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과일 너무 비싸요”…추석 대목에도 전통시장 ‘한숨’
SBS Biz
입력2020.09.27 19:11
수정2020.09.27 19:11
"어허, (사과 빛깔이 안 좋으니) 그건 넣지 마!", "아유, 명절이라 좋은 물건만 들어왔어. 먹어보면 알아요. 한 개 더 넣어줄게."
27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시장은 추석을 앞두고 제수용품을 사러 나온 시민들로 모처럼 북적였다.
골목을 채운 손수레·가방 행렬로 지나가기 어려운 곳도 여럿 있었다.
남편과 배낭을 하나씩 메고 포도를 고르던 이모(63)씨는 "차례상에 올리는 물건은 보통 시장에서 산다"며 "오늘은 근처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 날이라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생선·동태포나 나물류를 늘어놓은 매대들에서도 물건을 고르는 손길이 바쁘게 오갔다.
청과물시장 상인 김영구(60)씨는 "예년보다 손님이 적은 편이지만 대목은 대목"이라며 "오후가 되면 사람이 더 늘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엿새 전 불이 난 건너편 상가는 비교적 한산했다.
군데군데 문을 연 상점도 있었지만, 행인은 드물었다.
한 점주는 북적이는 다른 상가를 보며 "아무래도 화재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문을 아예 닫은 한 가게 너머로는 화재 피해를 본 점포와 창고가 눈에 들어왔다.
상인 몇 사람은 화재 잔해들을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명절 대목을 앞뒀지만 '특수'가 사라진 곳도 적지 않았다.
이날 오전 찾은 서울 마포구 공덕시장은 장 보러 나온 시민보다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이 더 많은 모습이었다.
평소라면 손님들이 명절 때마다 줄을 서서 사 가곤 했다는 한 전 가게는 손님이 없어 직원들이 부치는 전이 계속 쌓이고 있었다.
공덕시장에서 전 가게를 22년째 운영하고 있다는 진모(62)씨는 "손님이 평소에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며 "음식 특성상 명절 당일에 많이 사 간다고는 하지만 올해는 어떨지 가늠조차 되지 않아 준비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 시장에서 두부와 식혜 등을 파는 가게를 운영하는 고모(60)씨도 "오늘은 마침 주변 대형마트도 쉬는 날이라 손님이 좀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파리만 날린다"며 "올해는 추석에도 손님들이 시장을 찾지 않을까 봐 작년 추석 때 50판을 주문했던 두부를 올해는 30판으로 줄이고 식혜도 주문량을 줄였다"고 말했다.
고씨는 "원래 명절이 대목이라 일당을 주고 명절 때만 직원을 고용하기도 했는데 올해는 인건비라도 줄여야겠다 싶어 사위와 딸을 불러서 장사하려고 한다"고 했다.
올해 유독 매서웠던 태풍과 장마로 인해 급등한 물가에 시민들의 장바구니는 평소보다 가벼웠다.
한 중년 여성은 채소 가게에서 얼갈이무 한 단의 가격을 물었다가 "너무 비싸다"며 손사래 치고 걸음을 옮겼다.
매년 명절이면 상차림을 위해 시장을 찾는다는 박모(67)씨는 올해 물가를 묻자 "엄청 비싸다.
뭐든 다 비싼 것 같다"며 "평소보다 조금밖에 못 샀다"고 했다.
이어 "배추는 말할 것도 없고 무 가격도 2배가 됐다.
세상에 밤이 한 봉지에 만원씩 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치솟은 도매가에 상인들의 한숨도 깊어졌다.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박모(51)씨는 "평소에는 8만원 정도면 사던 제수용 사과 한 상자를 오늘은 28만원에 사 왔다"며 "손님들이 너무 비싸면 사지 않기 때문에 이익을 많이 남길 수도 없고 만원어치 팔아서 천원이나 남기면 다행"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서울=연합뉴스)
27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시장은 추석을 앞두고 제수용품을 사러 나온 시민들로 모처럼 북적였다.
골목을 채운 손수레·가방 행렬로 지나가기 어려운 곳도 여럿 있었다.
남편과 배낭을 하나씩 메고 포도를 고르던 이모(63)씨는 "차례상에 올리는 물건은 보통 시장에서 산다"며 "오늘은 근처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 날이라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생선·동태포나 나물류를 늘어놓은 매대들에서도 물건을 고르는 손길이 바쁘게 오갔다.
청과물시장 상인 김영구(60)씨는 "예년보다 손님이 적은 편이지만 대목은 대목"이라며 "오후가 되면 사람이 더 늘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엿새 전 불이 난 건너편 상가는 비교적 한산했다.
군데군데 문을 연 상점도 있었지만, 행인은 드물었다.
한 점주는 북적이는 다른 상가를 보며 "아무래도 화재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문을 아예 닫은 한 가게 너머로는 화재 피해를 본 점포와 창고가 눈에 들어왔다.
상인 몇 사람은 화재 잔해들을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명절 대목을 앞뒀지만 '특수'가 사라진 곳도 적지 않았다.
이날 오전 찾은 서울 마포구 공덕시장은 장 보러 나온 시민보다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이 더 많은 모습이었다.
평소라면 손님들이 명절 때마다 줄을 서서 사 가곤 했다는 한 전 가게는 손님이 없어 직원들이 부치는 전이 계속 쌓이고 있었다.
공덕시장에서 전 가게를 22년째 운영하고 있다는 진모(62)씨는 "손님이 평소에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며 "음식 특성상 명절 당일에 많이 사 간다고는 하지만 올해는 어떨지 가늠조차 되지 않아 준비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 시장에서 두부와 식혜 등을 파는 가게를 운영하는 고모(60)씨도 "오늘은 마침 주변 대형마트도 쉬는 날이라 손님이 좀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파리만 날린다"며 "올해는 추석에도 손님들이 시장을 찾지 않을까 봐 작년 추석 때 50판을 주문했던 두부를 올해는 30판으로 줄이고 식혜도 주문량을 줄였다"고 말했다.
고씨는 "원래 명절이 대목이라 일당을 주고 명절 때만 직원을 고용하기도 했는데 올해는 인건비라도 줄여야겠다 싶어 사위와 딸을 불러서 장사하려고 한다"고 했다.
올해 유독 매서웠던 태풍과 장마로 인해 급등한 물가에 시민들의 장바구니는 평소보다 가벼웠다.
한 중년 여성은 채소 가게에서 얼갈이무 한 단의 가격을 물었다가 "너무 비싸다"며 손사래 치고 걸음을 옮겼다.
매년 명절이면 상차림을 위해 시장을 찾는다는 박모(67)씨는 올해 물가를 묻자 "엄청 비싸다.
뭐든 다 비싼 것 같다"며 "평소보다 조금밖에 못 샀다"고 했다.
이어 "배추는 말할 것도 없고 무 가격도 2배가 됐다.
세상에 밤이 한 봉지에 만원씩 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치솟은 도매가에 상인들의 한숨도 깊어졌다.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박모(51)씨는 "평소에는 8만원 정도면 사던 제수용 사과 한 상자를 오늘은 28만원에 사 왔다"며 "손님들이 너무 비싸면 사지 않기 때문에 이익을 많이 남길 수도 없고 만원어치 팔아서 천원이나 남기면 다행"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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