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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트머니] “떼인 돈이 ‘0원’인 기업은 처음입니다” (2020 천보 반기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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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0.10.15 11:53
수정2021.11.22 10:51



■ 카운트머니

카운트머니 돈 세는 남자 정석문입니다. 오늘은 김태흥 회계사와 함께 '천보'라는 회사 분석해보겠습니다.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요.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같은 대기업이 만드는 LCD나 배터리에 들어가는 '재료'를 납품하는 회사입니다. 한 증권사에서 천보가 만드는 2차전지 첨가제를 '마법의 가루'라고 표현했고, 올해 주가도 고공행진을 보여줬는데요. 2020년 상반기 보고서를 바탕으로 분석합니다.

 
 
도대체 뭘 만들길래 '마법의 가루'라는 거야?


미래 성장동력으로 가장 큰 주목을 받는 게 배터리 사업 아니겠습니까?

이 배터리 관련 기업들을 쭉 줄을 세우다 보니 '천보'라는 회사가 툭 튀어나왔습니다. 

천보는 아직 낯설 수밖에 없는 게 2019년 초반에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을 했고요. 설립연도도 14년이 안 된, 아직은 역사가 짧다면 짧은 회사입니다. 

[정석문/아나운서 : 이름은 조금 트렌디한 느낌은 없지만, 투자자 관심이 높아요. 주가를 보니 1년 새 최고가가 21만원을 넘겼고요. 현재 주가는 13일 기준 15만원 후반대(158,100원 ▼6,100 -3.71%) 입니다.]

천보가 예전에 주력으로 미는 사업은 '전자 소재' 부문이었습니다. 

그 중 'LCD 식각액'이라고 해서 LCD 모니터를 만들 때 필요한 패널 식각 첨가제를 만들었는데요. 

[김태흥/회계사 : LCD 모니터를 만들 때 정밀하게 무늬를 내려면 패턴을 만들거든요? 그다음에 이 'LCD 식각액'을 분사하면 패턴이 만들어집니다. 그럼 LCD 패널의 표면이 고르게 만들어져요.]

이렇게 LCD와 반도체에 들어가는 소재를 주로 만드는 회사였으니,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익숙지 않은 회사였습니다.

그러다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가 생긴 겁니다. 


바로 '2차전지' 관련 소재입니다. 

전기 자동차에 2차전지가 들어가잖아요? 

이 2차전지에 들어가는 전액, 전해질 등을 생산하는 회사입니다. 


[정석문/아나운서 : 결국은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같은 회사에 재료를 납품하는 회사네요. 하이투자증권에서 이렇게 표현했더라고요. '마법의 가루'. 이 회사에서 만드는 전액, 전해질을 마법의 가루라고 표현했어요. 성능이 엄청 뛰어난가 봐요.]
 
 
공급과잉 'LCD 전자소재' 제치고
'2차전지 소재'의 매출 역전


천보는 디스플레이 소재, 2차전지 소재, 의약품 중간체, 정밀화학 소재를 주사업분야로 하고 있는데요. 

그 중 관심이 쏠리는 사업부문별로 매출 알아봅니다.


전자소재입니다. LCD 식각액이나 반도체 공정소재 등을 만들어 발생하는 매출이에요. 

올해 상반기 기준 전자소재 부문은 289억 매출이 발생했고요. 


전해질이나 전해액 첨가제를 만드는 2차전지 부문에서는 309억의 매출을 냈습니다. 


[김태흥/회계사 : 비중으로 따지면 2차전지 매출 비중이 조금 더 높아요. 43%. 매출 추이를 보면 18년도를 기점으로 변화가 있었거든요. 상장 직전인 18년도 온기 기준 전자소재 매출이 738억, 같은 해 2차전지는 307억이었어요.]

[정석문/아나운서 : 매출 비율이 전자소재가 7, 2차전지가 3정도 였는데, 1:1로 올라왔네요.]

[김태흥/회계사 : 이번에 미세하지만 역전을 했죠.]

[정석문/아나운서 : 2차전지, 즉 배터리 소재 부문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 LCD 사업 분야가 요즘 워낙 어렵다 보니까 조금 매출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요. 2차전지 부문에서 LCD 매출이 줄어드는 속도보다는 빠르게 올라오고 있는 거네요. 시장에서는 LCD 1천만원치를 파는 것보다 배터리 1천만원치를 파는 회사를 더 높게 평가하잖아요. 앞으로 배터리는 어마어마하게 커질 사업이라고 기대하고 있으니까요.]

