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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까’페] 부동산 대출규제에 이달 신용대출 2兆 급증

SBS Biz 오정인
입력2020.06.22 20:18
수정2020.06.22 20:32



이번달 주요 5대 시중은행 개인 신용대출 잔액이 지난달 보다 2조 원 넘게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생계비 마련이 필요한 데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 규제 대책에 따른 영향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흐름이 이상 현상은 아니지만, 부동산 발(發) 신용대출 수요는 당분간 더 늘어날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5월 114兆인데 19일만에 116兆


올 들어 주요 5대 시중은행들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꾸준히 증가해왔습니다.

지난 1월 109조 원으로 이미 100조 원을 넘었는데, 그 이후로도 매달 1조~2조 원가량 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6월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이미 지난달 신용대출 잔액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지난 19일 기준 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은행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모두 116조 원입니다.

말일까지 열흘이 남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 들어 최대 증가폭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신용대출 급증 원인은?


신용대출은 매달 꾸준히 늘었지만, 왜 이달들어 큰 폭으로 증가한 걸까요.

우선 코로나19가 가장 큰 요인이라는 분석입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가계와 자영업자들이 생계비 부담이 늘자 결국 신용대출로 몰렸다는 겁니다.

여기에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 영향도 없지 않습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이 막히면서 기존에 '아파트 담보로 대출 받자'던 게 더 이상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 의견도 마찬가집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생계비나 사업자금 조달을 위한 개인 신용대출이 늘고 있다"면서 "비교적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던 부동산 대출이 막힌 것도 신용대출 증가세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대출 받아 또 부동산으로?

부동산 대출 규제에 신용 대출이 늘어났다면, 과연 이 돈은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갔을까요?

업계에선 "불가능"이라지만 전문가들은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개인이 신용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대출을 받아 주택구입 용도로 쓰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겁니다.

은행이 사후 확인을 통해 주택자금으로 사용한 게 드러난다면 회수할 수 있어섭니다.

하지만 전문가들 생각은 다릅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개인이 각서를 쓰고 서약하더라도 돈에 '꼬리표'가 붙어있진 않다"며 "다른 자금을 부동산에 넣고 신용대출을 받아 소비자금으로 쓸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 교수는 "유동성이 넘치면 부동산 쪽으로 자금이 흘러갈 개연성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꽁꽁' 규제해도 문의 빗발

<사진출처 : 네이버 검색화면 캡쳐>

<사진출처 : 네이버 카페 검색화면 캡쳐>


지난 17일 정부는 부동산 추가 대책을 내놨습니다.

앞선 대책들의 부작용으로 풍선효과가 이어지자 규제지역을 대폭 확대한 겁니다.

하지만 정부가 규제로 '꽁꽁' 묶어도 소비자들의 문의는 빗발칩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신용대출 주택구입'을 검색하면 여러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을 볼 수 있습니다.

"신용대출로 주택구입이 아예 안 되는 건가요?", "9억 원 이하 투기지역 주택 구입 시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모두 받을 순 없나요?" 등 다양합니다.

게다가 자금조달계획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주택 구입 금지 각서를 쓰면 안되는 건지 등에 대한 문의도 있습니다.

대출 증가…가계도 은행도 '위험'

상황이 이렇자 신용대출 잔액이 '거침없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신용대출의 '급증'이나 '폭증'은 장기적으로 개인과 은행 모두에게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3월부터 한시적으로 적용된 대출 상환 유예조치가 끝나면 결국 부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하 교수는 "가계 대출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부동산으로 자금이 흘러가면 나중에 원리금 부담 등으로 소비가 제약될 수 있어 위험이 높아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은행도 안전할 수 없습니다.

성 교수는 "신용대출 확대는 대상자 대부분 고위험에 노출된 경우가 많은 만큼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에도 도전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집값 잡으려다 '다른 것' 놓칠라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나서자 소비자들은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은행으로 몰렸습니다.

이달 들어서만 116조 원에 달하는 돈을 빌렸습니다. 이조차 받지 못한채 걸음을 돌린 소비자들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빈번해진다면 가계와 금융권 리스크 우려는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우리나라 대부분 정책은 문제가 생기면 새로 생기거나 추가되는 식"이라며 "DSR, LTV 등을 정해놓고 경기가 좋든 안 좋든 일관되게 가야 하는데 매번 바뀌는 게 한계"라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만약 신용대출의 급격한 증가로 시중은행들이 리스크를 안게 된다면 한국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자꾸만 오르는 집값을 잡으려다 다른 무언가를 놓치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운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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