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트머니] “비트코인이 현금 대체? 무모한 도전”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SBS Biz 최서우
입력2021.03.10 20:46
수정2021.11.22 10:47
■ 카운트머니
돈 세는 남자 정석문입니다! 오늘은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과 돈의 흐름을 쫓는 얘기 좀 나눠봅니다. 미 국채금리 인상 속 증시가 흔들리면서 버블 얘기가 나와요. 중국의 경고, 실체가 있는 건지 알아보고요. 이어서 최근 주식 시장의 머니무브 현상 짚어보죠. 지난달 주식 투자자 예탁금 10조원이 빠져 나갔다는데 어디로 간 건지도 궁금합니다. 김학균 센터장과 추적해봅니다.
시장 흔든 미 국채금리, 글로벌 자산 버블 붕괴 신호탄?
Q.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세입니다. 특히 10년 만기부터 30년물까지 장기 국채 금리를 중심으로 상승세인데요. 걱정해야 하는 상황입니까?
미국은 예전부터 빚도 많이 내고 국채도 발행하면서 만기가 10~30년까지 있는데요. 국채의 만기가 길다는 뜻은 그 나라의 정부 신뢰도도 높다는 뜻입니다. 미국은 '10년물'을 보는 게 일반적인 잣대입니다. 1년물은 1.54%, 30년물은 2.3% 정도 올라갔고요. 작년과 비교해 높아진 것 사실인데요. 그래도 역사적으로 보면 지금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입니다.
Q. 한국도 국채금리를 계속 이야기하는 이유는 올라가는 추세이기 때문에 그런 거잖아요. 보통 경기가 좋아지면 금리도 올라간다고 보는데, 체감 경기는 그렇게 좋아지는지 느끼기 어렵거든요. 또 경기회복 기대감이 반영됐다면 주식시장은 좋아져야 할 텐데 휘청휘청하고요. 금리와 주식시장, 실물경기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겁니까?
지금의 금리수준으로 보면요. 1억을 대출받았다고 해도 한 달 이자가 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주식시장이나 금융시장은 금리에 미세하게 반응하는데요. 현재의 금리 상승이 투자자들을 제외한, 실생활에서 빚을 진 분들이 채무를 상환하는 데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예요. 다만, 금리가 급등하는 속도가 빠르다 보니 걱정스럽게 보는 시각이 있는 거고요. 지금 금리가 올라가는 건 경기가 좋아서입니다. 금리는 돈의 가치인데요. 경기가 좋아지면 돈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죠. 소비 수요가 늘어나고 기업이 투자 수요가 늘어나니까요. 대신 중앙은행은 돈을 덜 풀 게 되니 일반적으로 경기가 호전되면 금리가 상승하는 겁니다.
Q. 미 연준 파월 의장이 뚜렷한 금리 안정책을 제시하지 않아 시장이 흔들리고 있단 얘기가 있습니다. 파월 의장은 당분간 금리 올릴 생각이 없는 것 같은데, 무슨 생각인 것 같습니까?
현재 주식 투자하는 분들은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금리가 올라가니까 중앙은행이 금리 올라간 걸 막아줘.' 반면 지난주에 미국 연방 파월 의장이 연설하면서 이런 말을 했죠. "경기가 좋아지면 금리가 올라가는 건 경기회복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중앙은행과 주식 투자자 간의 인식에 간극이죠. 중앙은행 총재들은 실물경제보다 자산 가격이 너무 올라가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어요. 저는 금리가 한없이 올라가지 못할 거라고 보거든요. 국가의 정부 부채가 많이 늘어난 상태, 즉 정부가 세금을 받아서 채권자 이자 갚느라고 정부가 돈을 많이 써야 하는 상태에서 이자율이 높아져 버리면 안 됩니다. 정부 차원에서 막아야 하는 입장인 겁니다. 현재는 자산 버블을 진정시키기 위해 중앙은행이 개입하는 속도나 시기가 늦춰질 여지가 있다고 보고요. 개인적으로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가 2%가 넘어가면 중앙은행이 나설 것이라고 생각도 하고요. 현재는 중앙은행이 자산 버블을 제어하고 싶은 생각과 당장 내 주식이 떨어지는 투자자 사이의 간극이 때문에 시장이 흔들린다고 보는 시각이 있을 수 있습니다.
