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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대박? 쿠팡이 풀어야 할 숙제는?] 쿠팡, 뉴욕증시 상장 눈앞에

SBS Biz 안지혜
입력2021.02.19 17:17
수정2021.02.20 09:04

■ 취재파일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공식화했습니다.



상장 배경, 짚어봅니다. 

안지혜 기자, 쿠팡이 상장 신고서를 제출했다고요? 

▷[안지혜 / 기자]
맞습니다.



쿠팡은 현지 시각으로 지난 12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신고서 S-1을 제출했습니다. 
                                    
이 S-1은 미국 자국 기업들이 상장할 때 쓰는 양식인데요.

상장될 보통주 수량과 공모가격 범위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총 자금 조달 규모는 10억 달러, 우리 돈 1조 1,000억 원입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르면 다음 달 상장이 완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송태희 / 앵커]
쿠팡의 미국 상장 소식, 갑작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오래전에 쿠팡이 밝힌 계획 아니었습니까?

▷[안지혜 / 기자]
네, 처음 얘기가 나온 건 벌써 10여 년 전입니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지난 2011년, "2년 내 나스닥에 상장해 세계로 도약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때만 하더라도 청년 창업가의 무모한 도전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쿠팡은 과감한 투자와 성장을 이루는 한편, 지난 2019년 케빈 워시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 등 외국 전문가를 잇달아 영입하는 등 상장을 꾸준히 준비해 해왔습니다.

"쿠팡은 다 계획이 있었다"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송태희 / 앵커]
그야말로 벤처 스타트업이 성장해서 꿈을 이루는 단계에 접어든 것이군요. 

▷[안지혜 / 기자]
그렇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를 두고 "한국 유니콘 기업의 쾌거"라며 환영했습니다.

또 “정부도 앞으로 벤처·창업 생태계 강화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는데요.

야당은 쿠팡에 대해서는 똑같이 축하하면서도 쿠팡 같은 혁신기업이 왜 미국행을 택하겠느냐면서 우리나라의 각종 규제를 언급하며 정부와는 각을 세웠습니다. 

▶[송태희 / 앵커]
그 부분 먼저 짚어 볼까요? 

쿠팡은 왜 우리 증시가 아닌 미국을 택한 겁니까?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아쉬운 측면이 있을 텐데요.

▷[안지혜 / 기자]
쿠팡 모회사인 쿠팡LLC, 현 쿠팡INC가 미국에 있는 회사인 만큼 뉴욕증시 상장은 당연한 선택이란 지적도 있는데요.

또 현실적으로 무엇보다 자금 확보 측면에서 뉴욕증권거래소가 세계 최대 규모인 만큼 미국행을 택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 하나, 국내 증시에서는 불가능한 '차등의결권'이 가능하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송태희 / 앵커]
차등의결권이요?

▷[안지혜 / 기자]
네, 주식의 종류마다 차등적인 의결권을 두는 것을 말합니다.

쿠팡은 주식 종류를 두 가지로 나눴습니다.  

하나는 1주당 1표의 의결권을 가진 보통주식, 다른 하나는 김범석 의장이 가진 주식이자 1주당 29표의 의결권을 가진 '슈퍼' 주식입니다. 

쉽게 말해 지분 1%만 가져도 29%의 주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건데, 덕분에 외부의 경영권 위협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는 비장의 무기로 꼽힙니다. 

▶[송태희 / 앵커]
하지만 일부에서는 차등의결권 때문에 쿠팡이 미국으로 갔다는 해석도 나오는데, 조금 과도한 것 같습니다. 

안 기자가 짚어줬듯이 2011년부터 쿠팡은 일관되게 미국 상장을 공언해 오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애초부터 우리 증시 상장은 생각하지 않았던 것 아닙니까? 

▷[안지혜 / 기자]
그렇습니다.

투자를 유치하고자 하는 자금 규모, 또 서류상 미국 기반의 회사라는 점 등을 보면 차등의결권이 미국 상장의 결정적 요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송태희 / 앵커]
궁금한 것이 현재 쿠팡의 기업가치입니다. 

