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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위안부 합의’에 법적구속력 없어…배상청구권 유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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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19.12.27 22:24
수정2019.12.27 22:24

헌법재판소가 27일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한일 위안부 합의'가 헌법소원 심판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핵심 이유는 해당 합의에 법적 효력이나 구속력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애초 헌법소원 심판의 가장 큰 쟁점은 당시 합의를 법률적 효과를 발생시키는 '조약'인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외교적 행위'인지였다.

합의가 법률적 효과가 있어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헌법상 권리 침해가 분명해진다는 점에서 헌재는 결정문 대부분의 페이지를 할애해 합의의 성격을 따졌다.

결론적으로 헌재는 한일 위안부 합의가 "법적 구속력 있는 조약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해자의 배상청구권 포기나 처분을 다뤘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번 협정이 구체적인 법적 의미를 확정한 부분이 전혀 없고, 온통 추상적·선언적 내용뿐이라고 봤다.

합의에 '~해야 한다'라는 법적 의무를 지시하는 표현이 전혀 사용되지 않은 점, 위안부 피해자가 입은 피해의 원인이나 국제법 위반에 관한 국가책임이 적시되지 않은 점, 일본군의 강제성이나 불법성이 명시되지 않은 점 등이 지적됐다.

일본이 합의문에서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시한 부분도 "일본 정부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법적 책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는 점 등을 봤을 때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한 법적 조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국 정부가 설립하는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에 일본 정부가 대략 10억엔(약 100억원)을 출연하기로 한 부분과 관련해서도 "정확한 출연금 규모, 시기, 방법 등은 언급되지 않아 법적 구속력에 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헌재가 합의의 성격을 따져 '각하해달라'는 외교부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내용은 외교부의 합의가 피해자들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형태를 지니지 않음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헌재는 구체적으로 외교부가 합의 과정에서 '피해자 중심적인 접근'이 부족했다고도 꼬집었다.

헌재는 "위안부 피해자가 겪은 피해의 심각성과 역사적 맥락을 고려했을 때 피해자 중심의 접근이 중요함에도, 합의 과정에 피해자들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점에 비춰보면 피해자들이 해당 합의로 받은 고통이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헌재는 정부가 위안부 합의로 외교적 보호 노력을 포기한 것 같지는 않다며 외교부 측의 향후 대책 모색을 독려하는 듯한 모습을 취하기도 했다.

정부는 합의 이후 피해자의 명예, 존엄 회복, 마음의 상처 회복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입장 등을 표명한 사정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합의의 위헌성 여부 자체를 판단하지 않았지만 헌법소원이 진행 중인 가운데 문재인 정부는 합의의 내용 및 절차에 일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작년 11월 한일 위안부 합의를 근거로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헌재가 위안부 합의에 법적 효력이 없어 피해 할머니들의 배상청구권 등 헌법상 권리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밝힌 지점도 주목할만 하다.

이번 사건을 대리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이동준 변호사는 "이 사건 합의 및 발표가 결국은 공식적인 협상이나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합의의 성격, 효력 등을 감안해서 과감하게 합의를 파기하거나 재협상하는 단계로 나아가는 단초를 마련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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