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폰의 실패는 소비자에게 ‘좋은 경험’ 주지 못한 탓”
SBS Biz
입력2021.01.22 10:07
수정2021.01.22 10:07
삼성전자와 함께 우리나라 전자 산업의 양대 축인 LG전자가 전사적 역량을 모아 엄청난 자원을 투입했던 스마트폰 사업을 접을 수도 있다고 한 것은 충격적이다.
LG전자의 휴대전화 사업은 26년의 역사를 지녔고 한때는 세계시장 점유율 3위에 오르기도 했으나 트랜드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경쟁에서 뒤처지고 말았다.
LG전자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 모든 기기와 데이터, 사람이 센서로 연결·교감하는 초연결사회의 허브인 스마트폰을 포기할 수 없어 사업 정상화에 온갖 노력을 다했으나 시장 점유율은 갈수록 떨어졌고 누적적자는 5조원에 달했다.
결국 사업을 계속할 동력과 의지를 잃어버렸다.
왜 이렇게 된 걸까.
LG 스마트폰의 실패 원인과 시사점을 알아보기 위해 재작년 '포노 사피엔스(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라는 책으로 선풍을 일으켰던 최재붕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최 교수는 인문과 디자인, 공학을 넘나드는 통찰과 데이터 분석으로 현기증 나게 전개되는 디지털혁명이 시대의 문명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풀어주는 강사로 유명하다.
◇ "LG 스마트폰의 실패는 소프트웨어 실패"
최 교수는 "LG 스마트폰의 실패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경험'을 주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며 이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의 역부족에 따른 것"이라 단언했다.
그는 요즘 세상에서 스마트폰은 그냥 하나의 기기가 아니라 신체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모양만 좋다고 들고 다니는 게 아니어서 항상 다른 제품과 비교하게 된다면서 그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경험이 제품의 선택과 교체를 결정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소비자들의 체감은 소프트웨어에서 이뤄지는 데 LG 스마트폰은 이를 소홀히 한 채 오랫동안 하드웨어 혁신에만 신경을 썼으며 이 게 잘못됐다는 걸 알았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경쟁력을 잃은 뒤였다"고 했다.
그는 물론 LG가 배터리나 가전제품 등에서 세계를 호령하는 제조 기업이고 스마트폰 하드웨어에서 탁월한 기술력을 지니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포노사피엔스를 사로잡을 수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스마트폰에 민감한 젊은 세대는 현실 세계와 가상현실이라는 듀얼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다"면서"이들을 유혹할 '좋은 경험'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하모니를 통해 구현할 수 있는데 하드웨어만으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잘못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휴대폰에서 스마트폰으로 트렌드가 넘어갈 즈음에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잘 구축했지만, 노키아와 LG전자는 여기서 결정적 우를 범하고 말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문제는 LG전자 스마트폰만이 아니라 우리 제조업 전반의 고질적 병폐라고 지적했다.
우리 제조업체들이 물건은 꼼꼼하고 편리하게 잘 만들지만, 거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소프트웨어는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를 혁신하지 않고는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없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 선도국가 되려면 디지털 문명을 표준 문명화 해야
최 교수는 우리 산업을 '스펙 경제'라고 했다.
예컨대 스마트폰 개발 때 소프트웨어팀, 하드웨어팀, 디자인팀에 각각의 스펙을 정해주고 목표 시점을 제시하면 빠르고 정교하게 주어진 일정 안에 잘 만들어내지만, 이들에게 협력과 융합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안겨줄 '최고의 경험'을 창출해보라고 하면 하드웨어적 감성에 젖어있기 때문에 잘 안된다고 했다.
그는 우리 제조업이 한 단계 더 점프하려면 제품에 휴머니티와 인문학을 갈아 넣어야 한다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디자인이 화학적으로 결합하고 여기에 심리적, 인지적, 감성적 가치를 더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제품 경쟁력을 키울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조직도,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애플이 스마트폰의 핵심인 반도체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 부품의 20% 이상이 한국제품일 정도로 기술력도 부족하지만, 세계 최고 기업이 된 것은 제품에 인문과 예술이라는 감성을 심어 소비자들에게 감동적인 '좋은 경험'을 선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이후 경제에서 세계의 선도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디지털 문명을 표준 문명으로 받아들이려는 '생각의 대전환'이 시급하다면서 정치인이나 관료 등 정책결정권을 잡고 있는 사람들의 규제 마인드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에서 배워야 한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2010년부터 이미 디지털 국가로의 대개조를 추진했고 그 결과 작년 디지털 소비가 미국의 50배에 달했다"면서 "미국이 중국을 패권 경쟁 상대로 견제하는 것은 중국이 이미 디지털 강국을 실현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LG전자의 휴대전화 사업은 26년의 역사를 지녔고 한때는 세계시장 점유율 3위에 오르기도 했으나 트랜드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경쟁에서 뒤처지고 말았다.
