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Biz

[앵커]

5억원이 넘는 현금을 갖고 있으면서도 2억원이 넘는 세금을 1년도 넘게 내지 않았던 고액·상습 체납자 6800여명의 명단이 공개됐습니다.

과세당국은 이들을 다른 사람 명의로 재산을 숨기는 등 고의로 체납처분을 피하고 호화생활을 누려온 악의적 체납자로 보고 끝까지 체납 세금을 징수한다는 방침입니다.

이한승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한 체납자의 집 안.

국세청 직원과 체납자가 실랑이를 벌입니다.

[국세청 직원 : 이렇게 큰 아파트에 저런 좋은 차 갖고 살고 계시잖아요.]

[체납자 아내 : 아니, 무슨 그런 소리를 합니까? 이런 살림살이가 20년, 30년 된 건데요.]

[체납자 : 진짜 사람 참 불편하게 하네. 누구 죽이려고 그런 소리 하나?]

하지만 체납자 집에 있던 여행용 가방에서는 5억5천만원 가량의 돈다발이 발견됐습니다.

이번엔 작은 아들 주소지에 위장전입한 또 다른 체납자의 집 앞입니다.

국세청 직원들이 문을 두드려도 아무런 반응도 없자 강제로 문을 열겠다고 통보합니다.

[국세청 직원 : 집 문, 개문하겠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가니 체납자가 소파에 번듯이 앉아 있습니다.

체납자가 수색하는 국세청 직원을 몸으로 막고 말려보지만, 결국 현금과 귀금속 등 2억원 어치가 발견됐습니다.

국세청은 이처럼 고액의 세금을 악의적으로 체납한 명단을 공개했는데요.

지난해보다 인원은 줄었지만, 체납액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특히 올해는 지난 2011년 비자금 조성과 탈세 등으로 기소돼 징역형을 받은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세월호 선사로 알려진 청해진해운의 김한식 전 대표와 드라마 '올인'과 '아이리스' 등의 극본을 쓴 스타작가 최완규 씨도 명단 공개대상이 됐습니다.

[강민수 / 국세청 징세법무국장 : 금융실명법 개정으로 체납자뿐만 아니라 배우자와 친인척까지 금융거래 조회가 가능해짐에 따라 악의적 체납자의 숨긴 재산을 더욱 실효성 있게 추적할 수 있게 됐습니다. ]

국세청은 체납자 재산을 추적하기 위해선 국민들의 자발적인 신고가 중요하다며 제보를 당부했습니다.

국세청 홈페이지나 국세 상담센터를 통해 신고할 수 있고, 신고자에게는 최대 20억 원의 포상금이 지급됩니다.

SBSCNBC 이한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