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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조원태 ‘휴~’…항공 ‘빅뱅’ 시작] 항공업계 ‘빅뱅’ 시작됐다

SBS Biz 최나리
입력2020.12.05 08:59
수정2020.12.05 09:03

■ 취재파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되면 우리 항공산업 전체가 일대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진행될 인수 절차부터 짚어 볼까요?

▷[장지현 / 기자]
법원 결정이 나온 다음 날, 즉 지난 2일 산업은행은 곧바로 통합수순에 들어갔습니다.

한진칼의 제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5000억 원을 납입했습니다.

3일에는 대한항공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교환사채 3000억 원을 매입했습니다.

▶[송태희 / 앵커]
산업은행이 곧바로 실행에 들어갔다는 건 그만큼 하루하루 상황이 급박하다는 거죠?

산은이 투입한 8천억 원은 어떻게 쓰이나요?

▷[장지현 / 기자]
한진칼은 산업은행 자금 8000억 원을 다시 대한항공에 빌려줄 계획인데요.

대한항공은 이 가운데 3000억 원은 아시아나 인수 계약금으로 예치하고, 또 3000억 원은 아시아나 전환사채 취득에 즉시 투입할 예정입니다.

▶[송태희 / 앵커]
아시아나 항공을 인수하는데 이 정도 자금으로는 부족하지 않나요?

▷[장지현 / 기자]
부족합니다.

그래서 대한항공이 유상증자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항공을 인수하는 데는 총 1조 80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래서 대한항공은 내년 초 2조5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시행할 계획입니다.

여기에 산은이 투입한 자금이 한진칼을 거쳐 투입되는 겁니다. 

이렇게 자본을 확충한 뒤 대한항공은 다시 아시아나 유상증자에 1조5000억 원을 투입해 지분 63.9%를 확보하고 인수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송태희 / 앵커]
그런데 양사의 통합, 공정위 기업결합 승인도 받아야 한다고요?

▷[최나리 / 기자]
두 회사 합병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이 독과점 문제입니다.

지난해 말 국내선 수송객 점유율을 보면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그리고 두 회사의 3개 LCC 점유율까지 더하면 60%가 넘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 합병이 시장경쟁을 제한할 지를 중점적으로 판단할 것입니다. 

[허희영 /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 소비자 편익에, 어떤 공정한 경쟁에 저해될 요인이 있다면 아마 조건을 달거나 개선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시장 우려와 달리 대한항공은 독과점 문제가 크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우기홍 사장의 설명 들어보시죠.

[우기홍 / 대한항공 사장 (지난 2일, 온라인 기자 간담회)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이 가지고 있는 인천공항의 여객 슬롯 점유율은 약 38.5%입니다. 화물기까지 포함해서 약 40%로 지방 공항을 포함하면 점유율은 이보다 더 낮아집니다. 한국 시장에서 일부 장거리 노선을 제외하고는 일부 독점에 대한 이슈는 크게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 저희는 생각합니다. (저비용 항공사는) 완전히 별도로 운영이 되고 또 경쟁하는 별도의 회사로 운영이 되기 때문에 같이 시장 점유율에 포함된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송태희 / 앵커]
양사의 통합, 결과적으로 산은이 민간기업 기업의 경영권 분쟁에 개입한 모양새가 됐는데요.

산은은 부담스럽겠어요?

▷[장지현 / 기자]
네,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국책은행이 개입했다는 비판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산업은행이 먼저 조원태 회장 측에 아시아나 인수를 제안했기 때문입니다.
                      
[조원태 / 한진그룹 회장 (11월 18일, 한미재계회의 총회 직후) : 산업은행에서 먼저 의향을 물어봤을 때 그냥 할 수 있다고만 얘기했고요.]

때문에 산은이 확보할 한진칼 지분 10.66%를 사실상 조 회장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하는 시각이 많은데요.

