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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업계 난기류] 1. 대한항공, 경영난에도 남매 대결

SBS Biz 류정훈
입력2020.06.06 08:59
수정2020.06.09 15:51

■ 취재파일

▶[송태희 / 앵커] 
요즘 대한항공 소식을 듣자면 답답합니다.

코로나19로 최악의 경영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남매간 경영권 다툼에 다시 불이 붙고 있습니다.

정부로부터 긴급 자금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집안싸움에 정신이 없습니다.

대한항공의 안팎 위기 하나하나 분석합니다.
  
장가희 기자, 항공업계 상황부터 짚어 볼까요?

코로나19로 끊겼던 국제선 운항이 다시 시작됐다고요?

▷[장가희 / 기자]
대한항공은 이번 달부터 싱가포르, 자카르타, 밴쿠버 등 12개 노선 운항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이로써 국제선 25개 노선이 운항에 들어갔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달 시애틀, 싱가포르, 시드니 노선 운항을 다시 시작했고, 마닐라, 프랑크푸르트 노선은 운항 횟수를 늘려 모두 17개 노선을 운항할 예정입니다.

▶[송태희 / 앵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전체 운항률은 어느 정도인가요?

▷[장가희 / 기자]
지난달 대한항공 국제선 운항률은 6%로 추락했고, 아시아나도 10%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대한항공은 이번 달 운항 재개로 운항률을 11%까지, 아시아나는 17%까지 끌어 올릴 예정입니다.
                                    
▶[송태희 / 앵커]
일부 국제선 운항을 재개했지만, 아직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군요.

류정훈 기자, 대표항공사 대한항공의 자금난은 어느 정도인가요?

▷[류정훈 / 기자]
한마디로 심각합니다.

코로나 전후 경영 성과가 극명하게 대비되는데요.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은 2384억 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영향을 받기 시작한 올해 1분기에는 566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습니다.

2분기에는 적자 폭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송태희 / 앵커]
문제는 대한항공이 올해 갚아야 돈이라고요?

▷[류정훈 / 기자]
그렇습니다.

적자 행진 속에 1년 동안 갚아야 할 돈만 4조 원가량 됩니다.

이 가운데,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것만 1조 2000억 원입니다.
                        
▶[송태희 / 앵커]
그래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긴급 지원에 나선 것이군요?

▷[류정훈 / 기자]
네, 대한항공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지난달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 규모의 유동 자금 지원안을 최종 승인했는데요.

여기에는 발행 1년 후 주식 전환권이 부여된 영구채 인수 등의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송태희 / 앵커]
지원에는 대가가 있을 텐데요.

채권단이 대한항공에 자금 지원을 하면서 요구한 내용은 뭔가요?

▷[장가희 / 기자]
채권단은 대한항공에 내년 말까지 2조 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요구했습니다.

대한항공은 1조 원의 유상증자와 자산 매각 등을 통해 1조 원을 마련할 방침인데요.

기내식과 항공기 정비(MRO)사업 부문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윌셔그랜드센터와 인천, 제주 호텔 등을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송태희 / 앵커]
채권단이 지원하는 1조 2천억 원 중 영구채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내용이 주목되는데요.

어떤 의미인가요? 

▷[류정훈 / 기자]
영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대한항공 지분구조에 지각변동이 생깁니다.

지난 2일 기준으로 대한항공의 최대 주주는 지주사 한진칼이고 2대 주주 국민연금인데요. 

채권단이 대한항공이 발행한 영구채 3000억 원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대한항공 지분 8.27%를 확보하면서 2대 주주가 됩니다.

▶[송태희 / 앵커]
만약 지원을 받은 대한항공이 자구안을 지키지 못 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러니까 돈만 받고 약속을 지키지 못 하면 어떻게 되나요?

▷[류정훈 / 기자]
채권단에게 주식을 내놓아야 합니다.

채권단은 한진칼이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해 취득할 예정인 3000억 원 규모의 신주를 담보로 받기로 했습니다.

2022년 1월, 채권단은 한진칼이 보유할 대한항공 주식 12.52%에 대해 담보권을 행사할 수 있어 대한항공 지분율이 20.79%로 높아집니다.

반면 한진칼 지분은 14.96%로 낮아지면서 대한항공의 최대주주가 채권단으로 바뀌게 됩니다.

[허희영 /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 양면이 있어요. (3자 연합으로부터) 대한항공을 지키는 데는 (유리하고…) 이해관계자 권익이 크게 훼손될 경우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단서가 다 들어가 있어요. 그 자체만으로도 경영진에서는 상당히 좀 부담스러운 부분(이긴 하지만) (경영권 분쟁은) 대한항공을 빼놓고 이뤄지게 되는 거니까. 그런 경우에는 좀 매력이 적겠죠.]

