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Biz

[금융가 인사이드] “약속해 놓고 배신?”…기업은행 노사 파국으로 치닫나

SBS Biz 이한승
입력2021.04.14 14:28
수정2021.04.14 18:01

[앵커]

이번 주 금융가 인사이드에서 다룰 금융회사는 IBK기업은행입니다. 

노사 갈등으로 심심치 않게 언론의 주목을 끌었던 은행인데요.   

요즘 다시 이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노조추천 사외이사 문제를 놓고 노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노조에서 추천한 사외이사는 팽 당하고 사측 인사로 채워져서인데요.

노조는 행장 출근까지 막고 정부와 여당, 청와대에 책임을 묻겠다는 해 갈등이 커지는 양상입니다. 

이한승 라이브데스크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노조 추천 사외이사가 배제된 게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됐죠? 

[기자]

네, 금융위원회는 최근 기업은행 사외이사로 사측이 추천한 인사 2명을 임명했습니다.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르면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기업은행장이 후보를 제청하면 금융위원장이 임명하게 돼 있는데요.

그래서 기업은행 노조가 사외이사 후보 1인을 추천했고, 윤종원 행장이 노조 추천한 1명을 포함해, 4명을 금융위에 제청했는데요.

결국 노조가 추천한 인사는 배제된 겁니다.

[앵커]

그런데 노조가 추천한 인물이 반드시 사외이사가 돼야 하는 건가요?

자격이 안 되면 배제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럴 수도 있지만, 만약 자격이 안 된다면 후보를 바꿀 수도 있었다는 게 기업은행 노조 측의 설명인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김형선 / 기업은행 노조위원장 : 그게(추천한 후보가) 적절하지 않다고 하면 추가로 인물을 추천할 수 있다고도 얘기했습니다. 의사가 있었다면 제청 인물을 바꿀 수도 있는 것이었거든요.]

하지만 노조추천이사제 추진을 약속했던 윤종원 행장이 교체하지 않고 기존 추천 인사를 밀어붙였다는 주장입니다.

[앵커]

노조 얘기를 들어보면 윤종원 행장이 노조추천이사제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었나 봅니다?

[기자]

윤종원 행장은 지난해 1월 2일 신임 행장으로 임명됐지만, 노조가 출근 저지 투쟁까지 하면서 반대해 임기 시작 27일 만에 첫 출근에 성공했습니다.

당시 기업은행 노사는 공동선언문까지 발표하며 사태 봉합에 나섰는데요.

여기에 담긴 합의사항 중에 노조추천이사제가 있었던 것입니다.

[앵커]

그렇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 문제는 기업은행 노사 문제입니다. 

노조는 왜 당·정·청까지 거론하며 사태를 키우려는 건지 궁금한데요?

[기자]

은행장은 물론, 당·정·청 모두가 노조추천이사제 추진을 약속했지만, 이를 어겼다는 게 노조 주장인데요.

앞서 말씀드린 합의문에는 윤종원 행장의 서명이 기재돼있고요.

서명하는 자리에는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이인영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가 참석했습니다.

노조추천이사제 추진을 약속받는 자리에 금융위원장과 여당 원내대표도 일종의 보증을 해줬다는 거죠.

여기에 청와대도 약속을 했다는 겁니다.

들어보시죠.

[김형선 / 기업은행 노조위원장 : 합의식 이전에 강기정 (청와대) 수석을 별도로 만났을 때, 본인이 먼저 와서 저에게 노조추천이사제 해주겠다고 약속을 한 것입니다.]

[앵커]

그런데 기업은행에서 사외이사를 발표된 시점이 미묘하다고 들었어요?  

[기자]

금융위가 기업은행 사외이사를 임명한 게 4월 8일입니다.

공교롭게도 4.7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다음날인 거죠.

기업은행 노조는 여당이 금융노조의 총력 지원을 받기 위해 일부러 사외이사 발표 시기를 선거 뒤로 미뤘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노조 측이 원하는 건 대체 뭐죠?

[기자]

노조추천이사제 등을 추진하는 조건으로 윤종원 행장을 받아들였는데, 노조추천이사제가 무산됐으니 윤 행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더이상 기업은행 노조의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금융노조, 한국노총과 함께 조직적으로 움직일 계획을 밝혔습니다.

[김형선 / 기업은행 노조위원장 : 책임 있는 행동들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제2차 출근 저지 투쟁을 비롯해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하게 조치해나갈 계획입니다.]

이처럼 노조의 강경 발언에도 기업은행 측은 '입장이 없다'는 입장만 내놨습니다.

[앵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관심을 모았던 금융권의 노조추천 이사제는 이번에도 무산됐습니다. 

앞서 KB국민은행이 그랬고, 이번 기업은행도 마찬가지입니다. 

공교롭게도 수출입은행에서 다음 달 사외이사 1명의 임기가 끝나 노조에서 다시 한번 이사를 추천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그러나 노조추천 이사를 '직원 이익 대변 창구'로 보는 경영진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금융권 노조추천 이사제 안착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 SBS Medianet & SBSi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이한승다른기사
"의협 "의사 수 충분" vs. 정부 "미래 의료 수요↑…전운 감도는 의료계
[직설] 직장인 지갑 털어 세수 메운다…근로소득세 비중 10년래 최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