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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반도체 전쟁…삼성, SK는?] 1. 미·중 전쟁, 바이러스에서 반도체로

SBS Biz 조슬기
입력2020.05.23 09:03
수정2020.05.26 09:23

■ 취재파일

▶[송태희 / 앵커]
세계 최대 코로나19 확진자 국가, 미국이 화살을 중국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목표물은 중국의 삼성전자, 화웨이입니다.

이른바 ‘반도체’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지, 반사이익을 얻을지 짚어보겠습니다.

조슬기 기자, 먼저 우리 최대 수출 업종, 반도체 상황부터 짚어 볼까요?

코로나19로 반도체도 타격을 입고 있죠?

▷[조슬기 /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각국이 경기 침체를 겪으면서 반도체 관련 수출이 한 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먼저, 관세청이 집계한 5월 20일까지 수출 현황을 보면 반도체는 13.4% 증가했지만, 휴대전화 등 무선통신기기는 11.2%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지난달 수출 상황은 이와는 다른 모습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집계에 따르면 4월 ICT 수출액은 128억 8,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5.3% 감소했는데요.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는 15%, 시스템 반도체는 13% 각각 줄었고 디스플레이 패널과 휴대폰은 무려 28%, 37% 넘게 급감했습니다.

아직 이달 수출 집계를 좀 더 기다려 봐야 하지만 반도체 수출 폭이 한 달 사이에 30% 가까이 왔다 갔다 하는 건 이례적인데요.

그만큼 업황이 불확실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송태희 / 앵커]
정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군요.

이런 가운데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중국 출장을 다녀왔는데, 왜 간 겁니까?

▷[권세욱 / 기자]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8일에 중국 산시성에 있는 시안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는데요.

공식적인 방문 일정을 보면 산시성 반도체 공장 점검하고 현지 정부와 협력을 확인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방문 시점이 절묘합니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이 시작되고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 앞두고 출장길에 오른 것입니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이 코로나19 사태와 미중 갈등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부회장은 한중 외교당국의 협의로 이번 달부터 시행된 기업인 ‘입국 절차 간소화’를 통해 현지에서 2주간 의무격리 조치 없이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또 귀국 직후에도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자가 격리 조치 없이 경영활동에 복귀했습니다.

▶[송태희 / 앵커]
권세욱 기자, 미국의 화웨이 제재 내용을 쉽게 설명해 주시죠.

▷[권세욱 / 기자]
이번 제재는 화웨이에 반도체를 위탁생산해서 납품하는 업체가 타깃인데요.

이 위탁생산 업체가 미국 업체가 아니어도 미국의 기술이나 장비를 쓰면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으라는 겁니다.

화웨이는 자사 제품에 맞게 설계한 반도체 칩을 위탁생산하고 있는데 이 업체를 파운드리 반도체 회사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업체가 미국 제품이나 기술이 적용된 장비를 사용하면 미국 당국에 미리 허가를 받으라는 겁니다.

▶[송태희 / 앵커]
권 기자, 그러면 화웨이 납품 업체들이 미국의 장비와 기술은 어느 정도 활용하고 있나요?

▷[권세욱 / 기자]
화웨이에 납품하는 파운드리 업체들의 장비 제작에 미국 기업들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합니다.

사실상 화웨이가 거래하는 모든 파운드리 업체가 규제 대상이 됩니다.

예전에는 미국 기술 관여가 25% 이하면 허용됐는데 앞으로 이런 샛길마저 철저히 차단한 것이죠.

[박재근 / 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장 : 전 세계 반도체 장비의 50% 정도는 AMAT, 램리서치, KLA 텐코 같은 회사에서 공급합니다. 미국의 소프트웨어가 들어가 있는 반도체 장비를 TSMC는 사용할 수밖에 없어요. 그 장비를 사용한 제품은 중국에 팔 수 없다, 즉 화웨이의 AP(스마트폰의 중앙처리장치)는 생산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죠.]

▶[송태희 / 앵커]
미국의 화웨이 공격, 이전에도 있었죠?

이번 제재가 과거와 어떻게 다른 것입니까?

▷[권세욱 / 기자]
미국 정부는 지난해 5월, 안보를 이유로 미국 기업이 화웨이에 반도체 부품이나 소프트웨어를 공급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번 제재는 이걸 전 세계로 넓힌 겁니다.

그동안 화웨이는 미국의 반도체 부품 업체인 퀄컴, 인텔 등으로부터 공급이 끊기자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와 손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추가 규제 조치로 이것도 막히게 된 것입니다.

▶[송태희 / 앵커]

조슬기 기자, 이런 제재가 나오게 된 배경 짚어 볼까요?

이번 조치,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와 관련해 중국에 대한 공세 높이고 있는 와중에 나온 것이죠?

▷[조슬기 / 기자]
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전 세계 확산과 관련해 그동안 중국 책임론을 꾸준히 제기했습니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이 사태의 심각성을 은폐한 탓에 참극이 빚어졌다는 건데요.

트럼프 대통령 발언, 직접 들어보시죠.

[트럼프 / 미국 대통령 : 코로나 사태는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습니다. 바이러스는 중국으로부터 발생했는데, 중국에서 멈췄어야 했습니다.]

▶[송태희 / 앵커]
두 나라 간의 갈등이 국제기구로 확대됐죠?

▷[조슬기 / 기자]
코로나19 대응과 책임론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세계보건기구 WHO 총회에서도 이어졌습니다.

화상으로 진행된 총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코로나19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했다며 책임론을 반박했습니다.

