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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랩] ‘조작’으로 몸살 앓는 대한민국

SBS Biz 우형준
입력2019.12.09 17:50
수정2019.12.10 09:00

■ 경제 실험맨 - 예능이 아닙니다.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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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이 쏘아 올린 공, 시장 뒤바꿀까

지난달 24일 박경의 SNS가 쏘아 올린 음원 사재기라는 키워드가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박경이 자신의 SNS에 저격했던 여섯 가수 모두 박경에게 법적 고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이에 대해 박경도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황입니다.

사실 음반 업계에 '사재기 논란'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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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기 어떻게 하는 거야?

순위를 올리려고 하는 음원 사재기 수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저희 취재진은 실제 전직 해커에게 찾아갔습니다. 정말 다양한 수법들이 있었습니다.

권석철 보안전문가 인터뷰 내용입니다. 

[권석철 / 전직 해커 : 매크로만을 또 전문으로 하는 업체한테 의뢰한다든가 해커들에게 의뢰한다든가 그럼 충분히 그런 것들이 가능합니다. 반짝 올렸을 때 사람들은 실검에 대한 데이터를 보면서 이 사람의 인기 조작이나 이런 것들을 보니까 거기에 대한 영향을 주니까 결국은 지금도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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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유명 작곡가의 작심 발언

저희 취재진은 이 사건을 통해 실제 박경씨가 얘기했던 음원 사재기가 음반 업계의 만연한 일인지 직접 물어봤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유명작곡가 A 씨는 "이미 3~4년 전부터 있었던 일인데 이제 터진 거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작곡가는 "순위권에 올리는 가격이 신인이냐, 아니냐에 따라 브로커에게 주는 금액이 다르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인지도에 따라 금액이 다르다는 겁니다.

"금액은 약 1억 5천만 원부터 3억 원까지 책정돼 있다" 또 "최근에는 순위를 올려주는 브로커, 제작사 대표까지 본인이 만든 노래도 아닌데 작곡가 혹은 편곡가로 한국음악 저작권에 이름을 올려 수익을 가져가는 수법까지 생겼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창작을 하는 작곡가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알면서도 반박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렇게라도 내 노래가 순위권에 올려야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결국 이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양심 발언이나 수사기관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데 모두 쉬쉬하는 것은 음반 업계에 찍힐까 봐 두려워하는 작곡가들이 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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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스트리밍 업체 입장은?

음원 사재기 의혹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근거들은 모두 3가지 정도입니다.

특정 시간 특정 가수의 순위가 급등한다는 점, 또 50대 이상 차트에서도 인기를 끌기 힘든 가수가 1위를 기록한다는 점 그리고 무명 가수가 각가지 차트에 이름을 올린다는 겁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것일까? 해당 음원사이트에 직접 물었습니다.

[멜론 관계자 : 차트에 신뢰도를 지키기 위해서 비정상적인 이용 패턴을 시도하는 그런 방안들이 저희 차트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고 방어를 하고 있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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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조사해야 하는 거 아니야?

실제 지난해 사재기로 지목된 당사자들은 JYP, SM 등 대형 엔터테인먼트들이 나서서 문화체육관광부에 조사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문체부는 "데이터 분석만으로는 사재기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또 "수사 기관과 관련 자료를 공유하고 도움을 요청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 2013년 SMㆍYGㆍJYPㆍ스타제국 등이 사재기 브로커를 검찰에 고발했을 때도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된 바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정황은 있지만 구체적 증거는 없다는 것입니다. 저희 취재진이 찾아간 변호사는 결국 이 문제는 검찰이 직접 나서서 확실한 증거를 찾지 않는 이상 여러 기관들이 조사를 해봤자 해결책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강준우 / 변호사 : 형사 소송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증거재판주의기 때문에 엄격한 증거에 기반을 해서 재판을 해야 되고, 유죄판결을 내려야 하는 것인데, 이제 보강할 수 있는 다른 증거들이 필요한 거거든요. 그래서 예를 들어서 그 자백을 기반으로 해서 음원 사재기에 대한 불법적인 그런 음원 스트리밍, 조작이 벌어지는 사무실 같은, 소위 말하는 공장이라고 하죠. 그런 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검찰이 진행을 해서 그 수백 대의 휴대폰이 한꺼번에 돌아가고 있는걸 확인을 한다든지 아니면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가지고 불법적인 그런 스트리밍이 돌아가고 있는 거를 현장을 잡아낸다든지. 그런 추가적인 증거들이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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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으로 몸살 앓는 대한민국

최근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시리즈의 순위 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대중문화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10대 20대 대중들은 분노했습니다.

아직 실체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음원 사재기'의혹 논란까지 이어지자 K-POP 팬들은 실망을 뛰어넘어 분노를 느끼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K-POP 팬들은 이번만큼은 법적 다툼을 통해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사회의 공정과 정의는 그들만의 리그에서만 있는 것이라는 잘못된 어른들의 행태가 자라나는 10대 20대에게 사회에 대한 불신을 심어준다는 것입니다.

실검, 오디션, 이번엔 음원 순위까지 모든 게 '조작'이라는 불신이 우리 사회를 멍들게 하고 있습니다.

(프로듀서 : 우형준 / 기획·구성 : 우형준·김동우 / 촬영 : 이예지 / CG : 수정·니니 / 효과 : 이예지 / 편집 : 서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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