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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까’페] 투자라고 하더니 도박?…수상한 옵션거래 ‘사기 주의보’

SBS Biz 류정훈
입력2020.06.17 18:37
수정2020.07.07 15:10

"금융투자 상품입니다. 믿고 따라 하세요"…믿었다가 낭패 본 김 모 씨

김 모 씨는 최근 한 업체로부터 투자권유 문자를 받았습니다.


솔깃한 마음에 연락하니 박 대표라는 사람으로부터 메시지가 왔습니다. 박 대표는 어떤 업체인지, 어떤 투자를 하는지 친절히 설명해 줍니다.
박 대표는 해당 업체가 '옵션 거래'를 한다고 말합니다.


금 시세를 두고 올라갈지 내려갈지에 투자를 하는데, 박 대표 본인이 하라는 대로 하면 김 씨는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금 시세에 대한 매수(콜·Call)와 매도(풋·Put)는 2분 간격으로 이뤄졌습니다. 박 대표가 지시한 대로 모의투자를 진행했던 김 씨는 예상치 못한 수익을 얻게 됐습니다. 기대감에 부푼 김씨는 감언이설에 넘어가 결국 박 대표가 말한 홈페이지에 계좌를 개설했고, 예치금 3000만 원을 입금했습니다.


그러다 수상한 낌새를 알아챈 김 씨는 박 대표에게 예치금 일부를 환급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루가 지나도 환급이 진행되지 않자 김 씨는 항의를 했지만, 박 대표는 자신이 해당 홈페이지 관리자가 아니라며 '모르쇠'로 일관하더니 그대로 돈과 함께 사라졌습니다. 

투자 대상은 다양했지만 수법은 똑같았다

이후 취재를 진행하던 기자는 김 씨와 비슷한 수법으로 당했다는 다른 이들의 제보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제보해준 업체의 사명, 투자 종목은 다 달랐지만 가격 변동에 매수·매도하고, 1 대 1 리딩을 받는 '수법'은 동일했습니다.

초 단위로 매우 빠르게 진행됐다는 점도 같았습니다.

업체들은 피해자들이 돈을 벌면 이를 출금하기 위해선 '양도소득세 명목으로 추가 입금해야 한다' 혹은 '가짜계좌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돈을 입금해야 한다' 등 다양한 이유를 대며 계좌에 돈을 더 넣을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기인 것을 알아채고 돈 찾기를 포기하거나 대출을 받아서 추가 입금을 한 피해자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코로나19로 사업이 어려워졌거나 생활고로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불법 금융 아니에요" 금감원도 피해자 구제 어려워

금융사기나 불법 유사투자자문업체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면 금융감독원에 신고하면 됩니다.

그러나 이 경우는 금감원의 구제를 받을 수 없습니다. 금감원 소관의 사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먼저 이 사건은 보이스피싱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보이스피싱은 '재테크'나 '투자' 등의 단어가 상호나 광고 등에 포함되면 해당하지 않는다고 법에 명시돼 있습니다.

이들 업체는 이를 교묘하게 이용해 상호에 '인베스트' 혹은 '투자자문' 등을 사용해 보이스피싱 그물망을 벗어났습니다.

더욱이 이 사안은 불법 유사투자자문업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김 씨를 비롯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당한 수법은 '일 대 일 리딩'입니다.

유사투자자문업은 불특정 다수에게 투자자문을 해주는 사업인데요. 불특정 다수가 아닌 일 대 일로 투자자문이 이뤄지면 불법에 해당합니다.

대법원 "일종의 도박"…피해자도 도박꾼? "사기혐의 본인이 입증하래요"

앞에 사례들은 불법 유사투자자문업처럼 보이는데 왜 금감원의 소관업무가 아닐까요?

대법원은 과거 이와 비슷한 과거 사례를 판결하면서 이들을 '도박'으로 규정했기 때문입니다. 

2015년 대법원은 당시 사설 FX마진거래 업체인 FX렌트에 대해 판결한 적이 있습니다. FX렌트는 환율 시세 변동에 베팅하는 업체로, 앞서 소개된 업체와 유사한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유인한 후 수익을 올렸는데요.


대법원은 2015년 사설 FX마진거래 업체 관련 판결문에서 "단시간 내에 환율이 오를 것인지 아니면 내릴 것인지를 맞추는 일종의 게임 내지 도박에 불과할 뿐"이라며 이들 업체를 도박으로 봤습니다.

최근 인천지법 부천지원에서도 지난 4월 FX렌트 조 모 회장에 대해 도박공간을 개설하고 운용한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했고, FX렌트는 문을 닫았습니다.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은행이나 증권금융사 등의 상품 및 거래만 감독할 수 있는 기관입니다. 금감원은 "이들은 금융상품이 아니라 도박이기 때문에 사기혐의로 처벌해야 된다"며 금감원의 소관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하는데, 피해자들은 경찰서를 방문하길 주저했습니다.

바로 자신도 '도박'에 가담한 것이 돼 구제받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해당 건이 사기라는 게 입증되면 전혀 문제 될 게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 몇몇 피해자들의 제보에 따르면 경찰로부터 "피해자가 직접 사기임을 입증하라"는 요구를 들었다거나 "본인도 도박을 했기 때문에 본인한테도 잘못이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합니다.

도박 감시하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그러나 역할은 제한적
아예 이들이 찾아갈 곳이 없는 건 아닙니다.


국무총리실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불법사행산업을 감시하고 신고접수를 처리하는 기관입니다.

사감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비슷한 업체들에 대한 신고가 늘었습니다. 코로나19로 형편이 어려워진 이들의 마음에 파고들어 사기를 치는 업체도 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감위도 피해자들이 구제하고 피해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사감위는 불법 업체들을 발견하더라도 직접 업체를 차단하거나 수사할 권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들 업체가 온라인 상에 올린 광고를 내리게 하거나 사이트를 폐쇄할 때에도 사감위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의뢰를 보내야 합니다.

또 위원회는 수사권도 없다 보니 피해 사례가 접수되더라도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는 수밖에 없어 실질적인 피해자 구제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코로나19로 경제 활동이 중단되고,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소위 '급전'이 필요해진 사람들을 노리는 업체들이 활개치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투자자 스스로가 조심하는 게 최선의 방법인 난감한 상황이다보니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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