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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까’페] "기껏 아모레퍼시픽 가맹점 냈더니 코앞에서 더 싸게 파네요"

SBS Biz 엄하은
입력2020.07.06 15:47
수정2020.07.06 16:07


"기껏 돈 드려 가맹점 냈더니, 우리 제품을 코앞에서 파네요."
6년 전 부푼 꿈을 안고 화장품 가게를 낸 박선영(가명) 씨.

아모레퍼시픽 '아리따움' 매장을 내면서 같은 상권 내 동일 매장은 들어올 수 없다는 조건으로 계약했지만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최근 도보 3분 거리 '올리브영' 매장에서 같은 제품이 팔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훨씬 저렴하게 말이죠.


실제로 아리따움 매장에서 '한율 빨간쌀 진액에멀젼 125ml'은 4만 원에 팔리는 동안 올리브영에선 3만 2천 원에 팔렸습니다.

박 씨는 "손님이 우리 매장에서 샀다가 앞 가게가 더 저렴하면 환불하고 간다"며 "(매장) 문밖에 나가면 (올리브영이) 바로 보일 정도고, 고객이 왔다갔다 하기에는 너무 쉬운 거리"라고 토로했습니다. 

올리브영에 동일 제품이 들어서면서 박 씨 매장 매출은 지난해와 비교해 3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박 씨는 "잘 팔리다가 갑자기 안 팔리는 제품을 살펴보니 올리브영에서 더 싸게 팔고 있다"며 "저 같아도 저희 매장에서 사진 않을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3년 전 '에뛰드하우스' 가맹점을 연 김수지(가명) 씨도 사정은 마찬가집니다.

김 씨는 "내 매장과 올리브영이 걸어서 5분도 안 걸린다"면서 "할인 행사를 하고 싶어도 본사에서 정해준 기간, 정해준 세일 폭으로만 가능하다. 같은 제품을 더 싸게 파는데 장사가 되겠냐?"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아모레 "판매 채널 확보"…가맹점만 죽어나가네


아모레퍼시픽은 가맹과 직영으로 운영되는 로드숍 수를 줄이고 있습니다. 올해 4월 기준 전국 아리따움 매장 수는 960여 개로 지난 2018년 말(1,250개)과 비교해 뚝 떨어진 수준이죠.

대신 본사는 올리브영 등 'H&B 스토어'에 화장품 공급을 늘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율 등 주요 브랜드가 올리브영에서 팔리더니 올해 들어선 라네즈(1월), 에뛰드하우스(2월) 마저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

"가맹점 죽이기' 아니냐?"는 목소리에 아모레퍼시픽은 "아니다"라는 입장인데요.

본사 측은 "지속적으로 간담회 등을 진행해 동반 성장의 방안을 모색하고 가맹점주와의 상생·혁신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자 노력할 계획"이라면서도 "다양한 판매 채널을 통해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가맹점이 반대하는 "판매 채널을 늘리겠다"면서도 "상생 방안을 찾겠다"는 모순된 대답을 내놓은 겁니다.

법적 문제없다지만…"가맹점 생계권 보장 차원의 혜택 필요해"
사실 아모레퍼시픽 본사의 법적인 문제는 없습니다.

법에 따라 가맹점 영업지역 내에 '동일한 업종의 가맹점'을 안 내주기만 하면 됩니다. 실제로 올리브영은 아모레퍼시픽 가맹점이 아닌 도소매 업종이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없는 상황이죠.

하지만 가맹점 입장에선 가맹 비용을 내고 가맹점을 운영하는 만큼  혜택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는데요.

서용구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화장품 소매 유통 생태계가 최근 급격히 달라져 새로운 대책이 필요한 때"라며 "기존 가맹 점포의 생계권을 보장하는 차원의 혜택과 서비스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서 교수는 다만 "화장품도 온라인으로 사는 등 유통 구조가 재편성되고 있는 만큼 로드숍 축소는 피할 수 없는 변화"라며 "가맹본부와 점주들 간의 적극적인 토론과 협의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올해 안에 "아리따움 직영점을 10개만 남길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는데요. 올리브영과 온라인 등 새로운 판매 채널을 향한 아모레퍼시픽의 '노젓기'가 계속될 수록 가맹점주의 한숨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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