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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경영권, 지분전쟁 시작됐다] 1.반도건설의 본심? 변심? 흑심?

SBS Biz 정인아
입력2020.01.18 08:17
수정2020.01.20 13:00

■ 취재파일

▶[송태희 / 앵커]

오는 3월 말, 한진그룹의 지주사격인 한진칼 주주총회가 열립니다.

이 주총이 주목받는 이유는 조원태 회장 사내이사 연임안이 걸려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탓에 주요 주주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최근 한진 오너가의 백기사를 자처했던 반도건설이 그야말로 폭탄선언을 했습니다.

반도건설은 지분을 늘리며 경영 참여를 선포했습니다.

남매의 경영권 분쟁에서 키맨으로 부상한 반도건설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경영 참여를 선언한 속내는 뭔지 기자들과 얘길 나눠보겠습니다. 

▶[송태희 / 앵커]
정인아 기자, 먼저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진 한진 오너가의 다툼부터 짚어 볼까요? 

장녀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경영권 다툼의 포문을 열었죠?

▷[정인아 / 기자]
네,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연말, 임원 인사 때 경영 복귀를 기대했지만 무산됐습니다.

그러자 법률 대리인을 통해 공개적으로 동생 조 회장에게 반기를 들었는데요. 

부친, 고 조양호 회장의 공동경영 유훈 어겼다” ”총수 지정에 가족 간 합의가 없었다.” ”한진그룹 발전 위해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 듣고, 협의하겠다”며 외부 주주들과의 연대 가능성까지 열어뒀습니다.

▶[송태희 / 앵커]
그렇게 되면 조원태 회장과 대결이 불가피한 것 아닌가요? 배경이 뭐죠?

▷[정인아 / 기자]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땅콩 회항’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3년 4개월 만에 칼호텔네트워크로 복귀했는데요.

하지만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물컵 갑질로 보름 만에 동반 퇴진했습니다.
              
그 후 여동생 조현민 전무는 14개월 만에 돌아왔지만, 조 전 부사장은 연말 임원인사에서도 제외됐는데요.

지난해 11월, 조 회장이 공개석상에서 자신과 의논도 없이 경영복귀를 부인하자 격분했고, 연말인사로 현실이 되자 조 회장의 공동 경영 유훈을 어긴 독단 경영에 반기를 들며 경영권 분쟁에 불을 지핀 겁니다. 
  
▶[송태희 / 앵커]
누나의 선전포고로 시작된 한진 경영권 분쟁.

오는 3월, 한진칼 주총이 분수령이 된다고들 하는데 왜 그런가요?

▷[장가희 / 기자]
오는 3월,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주주총회에서는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이 표결에 부쳐지는데요.
                      
만일 조 회장이 연임에 실패하면 한진그룹 회장직도 내놓아야 합니다.

▶[송태희 / 앵커]
사내 이사 선임은 요건은 어떻게 됩니까?

▷[장가희 / 기자]
한진칼의 이사 선임과 해임은 일반결의사항이어서 주주 과반 출석에 과반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요.

지난해 주주총회 참석률 77.18%를 감안하면 최소 38% 이상의 찬성 지분이 필요합니다.
          
경영권 분쟁에 불이 붙은 만큼 올해 주주총회 참석률은 지난해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송태희 / 앵커]
조원태 회장 입장에서는 38% 이상, 40% 이상의 찬성 지분을 확보해야 안심이 되겠군요?

한진칼의 오너가 지분 상황은 어떻습니까?

▷[장가희 / 기자]
조원태 회장과 특수 관계인이 가진 한진칼 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3남매가 각각 6%대를 보유하고 있고, 모친 이명희 고문은 5%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특수 관계인이 5.15/%로 이들의 지분을 모두 합치면 29.94%가 됩니다.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의 지분 차이는 불과 0.03%인데요, 

세 모녀가 조 회장 측에서 이탈할 경우 조 회장은 경영권을 잃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송태희 / 앵커]
오너가 외에 다른 주주들의 향배도 변수가 될 텐데요. 최근 반도건설이 키맨으로 떠올랐죠?

먼저, 반도건설과 한진은 어떤 관계인가요?

▷[정인아 / 기자]
네, 반도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반도건설은 8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 건설업체인데요.

