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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IN] SK건설 사장, 자회사 팔고 투자까지 “꿩먹고 알먹고”

SBS Biz 윤지혜
입력2021.02.03 14:25
수정2023.10.19 14:36

[앵커]

경제부 건설부동산팀에서 SK건설 관련 소식 가져왔습니다. 

SK건설이 최근 자회사를  한 사모펀드에 팔았다고 하는데요.

회사 측은 친환경 중심 트렌드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기 위해 자회사를 팔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좀 특이한 부분이 있습니다. 

자회사를 판 사모펀드에 수백억 원의 투자를 동시에 진행했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매각과 투자를 결정한 배경이 뭔지 윤지혜 라이브데스크가 따져봤습니다.

[기자]

SK건설은 지난 8일 자회사인 SK TNS 지분  100%를 알케미스트캐피탈파트너스코리아가 만든 사모투자펀드에 팔았습니다.  거래가격은 2천900억 원.

그럼 SK TNS는 어떤 회사일까요? 

SK그룹의 기지국·광선로·전용망 등 통신망  공사를 하는 회사입니다.

과거 SK건설 사업부 중 하나였으나 지난 2015년 물적 분할을 통해  별도의 회사로 분리가 됐습니다. 

수익이 괜찮은 회사인데요.

지난해 6월 기준 연간 6천539억 원의 매출액과 399억 원의 영업이익 거뒀습니다.

이런 알짜 회사를 왜 파는 것일까요?

SK건설은 "친환경·신에너지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이라고 매각 이유를 밝혔습니다. 

SK TNS는 정보통신공사 분야 1위 업체로 그룹 계열사 물량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올려온 알짜로 통하는데요. SK건설이 신사업의 노선을 환경사업으로 정한 상황에서 환경사업 확대를 위해 선제적으로 실탄을 마련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앵커]

그러니까 SK건설이 매물을 넘긴 사모펀드에 투자자로 등장한 셈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매각을 공시한 날, 알케미스트가 SK TNS 인수를 위해  설립하는 펀드에 SK건설이 "600억 원을 출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회사를 팔았는데 그 회사를 인수하는 사모펀드에 SK건설이 주요 출자자(LP)로 참여하는 겁니다.

[앵커]

알짜 회사를 팔고 투자자로서  지분 관계가 얽히도록 들어간 배경, 납득이 잘 안 가는데, 이걸 어떻게 봐야 하죠? 

[기자]

투자은행업계에서는 일감몰아주기 제재 대상에서 회피하려는 목적이라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SK TNS는 그동안 SK그룹 계열사 물량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쌓았습니다. 

SK텔레콤 기지국 건설 등을 전담했기 때문인데 전체 매출에서 그룹사 일감의 비율이 약 98%, 그러니까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이렇게 내부거래 비중이 크면 한번 짚어볼 만한 부분이 일감몰아주기입니다. 

현행법에선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에서 총수 일가의 지분이 20%를 초과하는 비상장사(상장사는 30%)의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 원을 넘거나 연 매출의 12% 이상이면 규제 대상이 됩니다.

일감몰아주기가 계속되면 공정위가  형사고발 등 조치를 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거죠.

[앵커]

규제 대상 기업 범위가 넓어져 이를 피하고자 미리 자회사를 팔았단 거죠? 

[기자]

네, 한마디로 손자회사까지 제재 대상이 됐습니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인  계열사가  지분을 50% 넘게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까지 규제 기준이 되면서  대상 기업이 크게 늘어났는데요.

지난해 바뀐 개정안이 올해 말부터 적용됩니다.

다만 SK TNS가 '법률상' 규제 대상은 아닙니다.

SK의 지주회사인 SK(주)는 최태원 회장과 친인척이 20% 넘는 지분을 갖고 있지만 SK건설에 대한 총수 일가의 직접 지분율이 미미하고, 또 SK(주)의 SK건설에 대한 지분율도 50%를 초과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앞으로 SK그룹의 지분 구조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고 또 공정거래법이 좀 더 엄격해져서  SK TNS처럼 그룹 내 일감이 대부분인 회사에 대해 추가 규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즉 미리미리 '일감몰아주기'로 인한 규제를 피하려는 측면에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해석됩니다.

[앵커]

이렇게 하면 SK건설엔 어떤 이점이 있습니까? 

[기자] 

SK건설이 밝힌 대로 투자를 통해 SK TNS에 대한 지분 20% 정도 확보하면  매년 배당금도 받을 수 있고요. 

사모펀드의 속성상 언젠가는 매각을 할 텐데 그때 또 다른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겁니다.

[회계법인 관계자 : SK TNS는 SK텔레콤과 브로드밴드에서 연간 6천억 이상의 일감을 받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이익창 출이 계속될 것이니까 회계적으로 지분법 이익도 발생할 것이니까요. 나중에 SK TNS가 상장을 하거나 아님 매각될 때 그때 더 많은 자본이득을 얻을 수 있으니까 아마 그런 걸(거래 구조를) 하지 않았을까….]

회사를 팔았는데도 사업적 연계성은 이어가고 또 나중에 지분을 처분할 때 이득도 얻게 되는, SK건설 입장으로선 일거양득을 가져가는 노림수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SK그룹이 주요 협력 업체를 사모펀드를 통해 간접 지배하는 모양새인데요.

펀드라는 간접 투자 기구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 것 같은데, 앞으로의 행보도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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