Q. 이 와중에 중국이 "미 증시 버블이 심각하다"며 "곧 터질 것"이라고 경고를 날렸죠. 미중 무역갈등이 워낙 첨예하다 보니 괜한 경고성 발언하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들긴 하는데, 경고장을 날린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6% 이상으로 잡긴 했습니다. 미국에 비해 버블이 덜하단 자신감으로 봐야 합니까?
중국에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11일 폐막했는데요. 정부에선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6%로 잡았어요. 이코노미스트들이 보는 성장률 전망치는 8%로 더 높았어요. 시장에선 중국이 정책적으로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화끈하게 풀기보다는 과잉 유동성을 추스리는 쪽으로 해석을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중국은 애초에 경제성장률과 주가가 관계없다고 봐야 해요. 작년에 다른 나라가 마이너스 성장할 때 중국은 플러스였거든요. 코로나 이전에는 약 10여 년간 6% 이상 성장했고요. 그런데 중국의 사해종합주가지수는 2007년도에 6100포인트로 사상 최고치인데, 지금 지수를 보면 3500 정도에요. 반면 한국 미국은 증시가 사상 최고치에 달했죠. 즉 중국은 경제 성장과 주가에 큰 괴리가 있다는 거고, 국가의 고성장이 증시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Q. 세계 3대 투자자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세계 증시 버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중국 주식을 추천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중국 증시의 시가총액은 새로운 기업들이 들어오면서 커졌지만, 지수에는 그게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중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성장 국가에 투자할 때는 성장과 주식의 괴리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특히 지수보다는 전체 시가총액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하셔야 하고요. 많은 나라가 현재 주식이 사상 최고치잖아요? 만약 적립식으로 투자한다고 하면 상해종합지수 3500이 별로 비싸 보이지는 않습니다. 정리하면 성장시장에 투자할 때는 '성장률'만 보게 될 때 주식 투자에 관해서는 실망하게 될 수도 있다.
Q. 증시 버블 얘기가 나오면서 주식을 그만해야 하냐고 궁금해하는 분들이 있죠. 특히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얘기가 많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끈 비트코인 상승세 옐런 미 재무장관, 빌 게이츠도 투기 자산이라 경고를 하고 나섰고요. 최근 김용범 기재부 1차관도 왜 비싼지 이해가 어렵다고 얘기를 했는데, 사상 처음 개당 5만 달러까지 찍었습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오른 건가요?
현재 가상화폐의 가격 오름세가 과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근래 모든 자산 가격이 다 올랐던 게 현재 가상화폐 오름세 요인 중 하나일 것 같고요. 다만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는 유동성은 크지만 '공급'을 마음대로 할 수 없어요. 한정되어 있는데요. 이게 드라마틱하게 가격 오름세에 영향을 줬다고 봅니다. 따라서 가상화폐가 트레이딩하는 자산으로서가 아니라 현실을 대체하는 화폐로서는 무모한 도전이라고 봐요. 돈을 찍어낼 수 있는 권한, 중앙은행이나 정치가가 갖고 있는 권한이라는 건 엄청난 건데, 이를 거스르는 도전이란 게 무망한 것 같고. 일례로 페이스북이 자신들의 가상화폐를 만들려고 도전을 했는데, 청문회하고 옐런 재무부 장관도 가상화폐 버블이나 과세도 얘기했고. 종합하면 가상화폐는 공급 측면에서의 경직성 때문에 가격이 탄력적으로 올라간 것이라 봅니다.
증시 변동성에 '머니무브' 가속화?
Q. 방금 금리 얘기하며 슬기로운 주식 투자 얘기도 잠깐 나눠봤지만, 연초 코스피가 3000시대를 열면서 주식시장에 장밋빛 전망이 넘쳐났습니다. 현재 우리 주식 시장 과열인가요, 아닌가요?
조정 없이 올랐다는 관점에서 보면 과열이고요. 우리 증시가 만들어지고 기업 이익대비 주가를 보여주는 밸류에이션이 사상 최고치입니다. 3200에서 우리나라 종합주가지수의 PER이 15.9배까지 갔었는데요. 과거 가장 높았던 수준의 13배 정도입니다. 저는 역시 금리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주식으로 보면 고평가 영역까지 갔다고 말씀드릴 수는 있는데 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흔들릴 수 있어서, 미국 금리가 더 많이 올라서 달러가 강세면, 한국 증시도 1월 고점 만큼 오르긴 쉽지 않다고 봅니다.
