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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가담화] 마이너스 유가…증권사 대처가 혼란 키웠다

SBS Biz 장지현
입력2020.04.23 11:56
수정2020.04.23 15:10


 
국제유가가 하루가 다르게 요동치고 있습니다. 이런 급격한 등락 속에서 국내 증권시장에선 어이없는 대형 전산사고까지 발생했는데요. 이번 주 금융가 담화에선 이 이야기 다뤄보겠습니다. 장지현 기자, 국내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 HTS가 한때 일부 먹통이 됐다는데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건가요?

미국 현지시각으로 지난 20일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배럴당 마이너스 37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한마디로 돈을 얹어 줄 테니 기름을 사가라는 건데요.

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사상 처음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이례적인 상황에서 국내 증권사의 일부 HTS가 마이너스 가격 주문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여러 증권사에서 발생했지만 특히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키움증권에서 피해가 컸습니다.


지금 보시는 게 투자자들의 항의 글인데요.

내용을 보면 우리 시간 21일 새벽 3시쯤 키움증권 HTS에서 해외선물 종목인 '미니 크루드오일 5월물' 매매가 멈췄습니다.

투자자들은 유가가 곤두박질치는 것을 보면서도 손절매하지 못했고 오전 3시30분쯤 강제 청산당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충분히 사전에 방지를 할 수 있었던 사고라면서요?
네, 이달 3일부터 15일까지 시카고상품거래소, CME는 세 차례에 걸쳐 "원유 선물이 마이너스 가격에 거래될 가능성이 높다"고 공지했는데요 제가 들고 있는 게 그 공문입니다.

특히 CME는 "이런 상황에 대비해서 CME 거래시스템이 마이너스 가격을 인식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내에서 원유 선물 거래는 선물중개회사를 통해 CME에서 거래를 하는데요.

국내 증권사 상당수는 CME의 공지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보고도 무시해 사태를 키운 겁니다.

때문에 대응을 너무 안일하게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키움증권뿐만 아니라 한국투자증권이나 유안타증권 등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물론 증권사에 따라 CME 메일을 못 받은 경우도 있고 공지 확인이 어렵게 돼있어 몰랐다는 해명도 나오지만 유가가 이 정도로 급락하고 있는데 만약의 사태에 대한 준비는 당연히 했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소비자 피해는 실제로 어떤가요?
네, 키움증권의 경우 50계좌에서 10억 원 규모의 피해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구체적인 피해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요.

다만 올 들어서 개인 주식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키움의 경우 HTS에서 오류가 자주 발생했는데요 이게 증권사 신뢰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정환 /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 투자자들의 불신을 키울 수 있습니다. 중소증권사에 대한 신뢰성이 줄어들고 그 신뢰성이 줄어듦에 따라서 투자(규모)가 줄어들면 중소 증권사 발전에 안 좋은 영향이 있겠죠.]

금감원은 증권사에게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보상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습니다.

SBSCNBC 장지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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