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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까’페] ‘계륵’ 대부업, 놔두기도 마냥 옥죄기도…‘양날의 검’

SBS Biz 오정인
입력2020.12.30 18:22
수정2020.12.30 20:29


금융당국이 매년 두 차례 대부업 실태조사를 시작한 지도 10년이 넘었습니다.

2009년 말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대부업 시장은 계속해서 몸집을 불렸습니다.

하지만 2018년 2월, 최고금리가 27.9%에서 24%로 떨어지자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같은 해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대부업권 대출 잔액은 매년 줄고, 이용자 수도 150만명대로 떨어졌습니다.

일각에선 대부업 시장이 '쪼그라들었다'고 말합니다.

대부업 대출이 줄어들면 저신용자가 갈 곳이 없다며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하지만 10%가 넘는 금리에 돈을 빌려주는 대부업은 아예 사라져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그대로 놔두자니, 그렇다고 없애자니 아쉬운 '계륵'이 돼 버린 것입니다.
 
 
올 상반기 대부업자 8,455개…101개 증가
하지만 대부업 대출 잔액은 감소…이유는?

올해 상반기 기준 등록 대부업자는 8,455개입니다. 지난해 말(8,354개)보다 101개 더 늘었습니다.

대부업자가 늘었으니 대출금도 증가했을까요? 아닙니다.


대출 잔액은 15조431억 원으로 지난해 말(15조9,170억 원)보다 5.5%(8,739억 원) 감소했습니다.

특히 자산 100억 원 이상의 대형 대부업자의 대출 잔액은 12조1,106억 원으로 6개월 전보다 1조 넘게 줄었습니다.

일본계 대형 대부업자들이 신규대출을 중단했기 때문입니다.

또 저축은행을 인수한 대부업자들이 대부 영업을 축소한 영향도 적지 않습니다.

금융당국은 정책 서민금융상품 공급이 매년 확대되고 있는 점도 대부업 대출 감소의 요인이 됐다고 말합니다.
 

대출 신청 10명 중 1명만 대출 승인
'급전'보다 '담보대출' 늘어

대형 대부업자들이 신규 대출을 중단하자 신용대출이 크게 감소했습니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대부업자의 대출 승인율은 11.8%였습니다.

지난 2015년 21.2%였던 데 비하면 4년 사이 반토막이 난 것입니다.


올 상반기 대부업 신용대출은 7조8,502억 원으로 6개월 전보다 1조 원 넘게 줄었습니다.

반면 부동산 등 담보대출은 7조1,929억 원으로 1,868억 원 소폭 늘었습니다.

지난해 말, 신용대출이 11조7천억 원에서 8조9천억 원으로 급감했을 때에도 담보대출은 5조5천억 원에서 7조 원으로 오히려 늘었습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존에 대부 대출을 받은 이용자들 중 더이상 돈을 빌리지 못하는 사람만 적어도 20만명"이라며 "여기에 신규 유입도 막히면서 신용대출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대신 담보대출이 늘어난 건 당연하다는 분석입니다.

김 교수는 "대부업자 입장에선 신용대출이 안되니 대손비용을 따졌을 때 확실한 담보가 있는, 담보대출을 해줄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용자 줄었지만 평균 대출금 늘어
1인당 평균 955만원 빌려


대부업 이용자 수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습니다.

1년 전만해도 200만명이 대부업 대출을 이용했지만 지금은 157만명 수준입니다.

최근 6개월 사이엔 약 20만명이 더 줄었습니다.

이용자 수는 줄었지만 이들이 빌린 평균 대출금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1인당 대출금은 955만 원. 지난 2017년 말부터 2년 넘게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급전보다 담보대출이 늘어난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풀이됩니다.
 
 
금리는 낮아지는데 대출은 '꽁꽁'
"대부 대출 더 어려워질 것"

이들의 평균 금리는 17.0%였습니다. 

내년 하반기부터 법정 최고금리는 연 24%에서 20%로 더 낮아지는 만큼 앞으로 금리는 더 내려갈 전망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최고금리를 낮추니 대출이 꽉 막혔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더구나 대부업 이용자 상당수가 1~2금융권을 이용하기 힘든, 저신용자라는 점도 문제입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담보 없이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도 적지 않다"며 "대형 대부업자들이 신규 대출을 중단하면서 자영업 하는 분들이나 신용도가 낮은 분들이 돈을 빌릴 방법이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대부업 시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크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일부 이용자에겐 대부업이 '불가피한', '유일한' 방법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김 교수는 "시중은행들도 대출을 규제하는 상황에 1~2금융권을 가지 못한 많은 분들이 더이상 갈 곳이 없어 노크를 하는 것"이라며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 대부업 문을 여는 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대부업 막히면 결국 '불법사채'
소비자 보호 위해 놔둘까? 없앨까?

대부업 대출 금리가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두자릿수, 10% 후반대입니다.

평균 금리가 연 17%이니, 20% 넘게 이자를 주고 돈을 빌리는 차주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때문에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라도 대부업 시장은 아예 사라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업은 분명 순기능이 있다"면서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기 힘든 분들이 갈 수 있는 시장인데 여기마저 사라진다면 그 다음은 불법 사금융 시장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금융당국은 대부업 시장을 규제하기보다는, 미등록 대부업자 '불법 사금융'부터 손 보고 있습니다.

내년부터 불법 사금융업자들이 연 6%를 초과해 이자를 받을 수 없게 하는 내용을 담은 '대부업법 개정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를 통해 정식 대부업 등록을 유도하고, 저신용자들이 보다 안전하게 돈을 빌릴 수 있는 곳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이 조치 역시 소비자들에게, 금융시장에 얼마나 큰 효과를 가져올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계륵'이 된 대부업 시장에서 '엄한' 소비자가 피해를 받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방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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