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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까’페] 법정 최고금리 인하…취지 좋지만 사채로 등떠밀린다

SBS Biz 장지현
입력2020.11.10 17:42
수정2020.11.10 17:52

2002년 법정 최고금리는 연 66%였습니다. 100만원 빌리면 연간 이자로 66만원을 내야 했던 겁니다.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크다는 비판 속에 최고금리는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져 현재는 24%까지 내려왔습니다. 돈 빌리는 사람 입장에선 반가운 일입니다.

현재 정치권에선 한 번 더 법정 최고금리를 낮추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합니다. 국회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이자제한법 개정안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취약계층의 부채상환 부담을 덜기 위해 임기 내 최고금리를 연 20%로 인하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지난 5일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국회에서 최고금리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최대 10%까지 낮추자는 주장도 있지만 가장 유력한 안은 20%로 4%포인트 낮추자는 겁니다. 업계에서도 법 개정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서민 고통을 덜어주자는 좋은 의도와 달리 업계에선 오히려 저신용자들이 대출받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지금도 카드론에서 24% 금리를 적용받는 대출자는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고 결국 카드사 입장에선 돈 떼일 우려가 큰 고객"이라며 "금리 24%를 적용해도 수익이 크지 않은데 20%로 낮추면 더 꼼꼼히 신용도를 검증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경우 법정 최고이자율 인하에 맞춰 기존 대출 계약도 소급 적용하라는 압박이 있다"며 "앞으로 20%로 금리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 되기 때문에 이자율 20% 이상이 적용되는 대출 신청자들에게는 미리부터 대출을 잘 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리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부업체 대출 승인율은 2017년 16.1%에서 지난해 11.8%로 지속 하락했습니다. 대부업체에서도 거절당한 일부 서민들은 결국 불법 사채 시장의 문을 두드렸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사채의 평균 이자율은 연 145%에 육박 했습니다. 대출유형은 급전 대출이 대부분이었고 평균 대출금액은 3372만원이었습니다.

한 대부업계 관계자는 "당장 500만원이 필요한 저신용자는 연간 120만원, 월 10만원 이자를 내고서라도 제도권 금융업체에서 돈을 빌리는 게 나은데 점점 길이 좁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장을 이기는 정책을 만들기란 쉽지 않습니다. 정책은 정부와 정치권이 만들지만 부작용은 서민들의 몫입니다. 최고금리 인하가 취약계층을 위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취지와 달리 부작용 우려가 크다면 무작정 추진할 게 아니라 다각도로 신중하게 영향을 분석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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