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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우리나라 인터넷 속도가 '세계 27위'?…알고 보니 '세계 2위'

SBS Biz 오정인
입력2019.11.21 22:35
수정2019.11.21 22:39

우리나라의 인터넷 속도 세계 순위가 7시간도 채 안 돼 27위에서 2위로 급등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19일 '2019 세계 속의 대한민국'이란 제목의 통계집을 발간했습니다.

여기에는 지난 2017년의 경우 우리나라 인터넷 속도가 세계 1위였는데, 1년 사이 26계단 떨어진 27위를 기록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유럽과 중국, 태국 등을 중심으로 IT 산업이 발전해 인터넷 속도 순위가 급락했다는 부연 설명이 있었습니다.

여러 매체들은 무역협회 자료를 인용해 같은 날 오전 11시부터 '추락', '뒷걸음' 등 센 표현을 쓰며 기사를 냈습니다.

그러자 6시간 뒤인 오후 5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설명자료를 냈습니다.

무역협회가 통계집에 활용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분석자료가 잘못됐다는 겁니다.

과기부는 "IMD가 지난 5월 28일 '2019년 세계 경쟁력 순위' 에서 우리나라 인터넷 속도를 27위라고 했다가 이를 정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9월 27일에 나온 IMD의 '2019년 세계 디지털 경쟁력 순위'에서는 우리나라 인터넷 속도가 2위로 나왔다는 겁니다.

알고 보니 5월 보고서에는 신뢰도가 낮은 A기관 자료를 인용했고, 넉 달 뒤 A기관을 비롯한 4개 기관 자료의 평균으로 순위를 재산정해 "정정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과기부 설명자료가 나온 지 한 시간 만에 무역협회도 추가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설명은 같습니다. 관련 내용을 과기부를 통해 전달받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무역협회는 이날 오전 기사를 낸 매체들에 연락해 '세계 27위'를 '세계 2위'로 수정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과기부와 무역협회 설명에 따르면 '잘못'은 IMD에 있습니다. 하지만 의문이 듭니다.

IMD는 지난 1980년대부터 매년 세계 각국의 국가 경쟁력을 종합 평가하는 '세계 경쟁력 순위'를 발표합니다.

경영학 전문가들은 "IMD는 매년 발표하는 '세계 경쟁력 순위'로 유명한, 공신력있는 기관"이라며 "이 순위가 잘못됐다는 건 의문"이라고 목소리로 말합니다.

쉽게 말해 지난 5월에 나온 보고서가 IMD의 '메인 보고서'라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 보고서에 실수가 있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전자정보통신 전문가들도 "인터넷 속도는 어떤 기준으로 조사했는지에 따라 다르게 측정될 수 있다"며 "두 보고서가 어떤 항목들을 조사해 순위를 매겼는지 확인해봐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넷 속도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모두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편차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를 '세계 27위'라고 발표한 보고서에 대해 "무조건 잘못된 결과라고 단정지을 순 없다"고 말했습니다.

과기부와 무역협회는 "IMD가 순위를 재산정해 정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두 보고서는 엄연히 이름부터 다른 '별개의' 보고서입니다. 그럼 "정정"이라는 표현을 사용해도 될까요. 두 기관은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1년 뒤 '2020 세계 속의 대한민국' 통계집에선 우리나라 인터넷 속도 순위가 어떻게 나올까요. 과기부가 또 설명자료를 내고 뒤이어 무역협회가 추가자료를 발표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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