LG전자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 모든 기기와 데이터, 사람이 센서로 연결·교감하는 초연결사회의 허브인 스마트폰을 포기할 수 없어 사업 정상화에 온갖 노력을 다했으나 시장 점유율은 갈수록 떨어졌고 누적적자는 5조원에 달했다.
결국 사업을 계속할 동력과 의지를 잃어버렸다.
왜 이렇게 된 걸까.
LG 스마트폰의 실패 원인과 시사점을 알아보기 위해 재작년 '포노 사피엔스(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라는 책으로 선풍을 일으켰던 최재붕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최 교수는 인문과 디자인, 공학을 넘나드는 통찰과 데이터 분석으로 현기증 나게 전개되는 디지털혁명이 시대의 문명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풀어주는 강사로 유명하다.
◇ "LG 스마트폰의 실패는 소프트웨어 실패"
최 교수는 "LG 스마트폰의 실패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경험'을 주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며 이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의 역부족에 따른 것"이라 단언했다.
그는 요즘 세상에서 스마트폰은 그냥 하나의 기기가 아니라 신체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모양만 좋다고 들고 다니는 게 아니어서 항상 다른 제품과 비교하게 된다면서 그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경험이 제품의 선택과 교체를 결정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소비자들의 체감은 소프트웨어에서 이뤄지는 데 LG 스마트폰은 이를 소홀히 한 채 오랫동안 하드웨어 혁신에만 신경을 썼으며 이 게 잘못됐다는 걸 알았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경쟁력을 잃은 뒤였다"고 했다.
그는 물론 LG가 배터리나 가전제품 등에서 세계를 호령하는 제조 기업이고 스마트폰 하드웨어에서 탁월한 기술력을 지니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포노사피엔스를 사로잡을 수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스마트폰에 민감한 젊은 세대는 현실 세계와 가상현실이라는 듀얼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다"면서"이들을 유혹할 '좋은 경험'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하모니를 통해 구현할 수 있는데 하드웨어만으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잘못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휴대폰에서 스마트폰으로 트렌드가 넘어갈 즈음에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잘 구축했지만, 노키아와 LG전자는 여기서 결정적 우를 범하고 말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문제는 LG전자 스마트폰만이 아니라 우리 제조업 전반의 고질적 병폐라고 지적했다.
우리 제조업체들이 물건은 꼼꼼하고 편리하게 잘 만들지만, 거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소프트웨어는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를 혁신하지 않고는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없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 선도국가 되려면 디지털 문명을 표준 문명화 해야
최 교수는 우리 산업을 '스펙 경제'라고 했다.
예컨대 스마트폰 개발 때 소프트웨어팀, 하드웨어팀, 디자인팀에 각각의 스펙을 정해주고 목표 시점을 제시하면 빠르고 정교하게 주어진 일정 안에 잘 만들어내지만, 이들에게 협력과 융합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안겨줄 '최고의 경험'을 창출해보라고 하면 하드웨어적 감성에 젖어있기 때문에 잘 안된다고 했다.
그는 우리 제조업이 한 단계 더 점프하려면 제품에 휴머니티와 인문학을 갈아 넣어야 한다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디자인이 화학적으로 결합하고 여기에 심리적, 인지적, 감성적 가치를 더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제품 경쟁력을 키울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조직도,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애플이 스마트폰의 핵심인 반도체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 부품의 20% 이상이 한국제품일 정도로 기술력도 부족하지만, 세계 최고 기업이 된 것은 제품에 인문과 예술이라는 감성을 심어 소비자들에게 감동적인 '좋은 경험'을 선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이후 경제에서 세계의 선도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디지털 문명을 표준 문명으로 받아들이려는 '생각의 대전환'이 시급하다면서 정치인이나 관료 등 정책결정권을 잡고 있는 사람들의 규제 마인드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에서 배워야 한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2010년부터 이미 디지털 국가로의 대개조를 추진했고 그 결과 작년 디지털 소비가 미국의 50배에 달했다"면서 "미국이 중국을 패권 경쟁 상대로 견제하는 것은 중국이 이미 디지털 강국을 실현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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