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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랩] “‘대체육’으로 기아 문제 해결하고 싶어요”

SBS Biz 우형준
입력2020.05.24 09:00
수정2020.05.24 09:00

■ 특집 [사회적 가치 머니?] - 기업은 왜? 사회적 가치를 탐(貪)하는가

'사회적 가치'에 대해 알아보는 두 번째 시간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독일 레버쿠젠에 위치한 '바이엘'의 사회적 활동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이번 편은 국내 기업들은 어떤 사회적 활동들을 하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다큐멘터리로 제작된 이번 보도물은 총 8편으로 제작됐으며, [머니랩] 네이버TV와 유튜브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채식주의자용 대체육? 
 
이제 곧 소비자를 만나기 위해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는 한 회사를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사무실로 들어가니 군침 도는 요리가 한창입니다

직접 선보이는 요리의 주재료는 바로 다짐육.


다진 고기를 토마토소스와 볶아 면에 올리고 소복하게 치즈를 올리면 뚝딱!

미트 스파게티가 완성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어느 요리에도 잘 어울리는 다짐육을 활용해 맛있는 한 상이 차려지는데요.

과연, 이 회사의 창업 아이템은 뭘까요?


[박형수 / 디보션푸드 대표 : 100% 식물성 원료를 가지고 실제 고기와 유사한 제품을 개발했어요.]

붉은색 생고기가 노릇하게 익는 모습이며 심지어 구을 때 코를 자극하는 향까지 영락없는 소고기입니다.

그가 대체육을 만든 이유가 있다는데요.


15살 때부터 요리사를 꿈꾸었던 박형수 씨는 조리과학 전공 후 미국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요리사로 일했습니다.

당시 세계 최초로 상품화된 식물성 대체육을 접한 후 공장식 축산업의 문제점을 알게 됩니다.


매년 1억 톤의 메탄가스, 50억 톤의 배설물을 발생 시켜 환경 오염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공장식 축산업.

심지어 소고기 1kg와 맞바꿔야 하는 자원의 양도 엄청 난데요.

박형수 씨는 6가지 기술을 새로 개발해 식물성 대체육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신기술 개발은 소고기의 풍미는 살리고 가격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었는데요.


[박형수 / 디보션푸드 대표 : 곡류를 이제 고온과 고압을 이용해서 실제 고기와 같은 결을 만들어냈고요. (돼지 꼬리) 식물성 지방 상온에서 응고점 유지 기술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이렇게 실제 육류의 지방과 같은 흡사한 식물성 지방을 만들었고요.]

여기에 여러 채소에서 추출한 붉은 색을 대체육에 입히고 고기에만 있는 영양소를 더 하면 식물성 대체육 완성!

박형수 씨에겐 이 대체육으로 이루고 싶은 남다른 목표가 있는데요.


[박형수 대표 / 디보션푸드 대표 : 사실 저는 아이템은 있었는데 오히려 이거를 어떤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를 역으로 이제 공부하게 되었는데요. 추후에는 지속적인 R&D로 가격을 낮추고 농작물이라든지 축산업이 힘든 나라에 보급을 해서 기아 문제를 해결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처음엔 그저 시장성 좋은 아이템이라 여겨 뛰어든 식물성 대체육 창업.

나 혼자의 성공이 아닌 기아 문제까지 고려하게 된 데는 특별한 계기가 있습니다.

SK-카이스트 사회적 기업가 MBA 
 
박형수 씨는 바로 이곳, 카이스트 대학원 사회적 기업가 양성 과정 졸업생입니다.

올해 초, 신입생이 처음 모인 자리


"저는 노후 주택과 빈집을 업사이클링해서"

신입생들 포부가 남다른데요.

자신의 사업계획서를 발표하는 것입니다.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고 계신 분들의 개인적 경험을 사회적 자산으로 맞바꾸는 작업들을 진행하려고 하는데요"

무엇보다 SK그룹의 지원으로 매년 신입생 모두 장학금을 받게 됩니다


SK그룹과 카이스트 대학원의 협력으로 시작된 사회적 기업가 MBA 과정은 올해로 8번째 신입생을 맞게 된 것인데요.

입학만큼이나 까다로운 졸업 조건, 사회적 기업 창업이 필수입니다.


[이지환 / 카이스트 SE MBA 교수 : 학교는 일단 교육과 연구의 역량이 있는 거고, 기업은 사회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있어서 기업이 그동안 축적해 왔던 여러 가지 사업적인 역량, 판단 능력 각자가 따로 했을 때보다 훨씬 더 긍정적인 협력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생각 하에 저희가 협력을 했고 그 덕분에 지금까지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탄생한 사회적 기업만도 80여 개.

기업과 대학은 협력은 사회적 기업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경영 멘토링까지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는데요.


[박천규 / SK 사회적가치 추진팀 : 이런 유망한 사회적 기업가를 양성해내고 그 사회적 기업가들이 잘돼서 사회 문제를 많이 해결하는 게 굉장히 좋겠다. 새로운 사회적 생태계를 만드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서 사회적 가치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그런 행동을 많이 해왔었고요.]

기업들은 왜 사회적 활동을 하는 걸까? 
 
잘 벌고 많이 버는 기업들이 이윤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게 새삼스러운 건 아닐 겁니다.

하지만 최근 사회 공헌 활동은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과 차이를 보이는데요.

“대신 가을이 되면 잎이 다 떨어집니다. 그럴 때는 이 소나무가 그 역할을 합니다.”


한화그룹은 2011년부터 친환경 숲 조성 프로젝트를 시작, 지금까지 축구장 180개 규모의 숲을 만들었습니다.

또 화석연료 사용을 없앤 일명 ‘청정에너지 자립섬’을 신생 에너지 기술로 조성했습니다.


기프트하우스 프로젝트는 현대엔지니어링의 활동 중 하나입니다.

재난에 가까운 주거환경에 놓인 어르신들에게 자체 제작한 이동식 주택을 기증하고 있는데요.

덕분에 지난겨울, 안전한 보금자리가 될 스물 네 번째 이동식 주택이 전달되었습니다.


[정운찬 /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 기업들은 돈을 많이 벌어서 고용 많이 늘리고 월급 많이 주고 세금 많이 내면 사회에서 커다란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들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와서는 이 기업들이 넓게 더 크게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고로 바뀌었습니다.]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닙니다.

긴 시간 공을 들이지만 요란하지 않고 더 많이 내어놓지만 드러내지 않고 잔잔하지만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큰 기업의 나눔.


[로버트 스트랜트 / 버클리대 MBA 교수 : 노력의 정도를 생각해본다면 단순히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는 게 훨씬 쉽습니다. 예전에는 단순히 복지 활동 정도로 여겨졌던 CSR이 최근에는 회사가 사회에 줄 수 있는 영향력에 대한 전반적인 책임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는 기업의 나눔이나 공헌이 아닌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사회적 책임으로 구분됩니다.


기업을 뜻하는 단어 Company의 어원은 ‘함께 빵을 나누는 사이’라고 합니다.

기업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모인 조직이라 정의하지만 기업의 DNA엔 나눔이 있는 것이죠.

그런데 왜? 요즘 기업들은 나눔에 만족하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자처하고, 더 나아가 ‘사회적 가치’를 이야기하는 걸까요?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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