 국가에서 보조가 안 나오니까 선생님들 월급과 학교 시설을 전부 학부모가 다 대야 하니까. 이게 등록금이 일년에 천만 원씩 되고 들어가면서 조합비용을 몇 천만 원씩 내야하고 하니까, 서민들은 접근도 못 하는 거에요.
그러고는 국가가 이렇게 집체주의적 교육, 저는 전부 자유주의적인 교육방식으로 달라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너도 나도 부모들이 자기들끼리 조합 형성해가지고, 내 아이들은 이렇게 가르치고 싶다. 뭐 그렇게 가르쳐도 국가가 그것을 학교로 인정해주고, 이런 식으로 그런 어떤 자유주의적인 교육 방식이 도입되기 전에는, 그리고 국가 중심의 집체주의적 교육방식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창의적인 교육은 키울 수 없다는 게 제 하나고요.
하나만 짧게 더 이야기 드리면, 실질적으로 4차 산업에 맞는 인력을 길러내는 데는 어딘가 하면은 기업입니다. 기업이 자기 직원을 교육시켜야 하는데, 그 기업의 가장 중요한 주체인 중소기업들이 그것을 못하거든요. 왜냐하면 직원을 키워 놓으면 그 직원은 고임금 구조, 계층화된 임금 구조에 따라서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이동하게 돼있단 말입니다. 이렇게 스스로를 배반하는 현상들이 구조화 돼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임금격차가 벌어진, 대기업 노조가 전부 이렇게 만든 것 아닙니까. 이런 상태에서부터 대기업 노조가 자기들 먼저 뽑아먹어버리니까 협력회사에는 적게 갈 수밖에 없죠. 이런 구조가 타파되지 않는 한, 인적 자원 육성 체계 조차도 제대로 잡기 힘들다.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겁니다.
[앵커]
관련해서, 코로나 때문에 피해 입은 자영업자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정부가 상생연대 3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 중 관심이 많은 게 손실피해보상법입니다. 손실을 본 자영업자에게 피해를 보상하겠다. 조금 논란이 있을 것 같은데, 실장님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사실 규모가 어느 정도가 될지, 저는 어느 정도 국가가 반드시 지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런데 대한 구체성이 전혀 보이질 않아요. 도대체 어느 정도를 어떻게 하겠다던가, 조건이나 이런 것을 어떻게 가리겠다는 것이며, 그다음에 또 피해 상황을 어떻게 정확하게 평가하겠는지, 이런 부분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없이 그냥 해두면, 집행 과정에서 이것이 상당히 혼란이 생길 수가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굉장히 주의를 해야 하는데, 지금 별 주의를 안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유감입니다.
[앵커]
아까 세종시를 말씀하셨는데, 세종시를 설계하신 인연으로 출마했다고 말씀하셨는데, 사실 오랜 동안 지방 자치, 분권, 그리고 지역 균형 발전을 고민하고 연구해오지 않으셨습니까. 생각했던 세종시와 지금의 세종시, 지금의 세종시는 어떤 모습입니까?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참 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만 전혀 다른 모습이고, 기본적으로 이 도시를 제일 처음에 가졌을 때는 나름대로 이 도시를 어떻게 하겠다는 구상이 있었는데 그 구상이 전혀 실현이 안되고 있고요. 더 안타까운 것은 도시를 설계하면서도 도시를 설계하는 사람들이 그리고 도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미래의 도시는 어떠해야 하고 그 도시 속에서 사는 인간의 삶은 어떤 양태가 돼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세계 최첨단의 도시, 정말로 계획 도시를 만들면서 이 도시가 그냥 판교나 서초동이나 어디나 똑같은 도시가 돼버린 거에요.
오히려 그보다 더 못한 도시가 되고. 그 다음에 행정수도가 되겠다고 하면서, 세계 어느 나라 행정수도가 옆에 있는 대도시 베드 타운이 되는 그런 도시가 어디있습니까. 지금 완전히 베드 타운입니다. 근데 그 베드타운을 벗어나서 자족 도시로서의 위상을 어떻게 갖출 것인가, 여기에 대한 고민 없이, 맨날 이야기 나오는 것이 국회를 이전하느냐 마느냐 이 얘기만 나오니, 제가 참...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앵커]
잠깐 화제를 돌려서, 아까 점심에 문재인 대통령이 오세훈 서울시장하고 박형준 부산시장을 불러서 점심을 하면서 얘기를 했는데 두 분, 박근혜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이제 국민 공감, 통합이 중요한 기준이다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하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원론을 이야기 하셨네요, 가, 부를 떠나서 원론을 이야기 하셨는데, 국민 공감대라는 것은 우선 인간적으로 두 분 대통령 좀 풀어주는 게 맞지 않느냐는 쪽으로 기우는 게 아닌가 하는 쪽으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 다수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런 부분도 상당히 되니까 대통령께서 어느 쪽을 더 중시해서 보느냐에 달렸는데 긍정적인 쪽으로 검토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마지막 질문입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참 재밌는 말씀을 하셨더라고요. “학자라고 하기에는 너무 대담하고, 정치인으로 보기에는 지극히 양심적이다” 정치인 김병준은 어떤 꿈을 가지고 계시는지, 앞으로 어떤 일을 하실 건지 궁금합니다.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저도 궁금합니다. 그러나 다만 무슨 역할을 해도 당분간은 할 것 같은데, 제 기본적인 목표는 뭐가 된다기보다 어쨌든 우리 사회에서 있어야 할 이야기가 좀 있었으면 좋겠다. 담론이 있는 정치, 지금 담론이 없거든요. 서울 시장 선거를 치뤘는데도, 아까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 서울시의 미래 모습이 어떠한지, 이에 대한 이야기가 없어요. 그래서 담론이 있는 정치를 만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마이크를 쥐어야 하면 쥐어야 하고, 권력이나 권한을 잡아야지 마이크가 온다면 권력과 권한을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앵커]
알겠습니다. 시간 관계상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오늘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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