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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랩] 불안 사회 대한민국…“청년들이여 두려움을 넘어서라”

SBS Biz 우형준
입력2020.02.24 17:43
수정2020.02.25 09:47

■ 경제 실험맨 - 예능이 아닙니다. 뉴스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우리 사회를 두려움과 공포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이번 '청년자살'과 관련한 기획 기사를 취재하면서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 입원 환자 가운데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특히 정신병동에 입원한 환자들의 경우 신체적으로 면역력이 많이 약해져 있는 데다, 단체 생활을 하기 때문에 감염이 더 잘 퍼질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치료받은 환자가 치료 도중 자살 생각까지 했을 정도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겪은 것으로 보고된 소식도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건으로 청년들이 어떻게라도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 이 기사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국가 대한민국. 참 안타까운 통계입니다. 이번 <스페셜M>에서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닐만한 '자살'이란 주제로 조금 무거운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통계청이 지난해 9월 발표한 '2018년 사망원인통계'를 살펴보면 '고의적 자해'(자살)가 사망 원인 중 다섯 번째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자살의 경우 지난 2013년 이후 감소 추세를 보였지만 2018년부터 다시 높아졌고 이로 인해 OECD 자살 사망률 1위에 다시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습니다.

특히 자살은 10~30대 사망원인 1위로 나타났을 정도입니다. 문제는 무엇이고, 해결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혼자 사는 청년 자살 위험 2.7배↑   
혼밥, 혼술, 혼영 여럿보다 혼자가 편해져 가는 사회.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해 우리 사회의 변화는 현실이 됐습니다.

스스로의 능력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우리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고립된 사람들을 우리가 무관심으로 벼려둔다면 희망의 끈마저도 사라질 수 있습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박혜순 교수와 김아름 전공의 연구팀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만 25~39세 사이 성인 남녀 중 이혼, 별거, 사별한 경우를 제외한 3천381명(남성 1천209명, 여성 2천172명)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혼자 사는 젊은이들의 경우 가족과 함께 사는 경우와 비교해 남성은 정신건강이 취약하고, 여성은 좋지 않은 건강습관을 갖게 된다는 연구결과를 내놨습니다.

이 가운데 1인 가구 남성에서는 자살을 생각하는 위험이 가족과 함께 사는 남성에 비해 2.7배나 높았습니다.

청년 자살 예방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관련한 서적, 연구결과들을 분석하고 다수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을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청년 자살 왜 일어나는 걸까?  
우리 사회에 청년 실업 등 사회적 무게감과 경제적 빈곤 등이 결합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특히, 취업과 독립 그리고 결혼은 20~30대에게 주어진 과업이 생애 가장 힘든 성취를 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백종우 /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중앙자살예방센터장) : 20~30대 원래 직업을 결정하고 또 결혼이나 가정이 결정되는 시기라는 점은 이전이나 현재나 다를 바가 없을 겁니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소득수준은 높아졌는데 저성장 그리고 또 기대만큼의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고 그래서 이제 직업과 관련된 스트레스를 호소하시는 분들이 많고 또 우리나라가 굉장히 짧은 시간에 부부 간의 역할, 부모와 자식 간의 역할이 급격히 바뀌기 때문에 이런 관계 스트레스도 많이 호소하고 있는 이런 상황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율은 지난 2000년 15%에서 지난해 29%로 증가했습니다. 또 올해부터는 1인 가구 비중이 30%를 넘어서면서 20년 새 두 배 가까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이런 1인 가구가 많아질수록 자칫 우리 사회가 자살 위험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박성덕 고려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사람 간의 관계가 끊어졌을 때가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질병을 일으킨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용수가 독방에 있을 때 생기는 질병은 우울증뿐만 아니라 교통사고가 난 외상보다도 더 큰 질병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1인 가구가 증가할수록 여기에 여러 가지 사람 간의 문제들로 관계가 끊기게 될 경우 사람이 느끼는 두려움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현대사회에 두려움은 무엇이고 우울·공황에 헤어나오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생애주기마다 걸려 넘어지는 청년들  
다들 예상하셨겠지만 최근 10년 사이 입시, 취업 그리고 결혼 문제까지 우리 사회의 불안도가 높아졌으면 높아졌지 낮아졌다는 사회지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만큼 우리 청년들이 겪는 '3대 불안'에 대한 두려움이 사회를 집어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될 사회적 문제로 꼽히고 있습니다.

20대들의 우울증 역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대 우울증 환자는 2014년 4만9848명에서 2018년에는 9만8434명으로 최근 5년간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심각한 청년 실업에, 갈수록 어려워져가는 경제, 사회적 관계를 맺는 데 서툰 20대의 특성이 결합돼 '청년 우울'을 불러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음의 면역력이 필요해요" 
앞서 얘기들이 우리 사회가 처해있는 절망적인 상황이었다면 지금부터는 그 해결책들을 조심스럽게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했던 것은 바로 '파파게노 효과'입니다.

파파게노 효과는 모차르트 오페라 등장인물인 파파게노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에 자살 대신 종을 울리는 것을 선택해 결국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는 데서 유래했습니다.