▶[송태희 / 앵커]
이런 경영 위기 상황에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속한 3자 연합이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매입했죠?

▷[장가희 /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일, 조현아, KCGI, 반도건설이 손을 잡은 3자 연합은 한진칼 주식 2.49%를 매입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반도건설은 지난달 26일과 지난 1일에만 136만 주를 사들였습니다.

약 1천230억 원에 달합니다.
                                  
이로써 3자 연합의 한진칼 지분은 45.23%,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은 41.3%로 격차가 크게 벌어졌습니다. 

▶[송태희 / 앵커]
3자 연합 중에서도 반도건설이 최근 지분 매입을 주도하고 있는데, 속내는 뭡니까?

▷[장가희 / 기자]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참패했기 때문에 주식을 추가 매입해 한진칼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겁니다.

반도건설은 주주총회 당시 의결권이 5%로 제한됐습니다.

당시 의결권 기준으로 실제 지분은 8.2%가량이지만, 위법성 논란이 있었습니다.
                             
▶[송태희 / 앵커]
어떤 건가요?

▷[장가희 / 기자]
당초 '단순투자' 목적으로 주식을 매입했다고 공시했다가 '경영 참여'로 변경했기 때문인데요.

결국 법원이 반도건설 지분 3.2%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면서 3자 연합이 주총에서 패배하는 결정타가 됐습니다.
                                  
▶[송태희 / 앵커]
그럼 반도건설의 지분 3.2%는 언제 의결권이 인정되나요?

▷[장가희 / 기자]
의결권 제한 효력은 7월 10일 이후에 풀릴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한진칼 경영권 분쟁 2라운드가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황용식 /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 주총 전까지는 지분율을 계속 높이고, 임시 이사회를 통한 새로운 안건을 제시해서 세 과시를 하고, 경영권 확보를 위한 포석전을 계속하고 있어요. (조원태 회장 측이) 국민연금이라든지 의결권 가진 여러 이해 당사자들한테 안정적인 경영 능력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싶습니다.)]

여기에 지난 주총 당시 제한이 걸렸던 반도건설 의결권에 대한 소송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송태희 / 앵커]
최근 3자 연합은 대한항공의 유상증자를 위한 한진칼 자금 마련 방안을 놓고도 날을 세웠죠?

▷[장가희 / 기자]
네, 대한항공 자구안 중 하나인 1조 원을 유상증자하려면 대한항공의 지분, 약 30%를 가진 한진칼은 3천억 원의 자금을 마련해야 했는데요.

당초 자금 마련을 위해 한진칼 역시 유상증자를 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습니다.
                        
유상증자 방식은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우호 세력을 주주로 배정하는 3자 주주배정을 선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는데요.
 
이 때문에 3자연합은 3자 주주배정을 반대하는 내용증명을 조원태 회장 측에 보냈습니다.
                        
제 3자 주주배정은 3자 연합의 지분율을 떨어뜨리기 때문이죠.

[3자 연합 관계자 / 지난달 28일 : 대한항공 유상증자 참여에 우리가 반대하지 않잖아요. 주주배정하고 유상증자하려면 좀 오래 걸려요. 지금 밝혀야 되는데. 막판에 3자 배정하자고 하면 그건 불법이다.]

결국 조원태 회장 측은 3자 연합의 비판을 의식한 듯 지난 1일, 일반 공모 방식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3천억 원 발행을 결정했습니다.

▶[송태희 / 앵커]
신주인수권부사채, 즉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이 양측의 경영권 다툼에 어떤 영향을 미치죠?

▷[장가희 / 기자]
새롭게 발행되는 신주인수권부사채는 한진칼 지분의 약 5% 정도인데요.

양측이 BW를 사 모은 뒤 추후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지분율 판도가 또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해당 회사의 주식을 미리 정해놓은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 채권 BW 확보 경쟁의 변수는 현금 동원 능력입니다.

▶[송태희 / 앵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지원, 결국 막대한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건데 이런 상황에서 한진가 남매간 경영권 다툼이 다시 벌어지고 있는 거네요.

여론이 곱지 않을 것 같은데요?

▷[류정훈 / 기자]
한진가 남매 경영권 분쟁 재연 소식에 국민 혈세로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고요.

조원태 회장 측과 3자 연합 측의 경영권 분쟁이 길어질 경우, 국민 혈세를 투입한 대한항공의 경영 정상화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최양오 / 현대경제연구원 고문 :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고, 공적자금이 들어갔을 때는 길어지는 경영권 분쟁은 3자 연합뿐만 아니라 대한항공 자체도 자제를 해야 되는 그러한 시기적 당면 과제가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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