▷ 매출구조 훑어보기
전자소재, 18년도 전체 738억 → 20년도 상반기 289억
2차전지, 18년도 전체 307억 → 20년도 상반기 309억

 
 
'아미노테트라졸'로 세계시장 점유율 1위
기술력으로 무장한 소재업계 '신데렐라'로


19년도, 20년도 천보가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독보적인 기술력'입니다.

[김태흥/회계사 : 18년도를 보니까요. 2차전지 소재 관련해서 고품질, 고함량의 물건을 생산하는 방법에 대한 다량의 특허를 취득했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시장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회사가 '신데렐라'처럼 나타난 거에요. 그래서 '마법의 가루' 이런 표현까지 나오는 거죠.]

이 밖에 2차전지용 전해질 생산시설을 증설하는 등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 중인데요.

이러한 기술력은 반기보고서의 사업의 내용에서 발견됩니다.


아미노테트라졸*로 국내 시장 점유율 1위고요.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입니다. 비중은 95%나 돼요. 

※ 아미노테트라졸(ATZ) : 디스플레이 공정 소재 분야에서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 효율을 증대시키고 초고화질을 구현하는 식각액 첨가제의 한 종류.

반도체 공정 소재 부문에선 국내시장 점유율이 90%에 달하기도 하고요. 

[정석문/아나운서 : 기본적으로 소재 산업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기술력이 있는 회사인데요. 지금 LCD 소재와 반도체 소재를 넘어서 2차전지 소재까지 사업 확장을 한 거네요. 그리고 여기서 만든 2차 전지 소재가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요.]

[김태흥/회계사 : 사업보고서를 통해서는 그렇게 보이네요.]

천보는 13년도에 2차전지 소재 연구개발을 시작했는데요. 

16년도에는 방전 억제에 효과가 있는 'F 전해질'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기도 했습니다. 

[김태흥/회계사 : '강소' 기업이라고 표현하기에도 그렇고. 강중소기업이 아닌가. 천보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 중에서 파도에 흔들리지 않을 만한 요소가 바로 이런 확고한 기술력이겠죠.]
 
 
현금장사에서도 높은 점수
수년간 대손상각비 '없음'
매출채권 연령 대부분 '3년 이하'


천보의 놀라운 점은 매출채권과 관련해서 대손상각비*가 없다는 점입니다. 쉽게 말해 '떼인 돈'이 없다는 건데요.


[김태흥/회계사 : 처음 봤어요. 제가 회계사를 하면서 수년간 대손상각비가 '0'인 회사는요.]

[정석문/아나운서 : 그런가요? 다들 떼이고서 장사하는군요?]

[김태흥/회계사 : 본의 아니게 떼일 수도 있거든요. 원래 받기로 한 기간보다 뒤늦게 받을 수도 있고요.]

※ 대손상각비 : 기업 회계에서 지난 1년간 영업활동과 관련해 상품의 분실, 판매대금의 결손, 도산 따위 등으로 회수할 수 없게 된 채권을 비용으로 처리한 것.

실제로 매출채권의 연령을 보면, 대부분 3개월 이내에 들어오는 모습입니다.

[정석문/아나운서 :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돈을 빨리 지급하겠죠.]


[김태흥/회계사 : 작은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대금 회수가 잘 된다는 건요. 중요한 회사로 인식되기 때문이라고 유추 가능하죠. 이익률이 좋고, 매출이 좋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돈을 회수하지 못하면 말짱 황이잖아요. 마진율이 비록 적어도요. 일단 대금 회수만 잘 된다는 게 무시 못 할 요소긴 해요.]

[정석문/아나운서 : 그래서 현금 장사가 좋다고 하는 거군요.]

[김태흥/회계사 : 대우조선해양의 경우를 생각해보세요. 결국은 매출은 이뤘지만 '떼였기' 때문에 문제가 된 거 니까요.]


19년도부터 영업이익 정체기
시장 흐름 따라 주력사업 '새판짜기'
대규모 증설 따른 생산성 향상 주목


천보의 영업이익 알아봅니다.

16년도부터 상장 직전인 18년도에 영업이익이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16년도 기준 영업이익이 149억, 17년도에 180억, 18년도에 270억, 19년도에 272억, 20년도 반기 기준으로 135억입니다. 

