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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까’페] 국정농단·앤트그룹 때문에…은행도 핀테크도 신사업 ‘발목’

SBS Biz 오정인
입력2021.01.29 15:08
수정2021.01.30 09:46

국정농단 사태와 중국의 앤트그룹, 그리고 삼성생명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기존 금융사부터 핀테크 기업들까지 '이들' 때문에 신사업 진출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신사업 진출이 어려워진 곳은 '이들'이 대주주로 있는 하나은행 등 하나금융그룹 계열사와 카카오페이, 그리고 삼성카드입니다.

신사업과 '이들'은 어떤 관련성이 있는 것일까요?

해당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들의 신사업 진출 가능성은 아예 없는 것일까요?


고객 정보 한 곳에 모으는 '마이데이터' 제동
하나금융그룹 계열사와 카카오페이, 삼성카드 등이 당장 진출할 수 없게 된 '신사업'은 바로 마이데이터입니다.

마이데이터는 금융사와 보험사 등 여러 기관에 흩어진 개인 정보를 하나로 모으는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자신의 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게 됩니다.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들은 이를 활용해 고객 맞춤형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뱅크샐러드 애플리케이션으로 자신의 모든 은행 계좌를 확인하거나 신용카드 상품을 추천받는 것이 그 예입니다.

지금까지 이같은 서비스는 금융사나 핀테크 기업들이 선보였는데 앞으로는 '허가받은' 기업들만 운영할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 28개 금융사·핀테크 등 본허가
하나은행·카카오페이·삼성카드 '심사 보류'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지난 27일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획득한 기업 28곳을 공개했습니다.



KB국민은행 등 기존 금융사를 포함해 네이버파이낸셜과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 등 핀테크 기업들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신용정보법 개정으로 그동안 마이데이터 유관 서비스를 제공하던 기업들은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사업을 지속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당국의 허가를 받지 못하면 당장 서비스를 중단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번에 허가를 받지 못한 곳은 ▲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하나카드 ▲핀크 ▲경남은행 ▲삼성카드 ▲카카오페이 등입니다.

실제 하나은행과 하나카드 등 기존 금융사뿐만 아니라 카카오페이도 수개월간 운영해오던 서비스를 중단하게 됐습니다.

금융당국은 "심사 불가가 아닌 심사 보류"라며 "문제가 된 부분이 해소되면 즉각 심사는 재개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해당 기업들은 심사 재개 시점이 언제일지 알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문제는 대주주 적격성인데 빠른 시일 내 해결되긴 어려운 부분"이라며 "사실상 서비스를 종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대주주 적격성 문제 시 '심사 중단'
국정농단과 中 앤트그룹 문제

'대주주 적격성'이란 해당 기업이 신사업 인허가를 받을 때 필요한 요건입니다.

신용정보법 감독규정에 따르면 마이데이터 신청 기업의 지분을 10% 이상 가진 대주주가 제재를 받거나 소송이 진행 중인 경우 심사는 중단됩니다.

일명 '심사중단제도'입니다.



하나은행 등 하나금융계열사와 핀크는 국정농단, 구체적으로는 '정유라'에 발목이 잡혔습니다.

지난 2017년 참여연대 등이 정씨에게 특혜성 대출을 내준 하나은행 직원을 승진시킨 하나금융지주 등을 검찰에 고발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결론은 나지 않았습니다.

경남은행은 대주주인 BNK금융지주가 주가 시세조종 혐의로 최근 1심 법원에서 벌금을 선고 받았습니다.

삼성카드는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이 암 보험금 지급 문제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기관경고 중징계를 받아 문제가 된 상태입니다.

카카오페이는 2대 주주인 중국 앤트그룹의 적격성이 파악되지 않아 심사를 받지 못했습니다.

금융당국이 중국 인민은행에 앤트그룹의 제재 여부 등 적격성 확인을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회신이 오지 않은 상황입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앤트그룹의 제재 여부도 확실하지 않은데 '회신이 없다'는 것만으로 심사가 보류돼 서비스가 중단된 것은 과도하다"며 "하나은행 등 다른 기업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네이버 발목 잡을 뻔한 미래에셋
지분 구조 변경으로 차질없이 진행

하지만 똑같이 '대주주 적격성' 문제에 부딪혔지만 심사 중단을 피해간 기업도 있습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대주주인 미래에셋대우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아주 잠시' 본허가 획득에 위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대주주 적격성 논란이 일어난 뒤 네이버파이낸셜과 미래에셋대우는 지분 구조를 변경했습니다.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파이낸셜의 보통주 109,500주를 전환우선주로 1:1로 변경한 뒤 의결권 있는 지분율을 기존 17.66%에서 9.5%로 낮췄습니다.

그 결과 네이버파이낸셜은 차질없이 당국의 심사를 받아 본허가를 획득했습니다.

더구나 정작 기업 본인의 적격성이 문제가 된 미래에셋대우는 당국의 허가를 받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던 점도 눈에 띕니다.

현행법상 대주주의 적격성은 따져보지만 기업 스스로의 적격성은 인허가 심사에서 살펴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문가 "심사 형평성·공정성 보완해야"
당국, 심사중단제도 개선TF 가동

마이데이터는 혁신 금융으로서 기존 금융사뿐만 아니라 다른 업권도 주목하는 신사업 분야입니다.

하지만 인허가 심사 과정은 '혁신'과 거리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최적의 상품을 선택·제공하는 데 라이센스를 부여하는 사업으로 대주주 적격성과 같은 기존의 타이트한 규제는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는 입장입니다.

심사 과정에서의 '형평성' 문제 역시 추후 당국이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았습니다.

서 교수는 "네이버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자사 광고를 우선적으로 내보낸 데 대해 조사를 받는 상황에 네이버파이낸셜은 본허가를 획득했다"면서 "대주주 적격성 부분을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다음주부터 심사중단제도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개선책을 모색한다는 계획입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TF를 통해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찾고 필요 시 현행법 개정 등도 추진할 것"이라며 "오는 6~7월쯤 개선책을 도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금융당국은 지난 27일 마이데이터 본허가 기업(1차 사업자)을 발표한 데 이어 오는 3월 2차 수요기업을 대상으로 심사 작업에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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