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백신 1900만명 기다리는데…이미 맞은 우리 아이는?
SBS Biz 강산
입력2020.09.23 07:00
수정2020.09.23 09:36
냉장 보관돼야 하는 독감 예방 백신이 옮겨지는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돼 무료 접종이 중단됐습니다. 일부 백신은 택배 상자와 같은 종이상자에 유통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보건당국이 백신 안전성 검증에 나선 가운데, 시장 구조상 예고된 사고였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강산 기자, 먼저 어떤 백신에서 문제가 발생한 건가요?
당초 어제(22일)부터 무료접종 지원 예정이었던 만 13세~18세 대상 물량 500만 명분 중 일부에서 문제가 확인됐습니다.
질병관리청은 "백신 조달 업체인 신성약품이 냉장차로 백신을 이동해 지역별로 다시 배분하는 과정에서 상온에 일부 제품이 노출된 사례가 있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백신의 보관 적정 온도는 2~8℃인데, 이보다 높은 온도에 노출되면 안전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식약처가 문제 백신에 대한 품질 검사를 시작했고, 결과가 나오기까진 약 2주가 걸릴 예정입니다.
아이스박스가 아닌 종이박스를 통해 백신이 운반됐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일부 의사들은 냉동보관이 가능한 아이스박스가 아닌 일반 종이박스에 백신을 넣어 운반했다는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일부 사람은 종이박스로 받은 데다가, 수령인이나 수령일시를 사인해야 하는 절차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의료계에서는 당장 원칙에 어긋나게 보관, 배송됐다면 효능을 담보할 수 없어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는데요.
업체 측은 백신 품질이 변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정부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미 독감 백신을 맞은 사람은 안전한 건가요?
질병관리청은 "이미 접종한 백신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당장 생애 첫 접종으로 2회 접종 대상인 생후 6개월~만 9세 미만 어린이 11만 8천 명이 지난 8일부터 예방 접종을 받았는데요.
질병관리청은 아직 이상 반응 신고 사례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국가 예방 접종 대상이 아닌 일반인 유료 접종 백신은 별도의 조달 경로와 업체를 통해 배송된 물량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는 10월부터 시작하는 62세 이상 접종 일정도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올해 승인된 독감 백신 물량은 무료 독감 백신 1,900만 명분을 포함해 2,964만 명분인데요.
백신 공급이 중단되면서 2차 접종이 늦춰지더라도 역시 별문제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백신 접종 중단 사태가 예고된 사고라는 시각도 있던데요?
백신을 조달한 업체는 의약품 도매 중소기업 신성약품으로, 올해 이 사업에 처음 뛰어든 곳입니다.
최종 공급까지 여러 단계와 업체를 거치는 복잡한 유통 구조 등이 이번 사태의 한 원인으로 보입니다.
유료 백신의 병원 납품가가 14,000원 정도인데, 질병관리청이 무료 백신 단가를 8,620원으로 지나치게 낮게 책정해 검증된 업체들이 입찰에 적극 참여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기존에 백신 유통을 하던 여러 회사가 담합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었던 영향도 컸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코로나19와 독감 동시 유행 차단에 주력해오던 정부의 방역 대응에도 일부 영향을 받게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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