산은은 어느 일방에게도 우호적인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동걸 / KDB산업은행 회장 (11월 16일, 온라인 기자간담회) : 경영평가위원회, 윤리경영위원회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 한진그룹은 책임 경영을, 산업은행은 건전 경영 감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송태희 / 앵커]
산은은 우리는 무조건 조원태 회장 편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조원태 회장의 퇴진 카드도 쓸 수 있다, 이런 입장이라고요?

▷[장지현 / 기자]
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조 회장이 담보 가치 1700억 원인 한진칼 지분 전체를 담보로 제공했다"며 "산은은 경영 성과가 미흡하면 담보를 처분하고 경영 일선에서 퇴진시키는 등 무거운 책임과 의무를 부여하기로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원태 / 한진그룹 회장 (11월 18일, 한미재계회의 총회 직후) : 산업은행에서 도와주는 것도 있지만 제가 맞춰야 되는 기준도 있습니다.]

특히 산은은 한진칼에 7가지 조건을 내걸었는데요.

구체적으로 보면 산은이 지명하는 사외이사 3인과 감사위원을 선임해야 하고요.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선 사전 협의한 뒤 동의도 받아야 합니다.

또 독립기구인 윤리경영위원회와 경영평가위원회를 설치해야 하는데, 이런 투자합의서 조항 위반 시 5000억원의 위약금과 손해배상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송태희 / 앵커]
조원태 회장의 어머니 이명희 씨 그리고 동생 조현민 씨는 어떻게 되나요? 

▷[장지현 / 기자]
산업은행이 또 내건 조건은 가족 구성원을 한진칼과 항공 계열사 경영에서 배제하는 겁니다.

조현민 씨는 2018년 4월 이른바 '물컵 갑질' 사태로 한진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가 지난해 6월 한진칼 경영 일선에 복귀했습니다.

하지만 산은의 조건에 따라 한진칼 경영에서 다시 물러나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항공과 직접 관련이 없는 직책은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어머니인 이명희 씨도 한국공항 자문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송태희 / 앵커]
하지만 인수가 마무리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도 많죠.

KCGI는 어떻습니까?

이대로 물러나는 건가요?

아니면 또 반격에 나서는 건가요?

▷[최나리 / 기자]
KCGI는 지난달 20일, 한진칼에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했습니다.

이번 합병 방식이 기존 주주의 권리를 크게 훼손했다는 이유에서인데요.
                                     
KCGI는 주총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주도, 결정한 이사회의 책임을 묻고, 전문성과 독립성을 겸비한 신규 이사들을 다수 선임토록 해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하겠다는 입장입니다.

KCGI 측 이사가 선임될 경우 인수 문제가 다시 논의될 가능성도 있는데요.

한진칼은 주총 소집 여부를 검토 중입니다.

▶[송태희 / 앵커]
조원태 회장 측이 KCGI를 계속 의식하고 있는 점도 엿보인다고요?

▷[최나리 /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1일 법원 결정 후 한진그룹은 "3자 연합(조현아·KCGI·반도건설)도 책임 있는 주주로서 항공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데 뜻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앞으로 있을 KCGI 등 3자 연합의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 명분을 쌓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송태희 / 앵커]
노조와의 갈등 가능성도 해결해야 할 과제죠?

▷[최나리 / 기자]
최근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 등 양사 4개 노조는 '대한항공-아시아나 노조 공동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노사정 회의체를 만들자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노조는 "노동자를 배제한 합병에는 반대한다"며 고용안정을 위한 방안이 먼저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송태희 / 앵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인력 규모는 어느 정도입니까?

▷[최나리 / 기자]
국내 기준 2만 8천 명 정도입니다.

이 중 중복 인력 규모는 아직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운항 등에 관련된 필수 인력이 최대 800명에서 1000명 정도 겹친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중복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 우려에 대해 인력 흡수가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우기홍 / 대한항공 사장 (지난 2일, 온라인 기자 간담회) : 중복되는 인력은 전체 인력에 비해서 크지 않은 상황입니다. 필요시에는 소요가 많은 부서로 이동을 한다든지 해서….]

▶[송태희 / 앵커]
고용 안정과 보장, 비슷한 이야기 같습니다.

당사자들에게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최나리 / 기자]
그렇죠.

