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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까’페] 사라지는 ‘사장님’…금융권에 부는 ‘호칭 파괴’ 바람

SBS Biz 이한승
입력2021.04.15 13:55
수정2021.04.15 14:10

"Onestein(원스틴)!"

누구를 부르는 걸까요? 지난달 말 새로 취임한 최원석 BC카드 사장을 부르는 소리입니다.

최원석 신임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만들기 위한 사내문화 바꾸기에 나섰습니다.

가장 먼저 손 댄 것은 호칭입니다. 4월7일 BC카드 창립기념일부터는 '김 과장', '이 대리' 등으로 불리던 기존 직급과 호칭을 쓰지 않고, '닉네임'을 쓰기로 한 것입니다. BC카드는 의사소통을 간결하게 하는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추구하는 작업의 일환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닉네임에 제한은 없습니다. 영문이름(John, Mike 등), 한글별칭(유산슬, 꼬북좌 등), 영어별칭(Speaker, Rocky 등) 등 임직원 본인이 불리고 싶거나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닉네임으로 자유롭게 고르게 했습니다.

닉네임을 쓰는 것은 사장도 예외는 아닙니다.

최원석 사장이 고른 이름은 'Onestein'(원스틴). 그런데 'Onestein'은 무슨 뜻일까요?

최 사장의 이름인 '원석'을 영어 'One'과 독일어 'stein'(돌, 석(石))으로 부르는 것이라는 게 BC카드 설명입니다. 최 사장이 뉴욕대 MBA 유학시절에도 동창생들이 불렀던 이름이라네요.

이같은 호칭 파괴는 이미 금융권에 불고있는 바람 중 하나입니다. 왜 할까요?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기업 등에서 수평적 소통을 통해 나온 창의적 아이디어를 실적으로 증명해낸 영향이 컸습니다. 카카오뱅크는 윤호영 대표를 '대니얼'(Daniel)로 부르는 등 전 직원이 영어 이름을 쓰고 있으며, 토스는 이승건 대표를 포함해 모두 직급 대신 이름 뒤에 '님'을 붙입니다.

이미 영어이름을 쓰고 있는 한 금융사 관계자는 "직급이 없어지고 이름만 부르다 보니 의견을 개진하기 쉬워져 좋은 아이디어도 잘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신한금융지주나 하나금융지주 등 보수적으로 알려진 기존 금융권에서도 영어 이름이나 '님' 등으로 호칭과 직급을 파괴하는 시도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수적인 시스템과 소통에 익숙한 기존 금융권이 호칭이나 직급을 바꾼다고 조직의 효율성이 높아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오랜기간 대리나 과장, 차장 등 직급이 익숙한 조직에서 직급이 없어진다고 수평적 소통이 갑자기 되는 것도 아니다"며 "대표나 사장부터 나서서 누구나 소통을 시도하고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문화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 어떤 업계보다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진 금융권이 새로운 시도를 통해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서비스와 실적 향상을 꾀할 수 있을까요?

금융소비자들은 금융권이 규제가 많다고 불만을 쏟아내는 것보다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에서 나오는 남다른 서비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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