기업가치에 따라 주가가 결정되고, 투자유치금 규모도 정해질 텐데요? 

▷[안지혜 / 기자]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30조에서 55조 원 대까지 전망하고 있습니다.

▶[송태희 / 앵커]
55조 원이요? 

▷[안지혜 / 기자]
특히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쿠팡의 기업가치가 500억 달러, 약 55조 4천억 원을 넘길 것으로 기대했는데요.

국내 한 증권사는 쿠팡 기업가치가 궁극적으로는 60조 원에 수렴할 거란 예측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송태희 / 앵커]
55조 원, 60조 원의 근거는 무엇입니까?

▷[안지혜 / 기자]
현재는 적자지만 매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기업들, 그러니까 성장주를 평가할 때 적용하는 주가매출비율, PSR이란 지표가 있습니다.

이걸 기반으로 쿠팡의 매출 수준을 아마존과 같은 동종 기업들 PSR에 대입했을 때 나온 수치입니다. 
                           
▶[송태희 / 앵커]
그런데 쿠팡 성장성을 아마존과 같게 볼 수 있나요? 같지 않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안지혜 / 기자]
네, 아마존은 이커머스에서 수익을 못 내도 클라우드서비스(AWS)로 보충하지만, 쿠팡은 아닙니다.

그 때문에 한편에서는 60조는 너무 낙관적이란 평가가 있습니다. 
                         
또 한편으론 쿠팡이 이 정도 수준이라면 네이버 등 국내 다른 이커머스 기업들 역시 전반적으로 가치평가를 다시 할 필요가 있다는 논란도 촉발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현재 시총이 64조, 카카오는 44조 원 수준입니다.

▶[송태희 / 앵커]
그렇군요.

그렇다면 쿠팡의 실제 미국 뉴욕증시 상장 전망은 어떻습니까?

흥행에 성공할까요?

▷[안지혜 / 기자]
현재로서는 흥행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쿠팡이라고 하면 자주 붙는 수식어 두 가지가 있죠. 혁신기업, 하지만 만년 적자기업.

이번에도 쿠팡이 시장의 재무적 취약성에 대한 불안감을 얼마큼 해소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더불어 앞서 말씀드린 차등의결권 29배도 시장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보통 스타트업 IPO 때 창업자들이 10배 수준의 차등의결권을 갖는 것과 비교하면 과한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앞서 글로벌 공유 오피스 ‘위워크’도 창업자가 20배 이상 가치의 슈퍼 의결권을 요구했다가 논란이 됐고 다른 악재와 겹쳐 결국 상장이 무산된 바 있습니다. 

▶[송태희 / 앵커]
쿠팡이 미국 나스닥이 아니라 뉴욕 증권거래소행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안지혜 / 기자]
자금 부족, 성장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승부수로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유동성이나 재무구조 등 면에서 나스닥 보다 NYSE의 상장 요건이 더 까다로운데요.

그럼에도 쿠팡이 굳이 NYSE를 택한 건 나스닥보다 대규모 투자자금 유치에 유리한, 큰 판이라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는 대규모 투자자금의 필요성, 또 역설적으로 흑자 전환에 대한 자신감이 결합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박은경 / 삼성증권 연구원 : 쿠팡은 지난 5년 이상 계속해서 지속 가능 기업이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많이 받았던 기업이기 때문에 오히려 조금 더 까다로운 시장의 상장 승인을 받아냄으로써 ‘우리는 굉장히 건실한 기업이다’, 라는 걸 과시하고 그 과시 자체가 결국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높이면서….]

▶[송태희 / 앵커]
쿠팡의 리더십 원칙 중의 하나가 목표를 높게 잡는다, aim high라는 것이더군요.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비현실적인 목표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내용인데, 여기와 맞닿는 것 같습니다.

쿠팡 내부로 들어갈 볼까요.

조금 전 자금 부족을 언급하셨는데, 이 부분 자세히 짚어주시죠?