19년 전, 한진이 낙찰받은 부산 신항 북터미널 조성공사에 참여하면서 처음 인연을 맺었습니다.
  
권홍사 회장은 2018년 11월, 한진 사주 일가 경영퇴진 요구가 한창일 때 사모펀드인 강성부 펀드, KCGI가 한진그룹의 경영 참여를 선언하자 우호 지분 확보 필요성을 느낀 고 조양호 회장의 권유로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송태희 / 앵커]
그동안 반도건설이 확보한 한진칼 지분은 어느 정도입니까?

▷[정인아 / 기자]
반도건설은 대호개발 등 3개 계열사를 통해 지분을 늘려왔는데요

지난해 10월 강성부 펀드와 경영권 두고 신경전을 벌일 때 5.06%를 확보하며 주요 변수로 등장했고요.

11월 6.28%에서 지난 10일, 8.28%까지 늘렸다고 공시했습니다.

이 가운데 실제 의결권은 지난해 12월 26일 전까지 늘린 지분만 인정되기 때문에 8.20%입니다. 
  
이로써 반도건설은 조원태 회장 일가와 특수관계인, 강성부 펀드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 홀딩스, 델타 항공에 이어 4대 주주로 올라섰습니다.

투자 목적도 단순투자가 아닌 경영 참여로 바꿔 공시하면서 한진가 경영권 분쟁의 키맨으로 떠올랐습니다.

▶[송태희 / 앵커]
반도건설, 처음에는 백기사를 자처하며 경영참여에 선을 그었고 단지 투자목적이라고 했는데요.

이렇게 갑자기 입장을 바 계기가 있나요?

▷[장가희 / 기자]
업계에선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지분을 늘리기 전부터 조원태 회장,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물밑 접촉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지난해 말, 조 회장이 어머니인 이명희 고문 자택에서 소동을 부린 일명 ‘성탄절 사태’ 이후 가족 간 균열을 확인하고,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송태희 / 앵커]
남매의 경영권 분쟁에서 키맨으로 부상한 반도건설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한데요?

▷[정인아 / 기자]
네, 반도건설의 표심에 따라 한진 경영권이 바뀔 수 있습니다.

먼저 반도건설이 고 조양호 회장에게 우호적이었던 델타 항공과 함께 조 회장에게 힘을 실어줄 경우 지분율은 24.72%입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을 비롯한 세 모녀의 지분율을 합친 것보다 6.45%가 많습니다.

▶[송태희 / 앵커]
반대로 반도건설이 한진가 모녀 세 명과 손을 잡으면 조원태 회장과는 어떻게 되나요?

▷[정인아 / 기자]
역시 조원태 회장 측보다 많습니다.

반도건설이 세 모녀와 손을 잡을 경우 지분율은 26.47%로 조 회장과 델타 항공을 합한 것 보다 9.95%가 높습니다.

▶[송태희 / 앵커]
장 기자, 그런데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에게 반기를 든 배경에 반도건설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그러니까 조 전 부사장이 조회장에게 선전포고를 하기 전에 반도건설과 교감이 있었다는 것인데 근거가 있나요?

▷[장가희 / 기자]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순 없었지만,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이 최근 만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권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이 공동전선 구축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즉,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고 경영 참여를 선언한 배경에는 모종의 합의가 있었을 것이란 겁니다.
       
▶[송태희 / 앵커]
이런 얘기에 대한 반도건설 측 입장이 궁금하네요?

▷[장가희 / 기자]
반도건설 측은 사실 무근이라며 부인 했는데요.

반도건설 관계자 얘길 들어보시겠습니다.

[반도건설 관계자 : 기사들 추측성으로 나온 것 같고요. 저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으로 경영에 참여할지는 결정된 게 없어요. 주총 기간이 이제 2달 남짓 남았잖아요. 그 사이에 저희가 어떤 식으로 할지 고민해서 결정할 예정이에요.]

▶[송태희 / 앵커]
그럼, 또 다른 당사자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은 반도건설과의 교감설에 대해 뭐라고 하나요?

▷[장가희 / 기자]
조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인 역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는데요.

반도건설 측과의 만남 여부는 아직은 밝히기 힘들다는 입장입니다.