[시진핑 / 중국 국가주석 : 중국은 내내 공개적이며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해 왔습니다. 우리는 가장 시기적절한 방법으로 WHO와 관련국에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20억 달러 규모의 국제 원조를 제공해 개발도상국의 코로나 극복에 쓰겠다며 국제 여론 달래기에도 나섰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WHO를 향해 중국의 꼭두각시라며 맹비난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저는 연설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WHO는 지난시기 아주 형편없이 일했습니다. 게다가 그들은 중국의 꼭두각시입니다.]

이어서 WHO가 친 중국 성향을 개선하지 않으면 자금지원 중단은 물론 탈퇴까지 고려하겠다고 엄포를 놨습니다.

▶[송태희 / 앵커]
트럼프 대통령, 앞서 중국과 관계 끊을 수 있다고도 했죠?

▷[조슬기 / 기자]
문제의 발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부통령을 비난하는 과정에서 튀어나왔습니다.

중국이 미국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전임 행정부가 그간 방치해왔다는 건데요.

당시 인터뷰 발언, 들어보시죠.

[트럼프 / 미국 대통령 : 중국과 관계를 끊을 수 있다고 하셨는데, 그게 어떤 의미입니까? 두고 봅시다. 우리는 중국과 여러 문제가 있습니다. 중국에 대해 불편한 상황입니다.]

그러면서 중국과 모든 관계를 끊는다면 5,000억 달러, 우리 돈 614조 원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고요.

앞서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에 대해 엄격한 회계 기준을 요구하는 방안도 언급했습니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는 코로나19 대응 비판 여론을 외부로 돌리고 반중국 정서를 자극함으로써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대선 전략이란 평가입니다.

▶[송태희 / 앵커]
미국의 잇따른 중국 때리기, 여기에 대한 중국 반응은 어땠나요?

▷[조슬기 / 기자]
미국이 제정신이 아니라며 반발했는데요.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미 대선을 코앞에 둔 트럼프 대통령의 광기라고 평가했습니다.

중국의 반격도 점점 구체화하고 있는데요.

코로나19 피해 소송을 처음 제기한 미국 미주리주에 무역 제재를 가할 것이란 중국 언론의 보도가 나왔고요.

애플 등 미국 기업에 대한 보복 조치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송태희 / 앵커]
이 정도면 코로나발 미중 대립이 반도체를 넘어 경제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엿보이는군요?

▷[조슬기 / 기자]
지금 상황을 보면 그렇게 확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중국과의 모든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미국을 비난한 중국 정부 대변인을 향해 미친 사람이라고 막말을 했고요.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중국을 악랄한 독재정권이라고 독설을 퍼부었습니다.

또 중국이 극도로 예민해 하는 타이완과 홍콩 문제까지 거론했습니다.

[폼페이오 / 미국 국무장관 : 중국은 지난 1949년 이후 악랄하고도 독재적인 공산정권의 지배를 받아왔습니다.]

11월, 미국 대선이 다가올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는 강도를 더할 것으로 보여 이런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는데요.

중국 관영매체들도 미국이 화웨이 제재 조치를 실행에 옮기면 바로 보복에 나설 거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송태희 / 앵커]
광기, 얼간이, 독재.

오고 가는 어휘가 험악하군요.

권 기자, 당사자, 그러니까 화웨이는 미국 제재 발표에 어떤 반응을 내놨나요?

▷[권세욱 / 기자]
화웨이는 지난 18일 성명을 통해 "화웨이 한 기업뿐 아니라, 전 세계 관련 산업에 심각한 충격을 가져올 것”이라며 날을 세웠습니다.

또, 중국 매체에 따르면 위청둥 소비자 부문 최고 경영자는 지인들과의 SNS에서 "사이버 안보는 핑계에 불과하다", "관건은 화웨이가 미국의 기술 패권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송태희 / 앵커]
화웨이 입장에선 당장 발등의 불을 끄려면 대체 공급선 확보가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권세욱 / 기자]
중국은 미국이 화웨이 제재조치를 발표한 날, 토종 파운드리 업체인 SMIC에 대규모 투자를 했습니다.

정부 주도의 펀드를 통해 22억 5천만 달러, 우리 돈 2조 8천억 원가량을 투입키로 한 것입니다.

하지만 SMIC는 TSMC나 삼성전자와 기술 격차가 커서 아직은 역부족이란 평갑니다.

[이주완 /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 : TSMC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중국 로컬 업체, 예를 들면 SMIC로 대체하려는 노력이 다만 그 수준이 아직은 TSMC에 비해서 기술력이라든지 양산 능력이 많이 뒤처지기 때문에, 타격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을 것 같고요. 대체되는 다른 공급자들을 물색하는 노력을 통해서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송태희 / 앵커]
그러니까 아직 중국 자체적으로 반도체를 조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말씀이시군요.

권 기자, 2차 미중 반도체 전쟁, 미국이 포스트 코로나 이후 경제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고민에서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죠?

▷[권세욱 / 기자]
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제조업 생산시설을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반도체는 첨단산업의 핵심 부품인데요.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나자 반도체 자급,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즉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아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나아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박재근 / 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장 : 화웨이가 AP(스마트폰의 중앙처리장치) 칩을 만들 수 없게 되니까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이 어려워지게 되는 거죠. 그런 식으로 지금 견제를 해서 5세대 이동통신 기반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미·중의 IT 패권을 미국에서 가져가겠다는 그런 의도인 것입니다.]

▶[송태희 / 앵커]
미중 간 반도체 전쟁으로 당장 걱정스러운 건 우리 삼성전자, SK하이닉스입니다.

어떤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요?

▷[권세욱 / 기자]
세계 통신장비 시장 1위, 스마트폰 2위인 화웨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큰손’입니다.

지난 2018년 기준으로 연간 12조 원을 납품받는 주요 고객사이자 경쟁사입니다.

일각에선 우리 기업이 반사 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다른 견해도 있습니다.

화웨이의 통신장비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 코로나19로 위축된 판로가 더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대표적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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