▷[안지혜 / 기자]
쿠팡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 등으로부터 지금까지 34억 달러, 3조 7,5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하지만 비전펀드의 상황이 악화되면서 쿠팡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2018년 이후 비전펀드를 포함해 추가 투자가 끊긴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손 회장은 지난해 3분기 투자금 회수, 엑시트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자전거 페달을 계속 밟지 않으면 쓰러지는 것처럼 손정의 투자 이후 쿠팡은 계속 새로운 자금수혈에 목말라 했습니다.

[김범석 / 쿠팡 이사회 의장 (2018년 11월 26일 CNBC 인터뷰) : 쿠팡은 지난 3년 반 동안 기술 플랫폼 개발에 큰 투자를 해왔습니다. 공급망, 지불데이터, 검색 및 발굴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요. 우린 장기적인 비전이 있고 현재도 확장 단계입니다.]

▶[송태희 / 앵커] 
이번에 쿠팡이 상장되면 손정의 회장도 상당한 이익을 챙길 수 있겠네요?

손 회장이 가져가는 이익은 얼마나 됩니까?

▷[안지혜 / 기자]
비전펀드가 보유한 쿠팡 지분은 37%로 알려져 있는데요.

쿠팡의 기업가치를 55조 원으로 가정하면 비전펀드 보유 가치는 190억 달러, 약 21조 원에 달합니다.

단순 계산하면, 손 회장은 투자 6년 만에 7배에 가까운 수익을 내게 된 셈입니다.
                           
▶[송태희 / 앵커]
박규준 기자,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 중의 하나인데요.

쿠팡 김범석 의장이 흔한 말로 대박 나는 것인가요? 

▷[박규준 / 기자]
김범석 의장이 갖고 있는 쿠팡 지분 규모는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차등의결권이라는 경영권 방어수단을 확실하게 갖게 될 수 있다는 점이 더 주목받고 있습니다. 

김 의장은 지금도 최고 경영자로서 막대한 급여와 상여금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급여 9억 8천만 원과 상여금을 모두 합쳐서 총 158억 원을 쿠팡에서 받았습니다.

▶[송태희 / 앵커]
김범석 의장은 꿈 많은 청년 기업가에서 이제 가장 ‘핫한’ 경제인이 됐는데, 어떤 인물인가요?

▷[박규준 / 기자]
김범석 의장은 미국 국적의 ‘한국계 미국인’입니다. 

중학교 때부터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하버드대 정치학과와 비즈니스스쿨을 졸업하는 등 소위 엘리트 코스를 거쳤습니다.

청년 시절부터 사업 수완이 남달랐는데요.
 
김 의장은 하버드대 정치학과 시절, 잡지 '커런트'를 창간해 뉴스위크에 팔았고, 졸업 후에 만든 잡지사 '빈티지미디어컴퍼니'를 매각해서 번 돈으로, 한국으로 돌아와 쿠팡을 창업했습니다.

이렇게 2010년 8월, 자본금 30억 원으로 탄생한 회사가 바로 쿠팡입니다.

▶[송태희 / 앵커]
손정의 회장, 김범석 의장 외에 직원들, 특히 배송인력인 쿠팡친구들에게는 돌아가는 게 없나요? 

▷[박규준 / 기자]
쿠팡은 직접 고용한 ‘정규직’과 계약직 등 ‘비정규직’ 직원들에게 1인당 200만 원 규모의 주식을 주기로 했습니다. 

강한승 대표는 사내 이메일을 통해 이 같은 방침을 밝히면서 “현장 직원에 대한 무상 주식 부여는 국내 최초로 알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또한, 현 3천 명 수준인 일용직도 다음 달 5일까지 상시직으로 전환하는 경우에 한 해, 주식을 주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식 지급이 국내에 상장했으면 신규 발생 주식의 20%를 근로자들인 우리사주조합원들에게 줘야 하는 만큼, ‘생색내기’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김연학 /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초빙교수 : 우리나라에서 만일 상장을 하게 되면 20%를 자사주로 종업원들에게 나눠줘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50조(원) 된다고 하는데, (주식 지급 규모가) 1천억 원이면 0.2%, 그 정도밖에 안 됩니다. 조금 보여주기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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