죽음의 유혹을 극복하고 희망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인 파파게노. 죽음은 선한 것이라고 여기게 했던 베르테르와 달리 파파게노는 절망을 극복하고 희망으로 건너오는 것이 부분에 주목했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사람들에게 누가, 어떻게 파파게노처럼 다시 살아나 보라는 희망을 전해 줄 것인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홍나래 / 한림대학교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학신경정신의학회 홍보이사) : 일단은 좀 들어주시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보통 자살을 한다고 했을 때 제일 먼저 말씀드리는 게 그분의 감정을 좀 충분히 들어드리라고 많이 말씀드리거든요. 감정이라는 게 전염성이 있다 보니까 누군가가 힘들어하면 주변 사람들도 다 같이 힘들어지게 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그러다 보니까 누군가가 힘들다는 이야기 할 때 못 하게 하는 그런 경우들도 분명히 있고요. 같이 힘들어지는 것들이 조금 부담스러운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왜 혼자 그러지 굳이 말을 해'라는 마음으로 정말 하는 경우도 있고 도와주겠다는 의도를 이야기를 할 때도 반대로 보통 이야기를 할 때 이런 이런 상황들이 생겨서 나는 많이 힘들어라고 이야기를 하게 됐을 때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다 보니까 이제 '그런 것 같고 힘들어해'라고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죠.]

그만큼 가까운 가족, 연인, 친구 등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사람 관계의 끈을 놓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마음의 감기' 우울증… 초기 치료가 매우 중요 
[홍나래 / 한림대학교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학신경정신의학회 홍보이사) : 어떤 병도 그렇지만 굉장히 만성화가 되게 되면 치료가 어려워지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고려할 때는 초기 치료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괜찮아", "다 잘될 거야"

이무석 국제정신분석가(전 한국정신분석학회장)는 "두려움은 인간이 가장 싫어하는 감정"이라고 말합니다. "이 두려움은 인간이 위기에 처했을 때 엄습해 온다"며 "마치 어린아이들이 엄마가 보이지 않으면 비명을 지르듯이 우는 것처럼 어른이 된 후에도 원인 모를 두려움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합니다.

맞습니다. 개인이 혹은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점, 바로 '두려움'입니다.

"시험을 망치면 어떡하지?", "취업이 안되면 어떡하지?", "나 잘리는 거 아니야?", "나 이러다 결혼 못하는 거 아니야?", "집값은 오르는데 집은 못사는 거 아니야?"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 마음을 갉아먹고 있는 겁니다. 그럴 때마다 이무석 교수는 나 스스로 '괜찮아' '괜찮아'를 외치라고 조언합니다.

이 기사를 쓰면서 여러 서적을 읽다가 이상준 온누리교회 목사의 '두려움 너머의 삶'의 책 가운데 한 문구가 가슴속 깊이 남았습니다.

"사랑의 공급은 부족한데 무한경쟁 속에서 피만 끓고 있다. 경쟁심과 열등감과 두려움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사랑하지 않으면 두려움이 생긴다. 우리 영혼은 사랑을 품지 않으면 두려움을 품게 된다"

결국 두려움은 우리가 살면서 평생 나의 내면과 끊임없이 다퉈 이겨내야 할 대상인 셈입니다.

 
 
"선은 악을 이긴다" (Good triumphs over evil) 
저도 개인적으로 공황과 우울 등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마치 나 혼자 어딘가에 갇혀 있는 느낌 그래서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고 싶지만 빠져나오지 못할 거 같은 기분 용기 내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기적같이 회복됐습니다.

지금은 그 모든 어려운 일들이 일어났음에 너무 감사하고 그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저한테 일어났던 좋은 일, 안 좋은 일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사람들에게 제가 느꼈던 치유와 회복에 대한 '노하우'를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특히 우울·공황 증상을 겪게 되면 주변 사람들이 참 많이 힘들고 고통받게 됩니다. 때문에 친했던 주변 사람들도 떠나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얘기를 해 줘도 내 마음 어딘가가 고장나 갇혀있고 막혀 있어 내 마음속까지 전달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 반대로 생각해봅시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 연인, 친구, 동료들이 고통받기를 원하십니까? 정말로 사랑한다면 아마 모두 그건 원치 않으실 것 입니다.

내가 힘들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 '얼마나 힘들었으면..' '사랑해서 떠난다..'이런 생각도 들 수 있겠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동은 다시 생각해보면 매우 이기적인 행동일 수 있습니다.

스웨덴의 연구(Hedstrom et al., 2008)에 따르면 자살 유족은 자살위험이 일반인 대비 8.3배~9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국내 연구(자살 유족 지원 방안 연구, 삼성서울병원, 2018)에서는 자살 유족의 우울장애 발병 위험은 일반인 보다 약 18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평생의 트라우마로 고통 속에서 살기 원하십니까?

선은 악을 이긴다. Good triumphs over evil. 以善勝惡(이선승악) 선으로 악을 이기고 以愛勝嫌(이애승혐) 사랑으로 미움을 이기며 以恕勝憎(이서승증) 용서로 증오를 이긴다.

저는 '마음의 감기'는 일종의 악(惡)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5년 전 스스로 목숨을 끊고 먼저 하늘로 떠난 친구가 있었습니다. 당시 내가 먼저 나서 손잡아줬다면, 그리고 내가 느끼고 깨달은 것들을 얘기해줬더라면..지난일이 지만 많은 후회가 남습니다.

각자 처해진 상황, 사람의 생각들을 속속들이 알기란 참 어렵습니다.

그때 그 친구의 심정이 어땠는지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속으로 많은 혼란을 겪었을 거라 생각하니 안타깝습니다.

지금 사회적으로 코로나19 감염 때문에 여러 사람들 마음속에는 많은 걱정과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앞서 많은 전문가들이 조언했던 것처럼, 만약 우리 주변에 지금도 마음의 감기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너만 있는 일이 아니야", "세상 원래 다 그래"보다는 "너 힘들었겠다", "힘들었지?" "옆에 내가 있잖아"라는 따듯한 말 한마디 먼저 다가가 전해주는 것은 어떨까요?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 친구에게 그리고 삶을 버거워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 기사를 바칩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프로듀서·기획·구성 : 우형준 / CG : 수정·니니 / 촬영·효과 : 장한빛 / 편집 : 서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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