[조현아 / 前 대한항공 부사장 법률대리인 : 저희가 지금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지난 12월에 입장발표를 했잖아요. 어느 주주하고든 발전 방향을 위해서 협의를 하겠다고 말씀드렸는데, 협의하기 위해 어느 쪽하고도 노력할 텐데, 누구와 어떤 협의를 하는지 상대방이나 협의 경과는 일일이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송태희 / 앵커]
반도건설 측은 사실이 아니다,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은 "아직은 말하기 어렵다", 묘한 온도 차이가 있군요?

장 기자, 그런데 한편에서는 반도건설이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하던데요. 왜 이런 말이 나오는 겁니까?

▷[장가희 / 기자]
앞서 잠시 언급했듯이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은 과거 한진그룹 일감을 수주하면서 고 조양호 전 회장과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반도건설이 현재 조 회장이나 조 전 부사장 어느 측에 서 있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진 않죠. 

일각에서는 반도건설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이어가며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동시 주가를 높여 이득을 많이 챙기려는 게 아니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허희영 /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 : 저평가된 기업의 주식을 사서 주가를 올려놓고 빠진다는 거죠. 반도건설도 거기에 편승할 가능성도 있죠. 거기에 국민연금까지 움직이게 되면 판은 정말 어디로 갈지 모르게 됩니다.]

또 한진그룹이 보유한 부동산 공동개발 사업권을 따 내려는 전략이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송태희 / 앵커]
정인아 기자, 이번에는 미국 델타 항공을 짚어 볼까요? 지금까지 델타 항공은 조원태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되고 있는데요.

천천히 분석해 볼까요.

먼저, 강성부 펀드 공격을 받을 당시 델타 항공이 백기사를 자처했는데 왜 그랬나요?

▷[정인아 / 기자]
지난해 6월, 강성부 펀드가 한진칼 지분을 늘리는 상황에서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늘렸는데요.

“대한항공과의 조인트벤처 가치를 높이고 파트너십 강화 차원에서 지분 사들였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송태희 / 앵커]
미국 델타와 대한항공의 실제 파트너십이 어느 정도 이길래, 델타가 백기사를 자처한 것인가요?

▷[정인아 / 기자]
델타항공과 대한항공은 국제항공동맹 스카이팀의 창설 회원사입니다.

공동 좌석을 운영하는 등 20년 정도 협력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델타는 성장하는 아시아 항공 시장 공략에 도움을 받고 있고요.

대한항공은 기존 미주노선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송태희 / 앵커]
서로 이해가 맞아 떨어지는 상호보완 관계이군요?

▷[정인아 / 기자]
맞습니다.  

그래서 조원태 회장이 도움을 청하면 델타가 응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델타항공이 대한항공 지분을 늘린 뒤 특종 기종 구매를 권고하는 등 영향력 행사를 겨냥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왔는데요.

포브스 등 외신에 따르면 델타항공은 중국 동방항공 지분을 3.5%가량 소유한 뒤 2016년에 특종 기종 구매를 권고한 적이 있기도 했습니다.

▶[송태희 / 앵커]
세상에 공짜가 있겠습니까, 델타가 도울 때는 노림수가 있겠죠.

장 기자, 그런데 진짜 궁금한 것은 델타가 조원태와 조현아 둘 중 누구를 지지할지 이문제 아닐까요?

어떻습니까?

▷[장가희 / 기자]
결론적으로 델타항공이 백기사가 될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백기사가 된다면 경영권 위협에 노출된 한진 일가에 힘을 보탤 수 있습니다.

한진 일가가 가족의 난을 봉합한다는 전제 하에서 말입니다.

하지만, 오너일가가 분열된 상황에 델타항공이 둘 중 한명 편에 서게 된다면, 셈법은 더욱 복잡해집니다.

만약, 델타항공이 단순히 투자이익을 노리고 지분을 매입했다면, 한진가에 흑기사가 될 수 있습니다.

즉, 델타항공이 투자이익만을 노린 것이라면, 주가 부양을 위해 KCGI에 힘을 보탤 것이란 겁니다.
               
[신세돈 /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 : (델타항공이)세력을 끌어모아서 경영에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세력으로 부상할 가능성은 있어요. 이번에 가족 간의 분쟁을 통해서 델타가 주도적인 주주로 부상하려는 그런 노력을 시도할 가능성은 있다는 거죠. 반도건설도 마찬가지고, 다른 대주주들도 다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조 씨 가족을 흔들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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