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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막전막후] “너랑 일하기 싫어” 동료 리뷰…카카오 ‘인사평가’ 논란

SBS Biz 강산
입력2021.02.24 14:21
수정2021.03.03 14:28

[앵커]

직장인들이 많이 쓰고 즐겨 찾는 커뮤니티 앱인 블라인드 이용하는 분 요즘 주변에 많으실 텐데요. 



기사로 접할 수 없는 다양한 기업들 소식이 많아 기자들도 많이 사용합니다. 

이 곳에서 요즘 카카오라는 회사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달갑지 않은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같이 일하기 싫은 직원을 평가하는 사내 인사 제도를 놓고 직원들의 폭로가 연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창업자 김범수 의장이 자기 재산의 절반인 5조 원을 기부하겠다고 해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요.   



이런 훈훈한 회사에서 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건지, 산업부 강산 라데가 관련 이슈 정리했습니다.

[기자]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유서'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작성자는 카카오 직원으로 추정되는데요.

"지금 삶은 지옥 그 자체이고, 너무 힘들고 지친다"며 "회사의 왕따 문제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며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호소하는 내용입니다.

작성자는 "울며불며 상담했지만 회사가 대수롭지 않게 쏘아붙였다"며, 동료들의 감정을 담은 피드백 제도도 지적했습니다.

카카오는 곧바로 "극단적 선택을 한 직원이 없다"고 밝혔지만, 이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카카오의 인사평가는 살인'이란 추가 폭로 글이 블라인드에 올라왔습니다.

작성자는 "카카오가 동료 생각을 조사하는데, 다시 함께 일하고 싶은지, 역량은 충분한지 등을 묻는다"는 겁니다.

해당 폭로 글에 따르면 카카오의 인사평가 항목에는 다른 동료인 평가자가 '함께 일하기 싫음'과 '상관 없음', '함께 일하고 싶음'을 선택하도록 돼 있습니다.

평가 대상인 본인이, 직접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보니, 직원들은 "자존감을 짓밟고 왕따를 유도하는 잔인한 평가제도"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유사한 내용의 글은 이후에도 잇따라 올라오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 강 라데 얘기 들어보니 카카오의 인사평가 방식이 여론의 뭇매를 맞는 것 같네요.

같이 일하는 동료들로부터 평가를 받는 건 뭐 새삼스러운 건 아니지만, 한편으로 보면 조금 무섭단 생각도 들어요. 

우리 라데들은 어떻습니까?

앞서 발제한 이한승 라데의 금융가 인사이드를 두고 저희가 평가를 한단 거잖아요?

[기자]

최근에 프로 배구에서 이재영·이다영 선수의 학교폭력 문제가 불거졌는데요.

직장 내에서도 이런 문제가 충분히 생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다른 기업들보다 수평적 조직 문화를 지향하는 IT기업에서 터진 일이라 더욱 눈길을 끄는 것 같은데요. 

지금 카카오의 인사평가가 직장 동료 간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관련 아이템 발제한 강 라데와 이 내용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강 라데, 카카오 인사평가에서 언제부터 이런 항목이 생긴 건가요?

[기자]

카카오에 따르면 이 평가문항은 지난 2016년부터 직원 아이디어로 도입된 제도입니다.

카카오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위해 직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다면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인사 평가 항목만 약 100개의 문항으로 구성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논란이 된 항목을 포함해 모두 익명으로 진행됩니다.

최근에 프로젝트를 함께한 동료나 상급자 등이 자신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본인과 해당 부서장이 평가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동료가 자신을 평가한다니 좀 오싹하긴 하네요. 

직원들 반응은 어떻죠?

[기자]

평가가 익명으로 이뤄지고, '일하기 싫은 이유'는 적지 못 하다보니, 평가의 객관성이 낮다고 인식되고, 감정만 상하게 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당초 의도한 공정성 취지에 어긋난단 건데요.

카카오 블라인드 게시판에서도 "순기능이 뭔지 모르겠다", "자존감이 낮아지는 제도" 등 불만 글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카카오 한 직원은 "인사제도를 둘러싼 비난이 고조되고 있고, 동료 평가제도를 아예 없애자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급기야 "카카오의 인사평가 문항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조사해달라"는 근로감독 청원까지 고용노동부에 접수됐습니다.

[앵커]

블라인드 앱을 통해 직원들 불만이 계속 터져나오고 있는데, 카카오 입장은 현재 정확히 어떻습니까?

[기자]

카카오 측은 "전 직원 중 '함께 일하기 싫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1%대에 불과하다"며 "동료평가는 참고자료 중 하나로 활용될 뿐 최종 평가결과에 직결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속적으로 인사 평가에 대한 직원들의 피드백을 듣고, 개선해나간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외부 전문가들 의견은 어떤가요?

[기자]

부서장도 결과를 볼 수 있고, 익명 평가로 이뤄지다 보니,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문가 얘기 들어보시죠.

[김태기 /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 따돌림이 (익명에서) 발생하는 거에요. 정보를 가지고 저사람이 나를 안좋게 얘기하고 다니나 (의심하게 되고) (회사가) 방조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부서장이 다른 사람에 전달해 유포 되는 것 아니겠어요?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조치를 만들어야….]

한 심리학과 교수는 "경영상의 관점만 있고 사람, 직원에 대한 배려는 빠진 인사제도"라고 꼬집었습니다.

[앵커]

최근 김범수 의장이 통큰 기부의사를 밝혀 화제가 됐는데, 직접 진화에 나설까요?

[기자]

김 의장이 내일 오후 2시 온라인으로 직원 간담회를 진행합니다.

당초 김 의장의 기부 방식과 관련해 만들어진 자리인데요.

계열사 직원들까지 모두 합쳐 약 6천이 모이는 자리인 만큼, 인사평가 관련 질문이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문제가 직접 논의가 될 지 두고 봐야겠습니다.

[앵커]

최근 전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김범수 카카오 의장에 존경과 찬사가 쏟아졌는데요.

그 사이 카카오의 인사평가 시스템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이 회사를 바라보는 기류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동료간 소통과 협업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평가라고 해명하지만, 직원들은 납득을 못하는 것 같습니다. 

업계에선 그 동안 감춰졌던 논란이 수면 위로 터졌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카카오가 살인 행위라는 말까지 나오는 인사평가 논란을 어떻게 극복할지 관심이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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