18년도까지는 영업이익이 늘어나다가 19년도, 20년도에는 정체했습니다. 

[김태흥/회계사 : 설비 확충에 신사업이 돌아가다 보니 당장은 이익으로 나타나기엔 원가율이 올라가는 것도 있고요. 2차전지에 들어가는 고정비도 있으니까요.] 

[정석문/아나운서 : 천보의 2차전지 부문이 본격적으로 이익 국면에 들어간 건 아니다.]

천보가 의외인 건 연구개발비의 집행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점입니다. 


19년도에 매출 대비 4%, 43억원 썼고요. 18년도에 매출 대비 4%인 41억을 썼습니다.

[정석문/아나운서 : 마법의 가루를 만드는데 이것밖에 돈이 안 들어요?]


[김태흥/회계사 : 여기서 연구개발은 새로운 물질을 창조한다기 보다는요. 필요한 물질을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거든요.]

[정석문/아나운서 : 물질을 만든다는 건 논문 등에서 이미 나와 있는데, 이 물질을 어떻게 상업적으로 대량생산하느냐, 고품질로 생산하느냐, 이런 문제네요.]

[김태흥/회계사 : 결국 제조 공정에서 중요한 건요. 품질이 좋은 제품을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만드느냐의 문제잖아요. 앞서 18년도 특허 내용을 보면 '제조공정'과 관련된 특허였어요. 즉, 천보에서 미는 물질을 고성능인 상태로, 불량 없이 '효율적 생산'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을 연구한 거죠. 이건 새로운 창조가 아니라 기존에 있던 비즈니스에서 '파생'되어 나오는 개념입니다.]

순이익이도 영업이익과 추이가 비슷합니다.

18년도까지는 순이익이 계속해서 성장 했어요. 


16년도 기준 순이익이 126억, 17년도 148억, 18년도 226억입니다. 

[정석문/아나운서 : 지금까지 매출과 영업이익을 종합해보면요. 현재 이익도 늘지 않고, 매출도 늘지 않는 회사. 재무 탑 라인만 봤을 때는요. 또 재무 흐름이 기존 매출 주 분야였던 '전자소재'는 내려오고, 이로 인해 매출 믹스가 변하고 있고. 2차전지, 배터리 부문에서 뜨고 있는 회사다.]

[김태흥/회계사 : 아무래도 오래된 회사는 아니지 않습니까. 지금은 정체기로 보여요. 하지만 이 정체가 단순히 정체가 아니라, 기사나 보고서의 낙관적인 데이터를 넘어서 공장을 다 짓고 생산을 시작하면 제품 물량을 많이 뽑아낼 수 있지 않을까.]

▷ 손익계산서 훑어보기
영업이익, 149억(16년도) → 180억(17년도) → 270억(18년도) → 272억(19년도) → 135억(20년도 반기)
순이익, 126억(16년도) → 148억(17년도) 226억(18년도)
연구개발비, 매출대비 4%인 41억(18년도) → 매출대비 4%인 43억(19년도)



[김태흥/회계사 : 천보의 사업보고서를 보고 이런 느낌을 받았어요. 제가 다른 데로 이직한다고 하면 이직할 회사에 이력서, 경력서를 내잖아요? 그런 경력직의 이력서 같은 느낌이다.]

[정석문/회계사 : 그러니까 괜찮은 이력서고, 이 인재가 우리 회사에 들어오면 좋은 역할을 하겠다는 느낌을 받은 거네요?]

[김태흥/회계사 : 뽑는다고 다 훌륭한 인재가 되는 건 아니지만, 이력서상으로는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는 표현이었습니다.]

# 카운트머니가 뽑은 천보 키포인트

☞ 천보, 'LCD 전자소재'→'2차전지 소재' 매출로 중심 이동하는 중!
☞ 아미노테트라졸 개발, F전해질 세계 최초 상용화 등 독보적 기술력 보유!
☞ 수년간 대손상각비 제로에 매출채권 흐름도 양호!
☞ 19년도부터 영업이익 정체! 순이익도 비슷하게 가는 추세!
☞ 대규모 공장증설을 통한 물질 생산 '원활화'가 앞으로 주목할 부분!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총괄: 최서우 디지털콘텐츠 팀장
진행: 정석문 아나운서
구성: 강혜라 편집자
제작: SBSCN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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