대한항공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두 회사의 10개 노선 중 4개 이상이 중복되는 상황이라 구조조정 불안감이 여전합니다. 

고용 불안에 노조는 합병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김태수 /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부지부장 (지난 3일, 기자회견) : 정리해고 없다, 구조조정 없다, 항공시장 독점이 돼도 항공료 인상 없다, 아무도 믿지 않습니다, 대한항공 직원들조차 믿지 않습니다. 인수합병 후 정리해고 시 그것을 못 하게 강제할 방법이 있습니까?]

앞서 조원태 회장이 직접 나서서 구조조정은 없다고 했지만 노조는 정작 고용 불안감을 해소할 대책이 없다는 겁니다.

[조원태 / 한진그룹 회장 (11월 18일, 한미재계회의 총회 직후) : 구조조정은 계획이 없습니다. 모든 직원들을 품고 가족으로 맞이해서 함께할 기회를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문제는 항공산업에 드리워진 코로나19라는 안개가 언제 걷히느냐입니다.

항공수요가 곧 되살아난다는 장밋빛 전망이 현실화 돼야만 고용유지가 가능한 상황입니다.
                  
[허희영 /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 떠안는 아시아나의 항공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하면 계산이 간단해집니다. 해마다 약 1000명씩의 자연 감소분을 감안하고, 그리고 이 빅딜은 완성되는 게 내년 (20)21년 12월입니다. 중복노선이라고 하더라도 빈도수를 늘려나가면 주 3회 띄우는 것을 7회 띄우고, 10회를 띄워주는 거죠. 선택의 폭을 넓혀주면 소비자들한테, 거기서 더 많은 수요가 생겨나죠.]

▶[송태희 / 앵커]
일부에서는 인수가 마무리된다고 하더라도 아시아나 부채가 워낙 많아 통합 항공사 안착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지적도 있는데요?

▷[장지현 / 기자]
네, 한마디로 대한항공이 승자의 독배를 마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데요.

9월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12조8000억 원, 부채비율은 2300%를 넘습니다.

단기차입금만 2조 5000억 원인데요.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어려운데 인력 감축도 없고, 운임이나 수송료를 안 올리면서 무슨 수로 실적을 개선할 수 있겠냐는 겁니다.

특히 국제항공운송협회는 항공 수요가 2024년은 돼야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송태희 / 앵커]
그래서 대한항공이 자산 매각에 나서고 있는 것인가요?

▷[최나리 / 기자]
네, 대한항공은 내년까지 약 2조원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비주력 사업이 우선 정리될 텐데요.

최근 왕산레저개발을 1300억 원에 팔기로 했고요.

제주 연동 사택 등 유휴 자산을 정리해 419억 원을 추가확보할 예정입니다.

여기에 기내식, 기내 면세점 사업 매각으로 약 1조원을 마련한 상태입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아시아나 인수 후 불거질 유동성 위기에 대비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황용식 /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 대한항공도 영업실적이 좋았지만 3분기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자금 확보와 자금 동원을 계속하고 있어요. 기존 자산 매각을 통해서 어떤 유동성 확보의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인수전이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겠죠.]

▶[송태희 / 앵커]
하지만 핵심 자산으로 꼽히는 송현동 부지 매각이 지연되고 있다고요?

▷[최나리 / 기자]
서울시와의 거래가 막판에 뒤집혔는데요.

앞서 대한항공과 서울시는 지난달 26일 송현동 부지 매각 최종 합의안에 서명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서울시가 최종 합의 하루 전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대한항공은 내년 6월까지 송현동 땅을 팔아 약 5천억 원의 자금을 더 확보할 계획이었는데 차질을 빚게 된 거죠.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조속히 매듭을 짓겠다고 밝혔습니다.

[우기홍 / 대한항공 사장 (지난 2일, 온라인 기자 간담회) : 약간의 이견이 있어서 지금까지 논의해 온 것이 스톱됐습니다. 그렇지만 대한항공은 충실한 협의를 해서 연말 전에는 원만한 결론이 도출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할 예정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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