Q. 지난 1년간 조정 없이 1400에서 3200까지 달려왔습니다. 매우 예외적인 상황인데, 이걸 이끌고 있는게 동학개미들이다. 동학개미들의 힘, 지속될까요?
작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1400에서 3200까지 올라온 것을 보고 "원래 주식시장이 이런 거다" 라고 생각하면 절대 안 됩니다. 그게 예외인 거에요. 시장이 사상 최고치까지 100% 넘게 오르는데 중간에 10% 조정도 없이 오른 것은 그거 자체가 예외입니다. 주식을 사고 파는 시점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자신의 자산이 주식에 상당히 많이 들어가 있다면 주식 비중을 줄이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어요. 내 자산의 3분의 1정도가 주식이라면 계속 가지고 있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분산투자를 한다고 해도 기관만큼 수십개의 종목에 투자 하지는 않습니다. 작년 코로나 펜데믹 이후 개인투자가들이 130조원을 주식에 넣었는데요. 국내증시가 만들어진 이래로 이런 적은 없었습니다. 저는 이것도 정상은 아니라고 봐요. 조금은 시장이 쉬어가는 국면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 미국 금리가 고점을 치거나, 미국 중앙은행이 투자자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얘기를 해주면 판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금리가 가장 중요한거죠.
Q. 그런데 최근에 증시에서 빠진 돈이 예금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지난 2월 한달 동안 시중 은행에 30조원이 돌아왔다고 하는데, 이를 두고 머니무브가 시작됐다고 하던데요, 무슨 얘긴가요?
예금이 느는 것은 정상적인 일입니다. 소득이 늘고, 경제가 성장하면 예금이 빠지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인 거고요. 주식시장에서 돈이 빠지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예탁금이 줄어들고 있지만, 그건 개인 투자자들이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자들이 사는 주식을 많이 사서 그렇습니다. 주식계좌에 있는 돈으로 주식을 산 겁니다. 아직까지는 주식시장에서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고 하긴 어렵고, 들어오는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주식은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면 비관론으로 보기보단 낙관론으로 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Q. 금리가 향후 자금 흐름을 결정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타이밍에도 투자를 쉴 수 없는 분들이 있습니다. 노려볼만한 종목이 있다면요?
종목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입니다. 전체적으로 성장가치가 있는 종목보다는 전통적인 경기민감주가 좋을 것 같습니다. 금리가 올라가면 주식엔 전체적으로 안 좋은데, 그나마 전통적인 경기민감주는 경기가 좋아지는 효과를 보는 겁니다. 작년에 많이 올랐던 성장주는 경기사이클과는 상관없습니다. 사람들이 훌륭한 비즈니스 모델을 보고 산 거기 때문이죠. 그러나 올해만 보면 금리가 올라가면 전통적 경기민감주는 좋아지는 게 분명 있습니다. 테슬라와 같은 성장주의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Q. 동학개미들이 주식시장을 선도하는 분위기가 되면서 5월부터 재개될 공매도에 대한 센터장님의 입장이 궁금합니다. 미국 개미들도 헤지펀드 공매도를 잡기 위해 대량 매수에 나서는 집단 행동까지 보이고 있지 않나요?
조금이라도 주식을 파는 힘이 존재하니까 주식시장에서 보면 좋은 요인은 아닙니다. 제 생각에, 공매도가 개인투자자 분들에게 굉장히 민감하고 큰 피해의식을 갖고 계시는 이유는, 공매도를 기관과 외국인이 많이 하기 때문인데요. 공매도는 데이터가 잡힌 이후 20년 동안 계속 늘었습니다. 주식은 2년 연속 떨어진 적도 없고 논란은 많았지만 결국 지금 사상 최고치 부분이거든요. 그렇게 보면, 공매도를 한 사람들은 거의 다 손해를 봐야 하는데 공매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순수하게 주가 하락에 배팅하는 공매도보다는, 사모펀드로 주식을 운용하는 기관투자자 대부분이 롱숏트레이딩을 합니다. 공매도는 데이터에 잡히지만, 사는 거는 데이터에 안 잡힙니다. 공매도의 상당 수는 반대편의 사는 힘도 같이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5월에 재개되는 것은 큰 종목들(코스피200, 코스닥150)만 하기 때문에 큰 종목들만 공매도를 친다고 주가에 영향이 있는 것은 아닐 거라고 봅니다. 다만 바이오라던가 논란이 되는 주식들에는 악재가 될 수 있을거라고 봅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진행: 정석문 아나운서
구성: 강혜라, 최다은 편집자
제작: SBS 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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