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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명의 빌려준 아파트 팔았다면 횡령 아니다”

SBS Biz 김종윤
입력2021.02.18 15:22
수정2021.02.18 16:15



명의를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자신의 이름으로 등기를 마친 아파트를 실제 주인의 허락 없이 팔아도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사기·횡령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사기 유죄, 횡령 무죄'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습니다.

A씨는 아파트 매매 없이 명의만 빌려 달라는 B씨의 부탁에 따러 2013년 12월 B씨 소유의 아파트를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해줬습니다.

하지만 A씨는 2015년 8월 개인 빚을 갚기 위해 이 아파트를 제3자에게 1억7천만원에 매도한 뒤 소유권 이전 등기도 해주면서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심은 A씨 횡령 혐의와 9천만원 상당의 사기 혐의를 모두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2심에서는 횡령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사기 혐의만 인정해 징역 1년으로 감형했습니다.

재판부는 A씨가 B씨에게 명의만 빌려 소유권 등기를 한 것은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해 무효인 만큼 이 약속을 위반해 아파트를 팔아도 횡령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대법원도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의 위탁 관계를 형법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A씨가 횡령죄 주체인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로 인정할 수 없는 만큼 횡령죄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명의수탁자가 신탁 부동산을 마음대로 처분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한 대법원 판례를 모두 변경했습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은 형법상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선언한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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